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출판사 ‘몽상가들’ 대표이자 ‘문학서울’의 설립자 이우 작가
◈소설 통해 무형에서 온기 가진 인간으로 전이되는 과정 드러내고파
◈마케팅 조명이 아닌 날 것 그대로의 색깔 보여주려 ‘문학서울’ 설립
◈연금술사처럼 작품에 생동력을 불어 넣는 것이 하고자 하는 문학

이우 작가 [사진출처=포토그래퍼 혜영]
이우 작가 [사진출처=포토그래퍼 혜영]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나를 읽어주기를 기다리기 보다 스스로 읽혀야 될 이유를 만들어야 되는 것 같아요” 

대한출판협회에 따르면 한해에 발행되는 신간 도서는 평균 6만부 정도. 서점의 셀 수 없는 책 무덤 위로 새로운 책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우리가 인연을 맺는 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출판사의 마케팅이 잘된 책과 우리가 찾아 읽어봐야 하는 책. 소설가이자 출판사 ‘몽상가’의 대표인 이우 작가는 후자 쪽에 방점을 찍었다. 

“요즘은 브이로그, 쇼츠, 넷플릭스, 유튜브 등 너무 재밌는 게 많은데 그런데도 제 책이 읽혀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를 고민했어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작가들은 그런 이유를 하나씩은 분명하게 가지고 있어야 되는 시대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가 내세우는 슬로건이라고 할 수 있는 ‘읽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읽어야 할 이우는 있다’의 모티브가 되는 설명이다.

그의 필명인 ‘이우’도 의미심장하다. 다를 이(異)에 어리석을 우(愚)를 쓴다. 직역하자면 남다르게 어리석다는 말인데 어쩐지 철학적 치트키 같은 느낌이다. 그에게 문학이란 싸워 이기는 대상이 아니다. 밤이 되면 저절로 부풀어 오르는 꿈이 아니며, 아침이 되면 희박해지는 이름이 아니다. 극단으로 치닫는 것들끼리는 언젠가 만난다. 그의 특별한 어리석음은 분명 예술의 원형과 닿아있다.

이우 작가는 출판사 ‘몽상가들’의 대표이자 소설가다. 첫 장편소설 <레지스탕스>에 이어 최근 <서울이데아>를 출간했다. 올해 5월 문학적 포부를 가진 동료 작가들과 함께 문예지 ‘문학서울’을 설립해 활동 중이다. 

-먼저 최근에 문예지 ‘문학서울’을 설립했는데 소개를 해주세요.

문화예술이 어떤 기업과 자본에 의한 것이 아닌 순수 예술가들이 주최해 보면 어떨까 하는 취지에서 시작했습니다. 출판사나 신문사의 마케팅에 의한 조명이 아닌 날 것 그대로의 색깔을 드러내고자 하는 게 목적입니다. 

-문예지 활동에 참여한 작가들이 궁금합니다.

저를 포함해서 총 9명의 작가가 있어요. 대부분 조용하시고 세상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별로 좋아하시지 않는 것 같아요. 읽고 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고 능력도 출중한 분들인데 교류를 활발히 한다거나 자신을 조명하기를 꺼리는 성향이 대부분이라 제가 구심점이 돼 이러한 작가분들을 독자들에게 더 보여드리고자 하는 목표가 있습니다.

-소설가이면서 ‘몽상가들’이라는 출판사 대표이시기도 한데 최근 직접 자신의 책을 쓰고 발행하는 1인 출판사들의 노력이 눈에 띕니다.

제가 출판사를 운영하다 보니 시즌제로 편집자, 북디자이너, 교정 교열자 등을 구성해서 팀을 꾸립니다. 작가로서 지필과 편집과 퇴고가 끝나면 스위치 전환을 해 편집자이자 발행인이 되는 거죠.

-출판사를 직접 설립해 자신의 책을 낸다는 건 보통의 결심이 아닐 텐데요.

출간을 위해 여러 출판사 찾아다녀 보니 원고 검토 과정에서 제목부터 기획 등 이것저것 제 방향성과는 다르게 수정해야 할 것들이 많더라고요. 저는 제 작품에 애정과 자부심이 있어서 그런지 자존심이 상하더라고요. 그때 마침 출판업계에서 1인 출판사 얘기가 한창 이슈였어요. 그래서 여러 가지 사전 조사와 조언을 받아 직접 출판사를 차리게 됐습니다.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하셨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사실 부조화의 연속이었던 것 같아요. 모험적이었고 발품을 정말 많이 팔았어요. 무작정 마음에 드는 책에 기재된 정보를 참고해 디자인 업체에 메일을 보내고 다짜고짜 찾아갔어요. 고맙게도 사정을 알아봐 주신 디자인 업체 실장님이 인쇄소부터 어떻게 책을 만드는지 자세히 알려주시고 편집인도 소개해주시고 인쇄까지 잘 마무리돼 지금의 ‘몽상가들’이 시작됐습니다.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이우 작가 [사진출처=포토그래퍼 혜영]
                          이우 작가 [사진출처=포토그래퍼 혜영]

-간혹 1인 출판사나 독립출판을 쉽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던데.

