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맘카페 운영자 경험 담아낸 정지섭(필명) 작가

여성·엄마 혐오, 저출산 영향주는 ‘사회적 문제’
맘카페, ‘익명성’ 기반해 사회 욕망 적나라 표출
상업적 영향력 넘어 정치·사회문제에도 힘가져
홀로 육아에 책임지는 불안함, 부작용으로 발현
엄마들이 먼저 이타심과 반성의 태도 가지길 희망

<맘카페라는 세계> 책표지. [사진출처=사이드웨이]
<맘카페라는 세계> 책표지. [사진출처=사이드웨이]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젊은 엄마들이 소아과 진료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맘카페 등에서 악의적 소문을 퍼뜨리면서 동네 소아과가 문을 닫는 경우도 늘어났다. (중략) 더러 젊은 엄마들이 일찍 소아과 진료를 마치고 아이들을 영유아원에 보낸 후 친구들과 브런치타임을 즐기기 위해 소아과 오픈 시간에 몰려드는 경우도 있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장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시론을 올려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주장은 여성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바탕으로 한 우리 사회 일각의 성차별적 시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치열한 논쟁을 유발했다.

우리 사회는 엄마와 벌레를 합친 비속어 ‘맘충’과 유모차를 끄는 엄마들을 가리키는 ‘유모차 부대’ 등 표현에서 보듯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확산하고 있지만, 그런 한편 저출산을 걱정하는 모순적인 현상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서술한 〈맘카페라는 세계〉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브런치를 먹으며 수다나 떠는 집단으로 대표되는 여성들에 대한 혐오가 맘카페로 확장되고 ‘아이를 거부하는 사회’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맘카페는 출산 전 사야 할 육아용품 추천부터 이유식·예방접종 기간, 발육상태 등 임신부터 출산, 육아의 고충과 꿀팁을 공유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다.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구심점이 돼 주기도 하지만 특유의 결속력과 폐쇄적 성격 때문에 부정적 평가를 받기도 한다. 갑질과 교권 침해, 가짜뉴스 양산, 신상털기 등의 집합체로 비판받으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폐쇄 청원까지 올라오기도 했다.

〈맘카페라는 세계〉 정지섭 작가는 맘카페로 엄마들이 모이는 이유를 엄마들의 불안과 고립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혼자서 육아를 책임져야 하는 현실과 자녀 교육에 대한 고민, 거짓 후기와 과대 광고에 대한 불신 등이 맘카페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정 작가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문제적이고 논쟁적인 공간이 된 맘카페에 대해 본질과 특성, 운영 방식, 여성·엄마에 대한 혐오가 아이에 대한 혐오로까지 이어지는 사회적 맥락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은행에서 일하다 아이를 키우느라 전업주부가 된 정 작가는 실제로 5년 넘게 수도권 지역 맘카페 운영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투데이신문은 정 작가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맘카페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들어봤다.

포털에 올라온 국내 유명 맘카페·지역 맘카페 리스트 조회 결과.&nbsp; [이미지출처=네이버 캡처]
포털에 올라온 국내 유명 맘카페·지역 맘카페 리스트 조회 결과.  [이미지출처=네이버 캡처]

혐오 대상 ‘맘카페’, 한 여성이자 주부로서 솔직하게 기술

Q.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남편과 아들, 딸과 오순도순 살고 있는 평범한 주부입니다. 은행을 10년 다녔고 워킹맘 생활에 과부하를 느껴 재작년에 퇴사했습니다.

Q. 책을 본명이 아닌 필명으로 출판하게 된 이유가 궁금한데요.

책이 워낙 예민한 소재를 다루고 있기에 불필요한 논쟁과 혐오의 직접적인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필명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제 필명과 약력을 보면 절 아는 지인들은 제 정체를 당연히 알 겁니다. 익명을 쓰면 책임감 없는 소리까지 하기 쉽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제가 책에서 하는 제 주장에는 떳떳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Q. 대한민국에서 30대 여성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서 살아가는 건 어떤지요. 자신의 생애에 대해 짤막하게 이야기해 주시길 바랍니다.

