쟁점으로 떠오른 영구채 전환 유예
해운업계 불황 전망도 고려해야

[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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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국내 최대 해운기업인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늦어지고 있다. 채권단은 빠르면 지난 11월 내 대상자를 발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달을 넘겨 보름이 지나도록 결론이 나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 내부에서는 자기자본 조달능력이 부족한 기업들에게 졸속매각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해운기업 HMM의 매각을 위한 본입찰은 지난달 23일 마감됐다. HMM 입찰 적격후보로는 ▲LX인터내셔널 ▲동원그룹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 등 3곳 선정됐으나 본입찰에는 하림과 동원만 참가했다. 

채권단은 본입찰 참여 기업들의 재무상태, 사업 운영 계획, 경영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르면 11월 말, 늦어도 12월 초에는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벌서 중순을 지나고 있다. 통상 기업 매각 본입찰 이후 1~2주 후 윤곽이 드러나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늦어지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HMM 인수 가격으로 하림이 6조4000억원, 동원이 6조2000억원을 적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곳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되겠지만 하림이 ‘영구채 주식전환 3년 유예’ 등을 요구해 채권단의 고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매각 대상인 HMM 주식 약 10억주 외에 1조68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하게 되면 하림은 해당 기간 동안 HMM의 지분율을 더 높게 유지할 수 있어 약 2800억원 가량의 배당금을 챙길 수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동원이 문제제기에 나섰다. 인수 금액 제시 기준으로 삼았던 약 10억주 외에 추가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입찰 절차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동원은 만약 영구채 주신 전환 유예가 수용될 경우 법적 대응을 포함한 후속 조취를 취할 계획이라고 엄포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늦어지는 가운데 졸속매각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본입찰 참여 기업들은 인수금액의 일부를 직접 마련하고 나머지는 인수금융 등을 통해 조달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투기 자본이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은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인수에 참여한 기업들은 자기자본 조달능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며 이들은 막대한 외부 자금의 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라며 “이렇게 되면 우리 해운업은 오직 자본수익 회수에만 몰두하는 투기자본의 잔치로 변질될 것이고, 안 그래도 사모펀드의 표적이 되고 있는 전통 해운기업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노총 부산본부 역시 전날 성명을 통해 “HMM의 졸속 매각을 반대한다”며 관련 절차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노총은 “HMM 매각 문제는 해양도시 부산을 되살리는 유일한 길이자 해운 재건의 역사임을 직시해야 한다”라며 “특정 기업을 위한 졸속 매각은 조합원과 국민이 이뤄낸 HMM 유보금을 약탈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어 “"HMM이 보유한 막대한 유보금을 어느 한 기업의 배를 불리는 데 사용할 바에는 차라리 부산을 상징하는 돔구장 건설이나 HMM 타워 건설과 같이 부산을 위한 사업에 쓰이도록 하는 게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해운업계에 불황에 대한 우려도 HMM 매각 신중론에 힘을 실고 있다. 실제 2022년 1월 5000포인트를 상회했던 해상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최그 1000 포인트 안팎을 오가고 있다. 내년 역시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공급 과잉이 이어지면서 해운업황 약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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