1인 출판을 시작하면서 그 주변의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교류하게 되면서 독립출판 하시는 분들을 많이 만났는데 “독립출판은 아무나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예를 들어 페이지에 글도 별로 없고 내용도 본인의 일기 같은 글을 접한 독자들이 실망해서 낸 쓴소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욱 허투루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습니다. 몽상가들이 구별될 수 있는 색채가 무엇인지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번 신간 <서울이데아>를 보면 책의 표지디자인에도 관심을 기울인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는 작가이기 전에 책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예쁜 책을 만들기 위해 유명한 디자이너를 찾아 발품을 정말 많이 팔고 다녔어요. 

-출판사 대표로서 종이책의 미래에 대해 말씀 주신다면.

지금은 전자책이 많이 활성화됐지만 저는 책의 물성이 주는 매력이 크다고 생각해요. 현재 많은 독립출판사도 책의 형태에 대한 다양한 실험도 이뤄지고 있고요. 책은 읽는다는 시각적인 측면과 아울러 종이를 통한 촉각, 후각 등 인간에게 있어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요소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전자책으로의 완전한 대체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책에 대한 재미있는 사실 중 하나는 환불이 없다는 거예요. 

물론 책의 파본 등은 환불이 되지만 책이 재미없다는 이유로 환불되지 않아요. 예를 들어 옷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환불이 가능하잖아요. 출판사를 운영하다 보면 물류를 쉽게 집계할 수가 있어요. 직접 경험해 본 결과 2000~3000부 나가도 반품이 한 건도 없어요. 정말 재미없으면 악플을 달죠. (웃음)

-신간 <서울이데아>를 모로코에서 썼다고 알고 있어요. 책의 주인공도 모로코에서 자란 한국인으로 서울에서의 자기 정체성 다룬 소설인데 모로코와의 접점은 무엇인가요.

<서울이데아>는 어린 시절부터 모로코에서 자란 한국인 준서가 '진정한 한국인'이 되기 위해 대학 진학을 핑계 삼아 서울로 오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다. 준서는 평소  K-드라마를 통해 서울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었지만, 실제 서울의 모습은 그의 환상과는 멀었고 이내 실망하며 방황한다.

대학교 4학년 때 모로코 대학과 MOU 체결하면서 교환학생으로 지원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가 알베르 카뮈인데 알제리 출신 프랑스인이잖아요. 그래서 모로코가 알제리 바로 옆에 있다 보니 그냥 꼭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것 같아요. 모로코에서 정말 많은 습작을 했어요. 제 첫 번째 책 <레지스탕스>도 모로코에서 썼어요. 특히 모로코 대학 교수님들로부터 받은 응원이 작품을 쓰는 데 큰 힘이 됐어요.

[사진제공=몽상가들]
[사진제공=몽상가들]

-<서울이데아>의 주인공 준서는 이미 다른 문화권에서 자랐기 때문에 한국적인 것이 더 이질적일 텐데 왜 한국인이 되고 싶어 했나요.

준서라는 캐릭터를 만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어요. 제가 혼자 여행하는 것을 좋아해 정말 많은 나라를 가봤는데 일본에 갔을 때 가슴에 울림이 있는 경험을 했어요. 우연히 재일교포들이 있는 절에서 지내게 됐는데 그곳에 계신 2, 3세대 교포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일본에 살면서도 한국 국적을 고집하더라고요. 정작 한국은 가본 적이 없으면서요.

본인이 나고 자란 나라에서 그 국적을 택하지 않는 용기가 저는 그게 너무 놀라웠어요. 정말 어떻게 보면 한국과 일본의 어떤 경계에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진 그 사람들의 정체성의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 이런 생각을 오래 했어요. 준서라는 캐릭터는 이렇게 출발한 것 같아요.

-준서를 통해 특히 드러내고 싶었던 부분이 있나요.

어떤 주류에 속하지 못하는 경계인들. 결국 이방인으로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조명하려고 했어요. 소설 속에 말했던 그 경계인들이 어떤 나라에 품고 있는 환상을 서울이데아라는 관념이 준서는 K-드라마를 통해 확립되는데 서울에 와서 그 이데아가 계속 변하는 것들을 설정해 놨어요. 준서의 중심을 잡아주는 환상의 목적지 같은 것들이 계속 무형에서 온기를 가진 인간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서울은 화려한 불빛으로 젊음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쉽게 뱉어버리는 냉혹하고 무서운 도시같아요.” 그는 자신이 경험한 도시 ‘서울’을 이렇게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소설가로서 하고자 하는 문학은 무엇인가요.

저는 필명대로 나아가고 싶고 소설가로서는 이제 막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SNS에 실없는 모습도 올리고 읽히기 위해 요란도 떨지만 내실을 잃으면 안된다고 스스로에게 항상 말해요. 외부적으로는 나를 홍보하기 위해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도 내 안의 진짜 ‘나’를 잃으면 안된다고요. 항상 성실하게 쓰는 작가가 되자는 다짐을 마음에 수없이 덧대어 씁니다.

저는 문학이란 하나의 시간과 공간 속에 일회적으로 존재했던 날것 그대로의 현상을 고스란히 포착해 영원성을 부여하는 연금술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그 현상은 한 시대이기도, 한 사건이기도, 때로는 한 인간이기도 하죠. 저는 예민한 지진계가 된 것처럼 이 현상들을 긴밀하게 기록해 나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연금술사처럼 작품에 생동력을 불어 넣는 것. 이게 제가 생각하는 문학이며, 하고자 하는 문학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