책에도 제 성장과정에 대해 적었지만 저와 제 또래들은 대부분 성장 과정에서 남녀차별을 직접적으로 겪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 피해를 받은 우리 엄마 세대들이 내 딸을 여느 아들 못지않게 똑똑하게 키우겠다고 많은 교육과 기대를 부여해 키웠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에는 여성이라는 성별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살다가 결혼과 출산을 하고 엄마라는 존재가 되며 의식하게 된 것 같습니다. 경험의 개인차가 있겠지만 제 또래 여성들이 성장 과정에서 여성이라는 성 정체성에 대해 느낀 점이 제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책에도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소상히 적었습니다.

Q. 책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어떤지, 저자로서의 소감이 궁금합니다.

책 출간 이후 언론의 기사뿐만 아니라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 블로그, SNS에도 제 책이 회자되는 것을 꼼꼼하게 보고 있습니다. 역시나 ‘맘카페’ 글자 세 개만 봐도 튀어나오는 혐오 반응은 예상했던 것이라 놀랍지 않습니다. 또 애초부터 호불호가 심한 소재를 다루었기 때문에 책에 대한 평도 독자에 따라 극명히 갈릴 것이라는 부분도 역시 예상했습니다. 확실히 육아를 경험했으며 작금의 저출산 문제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독자들을 중심으로 호응해 주시고, 또 다른 성별, 출산과 육아를 겪지 않았음에도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이해하게 됐다는 독자분들께서 써주신 서평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장 고무적인 건 제 책 출간 이후로 맘카페와 엄마들을 향한 혐오에 대한 보도 방향도 많이 바뀌었음을 실감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소아청소년과 폐원 이슈는 저출산 원인으로 소아청소년과 의사 선생님들의 처우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문제의 본질보다 일부 엄마들의 이기주의에 대한 이슈로만 집중돼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맘카페 혐오나 브런치 먹는 엄마들에 대한 혐오에 보도 방향이 집중됐을 텐데, 이제는 이런 발언에 분명히 사회적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과 맞지 않음을 함께 의식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엽적인 비난을 간간이 마주하더라도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쓰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한국 사회 욕망과 무의식,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곳

Q. 맘카페가 2000년대부터 등장했는데 그간 어떻게 변모해 왔는지 간략하게 작가님만의 경험과 관점으로 정리해 본다면 어떨까요.

지금 영향력이 있는 대형 맘카페들은 대부분 2004년에서 2006년 전후로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10년 전후로 포털사이트의 블로그들이 단순히 개인의 경험을 쓰는 공간에서 파워블로거 위주의 협찬 후기가 주를 이루는 상업적인 성격을 띠게 됐고요. 맘카페가 상업적인 영향력을 과시하게 된 것도 블로그의 신뢰성이 떨어지면서부터라고 봅니다. 파워블로거 제도가 있던 시절에도 갑질 논란이 있어, 네이버는 결국 지난 2016년에 파워블로거 제도를 폐지했습니다.

다만 맘카페는 수만, 수십만명의 회원이 모여 있어 네이버에서 파워블로거 폐지같이 인위적으로 공신력을 없애지 못했을 뿐입니다. 그렇게 포털사이트 자체적으로 맘카페의 위력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것이 상업적인 영향력을 넘어 정치적, 사회적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그 영향력에 취한 일부 맘카페들에서 나타난 그릇된 행태가 저출산의 여파와 맞물리다 보니 안타깝게도 사회적으로 괴리되는 길을 밟고 있는 것이죠.

Q. 맘카페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취미로 시작한 맘카페를 5여년 간 지속해 책까지 출판하게 된 배경과 과정은 어땠습니까.

제가 맘카페 운영으로 금전적인 이득을 분명히 취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저에게 맘카페 운영이 단순히 취미 정도로 그치는 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일종의 지역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취미 목적으로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와 달리 맘카페는 굉장히 현실적인 정보들이 오갑니다. 맘카페 회원들 역시 그 정보를 얻기 위해 모인 것입니다. 운영자이기 전에 나도 맘카페가 필요한 이용자 입장이었기 때문에, 맘카페라는 이웃 사회가 믿을만한 공간으로 유지되게끔 하는 것이 제가 운영을 5년간 지속한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그게 단지 운영자의 의지로 불가능한 부분이라는 것을 어느 순간부터 알게 된 거죠. 제가 5년 동안 맘카페를 운영하면서 늘 그만두고 싶었고, 또 그만둔 이유입니다.

Q. 실제 맘카페를 운영하면서 갖은 비난에도 직면했을 것 같습니다.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운영자에 대한 비난은 맘카페의 운영방식이 본인들의 이해와 상충될 때 일어납니다. 맘카페 외부인이든지, 내부인이든지 마찬가지입니다. 맘카페 회원일 때는 맘카페라는 이용할 수 있으니 호의적이다가 그 공간에서 제외될 때, 강퇴(강제탈퇴)를 당했을 때 돌변합니다. 맘카페에서 강퇴를 시키는 사유는 맘카페마다 다를 것이고, 언제나 합리적인 사유로 시키지 않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이럴 경우 강퇴를 당하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제 경우에는 비상업화된 카페를 운영했기에 동네에 사는 엄마가 아니면서 영리적인 목적으로 거짓으로 마케팅하는 사람을 강퇴했습니다. 그러면 ‘맘카페 갑질’이라는 단어를 쓰며 다른 인터넷 카페나 단체 메신저 채팅방에 자기 입장 위주의 악의적인 글을 올립니다. 자세한 사연들은 책에 언급했습니다. 책에서 언급하는 내용도 빙산의 일각입니다. 익명이 마치 대단한 보호 수단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상식에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수준은 상상 이상입니다.

그럴 때 많은 맘카페 운영자들은 강퇴 논란에 대해 귀를 닫고 외면하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그런 대응방식이 외부에서 봤을 때 당연히 고압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또 맘카페는 세상과 괴리되는데, 그런 문제를 두고 꼭 운영자만의 탓을 할 수만 없을 것 같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Q. <맘카페라는 세계>를 추천한 연세대 사회학과 최성수 교수는 “한국 사회를 이해하려면 맘카페를 보라”고 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을까요. 또 작가님은 맘카페 존재 전후 한국 사회가 어떻게 달라졌다고 생각하고, 활동 과정에서 주목하게 된 사회 문제도 있으신지.

맘카페가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와 가장 차별화되는 특징은 현실 세계를 ‘잘 살아보자’는 정보 공유 목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제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거의 간극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맘카페 등장 전후로 사회가 달라졌다기보다, 우리 사회를 맘카페가 있는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익명성 때문에 일부 극단적이고 과장된 성향의 글이 올라오고 사회적인 논란으로 퍼지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의 익명성에서 나오는 허무맹랑한 글들을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여겨 그저 비난하고 가볍게 여기고 끝납니다. 저도 맘카페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들이 동조를 받기 위해 일부 과장되다 보니 때로 거짓말까지도 섞여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진실성을 떠나 이런 이야기들이 올라온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욕망과 무의식을 익명성 속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쓰게 된 이유는 혐오보다도 저출산입니다. 저는 맘카페에서 드러나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그릇된 욕망이 결국 저출산의 원인과 관련이 있다고 봤어요. 제 책의 결론이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Q. 맘카페에 대한 순기능과 부작용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짚어주실 수 있을까요. 

지금 사회에서 엄마들은 과거 대가족 시대와 달리 혼자 육아를 책임지는 불안함도 있고, 또 워킹맘의 증가로 다른 엄마들과 어울릴 기회가 줄어들기도 했죠. 맘카페는 온라인으로 비슷한 엄마들을 모아놓은 장소이기 때문에 본인의 엄마로서의 정체성을 다시금 확인하는 곳이 되고 있어요. 제 책에 쿨리의 ‘거울이론’을 인용했지만 동질성이 있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한 객관적인 자기 인식은 필요합니다. 지나친 고립으로 객관적인 인식을 할 수 없다면 자기성마저 부식시킬 수 있으니까요. 다시 말해 맘카페는 엄마들을 고립에서 해소시키는 순기능적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불안함에서 비롯되는 맘카페에 대한 의존이 지나칠 때 일어납니다. 의존에서 비롯되는, 맘카페가 가지는 힘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 때문에 맘카페의 여러 사회적인 부작용이 생겨난 것이라고 봅니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br>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Q. 맘카페와 함께 맘충, 이기적인 모성 공동체, 갑질, 가짜뉴스 같은 부정적 단어들이 언급되는데, 이러한 비난 이면에는 우리 사회 내 여성 혐오가 존재한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인지요. 또 같은 여성 사이에서도 나타나는 맘카페 회원에 대한 혐오 정서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비단 여성 혐오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는 온갖 혐오의 온상입니다. 세대 간의 혐오, 지역에 대한 혐오, 그리고 남녀 간의 혐오까지, 이 작은 나라에서 이런 다양하고도 골이 깊은 혐오가 있을까 싶습니다. 그만큼 혐오는 우리 사회를 파괴하는 심각한 사회 현상이지만, 그 혐오로 이익을 보는 사람은 분명히 존재하기에 오히려 부추김당하고 그 심각성이 언급조차 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혐오가 끝나지 않는 원인을 남의 탓으로 돌리니 당연히 혐오가 악화되는 거고요. 그렇기에 이를 끝내려면 진정한 자기반성에서 비롯되는 이타심이 필요하겠죠.

그나마 저는 맘카페에는 다른 사회의 모습과 달리 자정작용이 있다고 느낍니다. 예컨대 서이초 사건 때도 ‘진상엄마’가 아니었는지 반성하자는 글이 수많은 맘카페에 동시다발적으로 올라왔습니다. 이런 자정작용이 가능한 이유는 ‘엄마는 선해야 한다’는 맘카페 회원들의 페르소나와 엄마로서 지니는 이타심 때문 아닐까요.

하지만 맘카페에는 진정한 자기반성이 아닌, 여전히 남탓을 하는 글들도 많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자식교육 똑바로 시키세요. 이러니 맘충소리 듣지요’라는 말에는 밖에서는 맘카페가 통째로 비난의 대상이기에 이런 개념 없는 엄마와 본인을 분리하고 싶은 불안함이 담겨 있는 것이고요.

엄마를 향한 혐오, 더 확장해서 우리 사회가 쉽게 남을 혐오하는 이유도 결국 사회에 대한 불안함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누가 먼저 이 끝나지 않은 불안함과 혐오를 내려놓을 수 있을까요?

저는 우리 사회에서 엄마들이 먼저 이타심과 반성의 태도를 가질 희망을 봅니다. 혹자는 왜 엄마가 또 희생해야 하냐고 반문하실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엄마들에게는 자식을 향한 사랑이 존재하기에, 이타심이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혐오와 이기주의가 만연한 세상이 달라질 희망은 우리 아이들과 엄마들에게 달린 셈이죠. 모성이라는 감정이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생각보다 대단한 영향력이 있고 엄마들 스스로도 충분히 자긍심을 가질만하고요.

Q. 맘카페에 대한 혐오로 등장한 게 바로 ‘퐁퐁남’이 아닐까 싶은데요.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퐁퐁남 논쟁은 어떻게 보는지 궁금합니다.

이는 결혼에서 사랑이라는 근원적인 가치가 등한시되고 이기심을 현실이라고 합리화하며 계산기만 두드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는 이렇게 된 원인이 애초에 우리 사회의 가족에서 사랑의 의미가 굉장히 등한시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인, 부부 사이에서 계산적인 태도를 보이니 자연스럽게 부모 자식간의 관계에서도 계산적인 태도를 보이게 됩니다. 우리 사회의 가족관이 아주 오래전부터 정서적인 의미보다 사회적인 성과를 지향하는 소집단인 의미가 강해서 그렇다고 보고요. 경제 불황이 길어져 적나라하게 드러났을 뿐인 것이지요.

그런 이해타산적인 가족 관계에서 비롯된 상처가 출산을 선택하지 않거나 비혼의 형태를 선택하는 원인 중의 하나라고 봅니다. 다시 말해 금전적, 물질적, 외적 가치 달성에 과몰입돼 가족, 사랑이라는 내적 가치를 등한시한 우리나라 사회의 폐단이 이제야 인구 소멸이라는 형태로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Q. 개딸들(민주당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자), 달빛기사단(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자) 등의 기반은 맘카페라는 말도 나오는데 커뮤니티의 정치화, 여성의 정치참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제가 책을 쓰며 조사해 보니 이제 대부분의 맘카페에서 정치글을 자제하는 추세입니다.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정치가 삶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가려내기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맘카페는 현실과 간극이 없는 공간이니 더 그런 주제들이 드러나고요. 그럼에도 맘카페 뿐만이 아니라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가 정치화를 경계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커뮤니티의 본질을 꺾을 정도로 정치 이슈가 극단적으로 표출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 정치의 모습이 지지 세력 결집만을 위해 극단적인 모습만을 추구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에 대한 건설적인 담론 위주가 아닌 반대 세력에 대한 혐오로 얼룩진 행태를 보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극단적이고 호전적인 태도의 문제점은 이들을 향한 귀를 아예 닫아버리게끔 한다는 것입니다. 양극은 통한다는 말처럼 정치 성향을 가릴 것 없이 모두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은 모습을 보입니다. 책에도 언급했지만 맘카페에서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이들의 강압적인 태도가 불편하다고 돌려서 표현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불편하시면 패스해 주세요’라는 말로 다른 사람들의 불편함을 배려한다기보다도 그저 외면하는 태도를 취해왔습니다.

개인화된 알고리즘으로 편향된 관점을 더 강조해서 보여주는 SNS와 달리, 맘카페라는 곳은 게시판 형태이기에 다양한 사회 현상에 대한 의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들어볼 수 있는 장이 될 수도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의 불편함을 드러내는 걸 꺼리는 정서 때문에 결국 한계에 부딪쳤다고 봅니다.

Q. 맘충이라는 혐오 확산이 저출산 현상으로 이어진다고 책에서 지적했는데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실제로 ‘맘충’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한 지난 2015년을 기점으로 공교롭게도 출생아 수가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 45만명 내외를 유지하던 출생아 수가 그 후로 연간 3만명 내외로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으며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출생아 수는 17만명이었고 출산율도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왜 엄마가 되는 미래를 선택하지 않는지에 대해 최근에 겪은 일이 있습니다. 제 딸이 아직 미취학 아동인데 한동안 엄마 역할 놀이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나중에 크면 꼭 엄마가 되고 싶다고 하면서요. 그래서 제가 딸에게 “너는 엄마가 왜 되고 싶니?” 라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엄마가 좋아서”라고 대답하는 걸 듣고 저출산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인간은 당연히 자신이 좋아하는, 긍정적인 방향의 자아를 지향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엄마’라는 포지션은 어떠한가요? 안 그래도 엄마가 되기 전의 여성들은 엄마가 된다면 아등바등 살아야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거기에 엄마라는 존재가 혐오의 대상으로 매도되며, 실제로도 아무 보람이 없고 힘들게 살아야 할 것처럼 보이는데 과연 엄마가 되는 미래를 쉽게 선택할 수 있을까요? 타인의 시선을 유난히 의식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것도 저는 출산을 주저하게 되는 요인이라고 봅니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저평가된 ‘가족의 의미’,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야

Q. 맘카페, 엄마라는 존재, 아이들까지 ‘타인에게 불편한 존재’로 몰리고 있는 현상에서 앞으로 세상의 인식은 어떻게 바뀌어 나가야 할지 짚어주세요.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초저출산 국가이지만 여전히 출산율 반등에 대한 해결책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엄마와 아빠, 아이의 역할, 가족의 의미, 개인의 행복의 의미, 더 나아가 그것이 사회에서 갖는 의미를 평가절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고 재정립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맘카페가 앞으로 어떠한 공간이 될 것으로 보는지요. 혹은 어떻게 변화되길 바라시는지도 듣고 싶습니다.

저출산 때문에 맘카페와 엄마라는 존재가 더욱 세상의 이해를 받지 못하는 괴리된 공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저는 맘카페를 주제로 책을 쓰게 됐습니다. 실제로 맘카페를 운영해보니 맘카페에 아이를 출산하고 새로 엄마가 돼 유입되는 신규 회원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맘카페는 엄마들의 불안함으로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공간입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불안함은 엄마로서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특히 출산율이 떨어져 겨우 하나만 낳는 요즘은 엄마가 되는 경험, 부모가 되는 경험이 처음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거기에 불안함을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지나친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요.

이 불안함을 내려놓는 일이 저도 아이들을 키우는 처지이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타인의 시선에 지나치게 예민하기보다 엄마 역할을 스스로 더욱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내면의 행복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좋은 결과는 긍정적인 자아 관념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맘카페가 엄마들의 지나친 불안함으로 의존하는 공간이 됐기에 이 공간의 문제점이 불거진다고 봅니다. 이런 불안함보다 긍정적인 육아의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Q. 처음 <82년생 김지영>이 출간됐을 때 많은 여성이 지지와 공감을 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동안 페미니즘이 주목받기도 했지만, 현재는 페미니즘과 여성은 공격의 대상으로 전락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는 어떠한 부분이 작용했다고 보시는지요.

꼭 페미니즘 뿐만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가 서로 갈라져서 공격하는 이유는 자기 의견만 주장할 뿐, 타인에 대해 이해가 배려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누구든 서로 자기만 제일 힘들다고 하고 남의 아픔에 대해 공감해주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반복된다면 서로 혐오의 근거만 될 뿐이며 절대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해야할 점은 설득의 방식이라고 봅니다. 어린아이들조차 부모가 ‘네 행동이 잘못됐으니 고쳐야한다’고 말하면, 일단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자기 말이 일단 맞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가치관이 굳게 형성된 성인들을 설득하는 일이 과연 쉬울까요? 꼭 남녀갈등의 문제만이 아니고 우리 사회의 모든 갈등의 양상 해결에 있어 이 점을 생각했으면 합니다.

Q. <맘카페라는 세계>를 읽을 때 독자가 특히 염두에 뒀으면 하는 대목은 무엇입니까.

제가 책에서 맘카페의 특징이라고 지적한 점들이 ‘이게 맘카페만의 특징인가?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도 그렇지 않나?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도 그렇지 않나?’ 같은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이는 일부러 노골적으로 쓰지 않았지만, 정확히 제가 의도한 바입니다. 다른 커뮤니티와 별로 다른 점이 없다는 것은 맘카페라는 곳은 이상한 엄마들이 모인 곳이 아닌 사람이 살아가는 모양새를 드러내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느끼셨다면, 왜 이 공간만 유난히 비난의 대상이 됐는지에 대해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Q. 저자로서, 엄마로서, 맘카페 운영자로서 세상에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저출산의 위기감으로 책을 쓴 저자로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엄마들의 커뮤니티를 운영해본 사람으로서 단연 관심사는 저출산입니다. 요즘도 저출산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유심히 보고 있습니다. 집필을 결심한 2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저출산에 대한 경각심이 별로 없었는데, 출산율이 0.7대(서울은 이제 0.5대)로 떨어지고 반등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저출산에 대한 원인을 저마다 다양하게 생각하는데, 하나같이 주로 세상과 다른 사람 탓이라고 합니다. 상황은 심각한데 아직도 이런 상황이면 어떻게 사회적으로 이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할 수 있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우리 사회의 존폐 기로에 있는 저출산 문제는 남의 탓이 아닌 진정한 자기 반성이 선행돼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책이 다소 주관적인 자기 서술적인 관점에서 시작하고, 저 자신을 돌아보고 끝나는 이유도 그러한 맥락입니다.

Q.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또 다른 활동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전업주부로서 당분간 가족들에게 집중하고 싶습니다. 다만 그동안 글을 쓰던 직업에 종사하지 않았고 글쓰기를 개인적인 잔재주로 생각해 왔는데요. 제 글과 생각으로 인해 세상이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바뀐다면, 앞으로도 글을 계속 쓸 이유가 충분히 있지 않을까요?

책에서도 언급한 저출산 문제는 장기화될 것이기 때문에 계속 주목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원흉으로 조기 영어교육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봅니다. 저는 유년시절 해외 유학생활을 했고 영어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어서 이게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걸 어떤 방식의 글로 풀어낼지가 관건입니다. <맘카페라는 세계> 같은 논픽션보다 다른 형태가 적합할 것 같아 고민 중입니다.

Q.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책 출간 이후 여러 언론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있었는데, 직접 만나서 사진을 싣는 대면 인터뷰 요청은 모두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그 이유는 제 자신에 대한 관심보다 이 책의 출간 의도와 메시지의 집중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저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아이들이 살아갈 소멸로 향해가는 미래가 걱정되는 마음으로 책을 썼습니다. 그리고 이건 분명히 저와 제 아이들만 당면한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가 반드시 마주할 미래니까요. 우리는 어떻게 하면 절망적인 상황에서 더 나은 미래를 그릴 수 있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제 책을 봐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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