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수당 18세까지 매달 10만원 지급
장기전세·행복주택 연 4000호 공급
김현기 의장 “파격 대책 공감할 것”
“과감히 제시...시와 협의해서 시행”

서울시의회가 서울의 합계출산율(2022년 기준 0.59명) 하락을 막기 위해 ‘자녀 있는 가구의 저출생 정책 소득기준을 없애자’는 대책을 제시했다. [사진제공=서울시의회]
서울시의회가 서울의 합계출산율(2022년 기준 0.59명) 하락을 막기 위해 ‘자녀 있는 가구의 저출생 정책 소득기준을 없애자’는 대책을 제시했다. [사진제공=서울시의회]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서울시의회가 전국 평균 합계출산율(2022년 기준 0.78명)에 훨씬 못 미치는 서울의 합계출산율(0.59명) 하락을 막기 위해 파격적인 저출생 대책을 꺼내들었다.

김현기 의장은 24일 “지금 서울의 가장 심각한 경고등은 저출생”이라고 지적하며 위기 해결을 위한 ‘서울형 저출생 극복모델’을 제안했다.

시의회는 자녀가 있는 가구라면 누구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모든 저출생 정책의 소득기준을 없애고, 공공주택과 금융지원을 확대한다. 0~8세로 집중된 아동수당을 18세까지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김 의장은 전날 오전 서울시의회 재출범(1991년) 이후 33년 만에 가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의회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주거, 양육 정책을 과감히 제시하고 서울시와 협의해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집행기관이 아닌 시의회 차원에서 저출생 대책을 발표한 건 이례적이다. 그 배경엔 심각한 서울시 출산율 저하에 따른 대책마련을 서울시에 촉구, 함께 논의하자는 의미가 깔려있다.

김 의장은 이날 “오죽 답답하면 ‘저출생 기자간담회’를 하겠냐”며 “‘3절’이라고 말하고 싶다. 절박하고, 절실하고, 절감하고 있다. 17년 간 정부가 방기했으니 이제 지방의회가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가 서울의 합계출산율(2022년 기준 0.59명) 하락을 막기 위해 ‘자녀 있는 가구의 저출생 정책 소득기준을 없애자’는 대책을 제시했다. [사진제공=서울시의회]
서울시의회가 서울의 합계출산율(2022년 기준 0.59명) 하락을 막기 위해 ‘자녀 있는 가구의 저출생 정책 소득기준을 없애자’는 대책을 제시했다. [사진제공=서울시의회]

전월세 보증금 대출이자 보전

우선 시의회는 저출생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적용 중인 소득 기준을 모두 폐지하는 방안을 서울시와 협의할 계획이다. 신혼 및 자녀 출생 예정 가구라면 소득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다.

공공임대주택 입주 가능 대상가구(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120% 이내, 2인가구 기준 월 600만원), 전월세 보증금 이자지원 대상(연소득 9700만원 이내), 서울형 아이돌봄비 지원(중위소득 150% 이하, 3인가구 기준 월 약 660만원)처럼 다양한 출생지원 정책의 소득 기준이 사라질 경우 그간 혜택을 받지 못했던 젊은 맞벌이 부부들이 직접 수혜 대상이 될 전망이다.

김 의장은 “누구에게든 기회를 부여한다는 게 오늘 발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출생률 하락 원인의 1순위로 꼽히는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도 제시했다.

공공임대의 경우 신혼 및 자녀 출생 예정 가구(또는 최근 1년 이내 자녀 출생 가구)에 연 4000호를 우선 배정하도록 개선한다. 이는 연평균 공급물량의 15~20% 수준이다.

세부적으로는 역세권 시프트, 재개발·재건축 매입, 기존주택 매입임대, 공공주택건설사업 등 공공임대주택 공급 2000호와 기존주택 전세임대 등 확대 공급 2000호로 나뉜다.

시의회는 시 재원으로 우선 지원한 뒤 중앙 정부에 ‘공공주택특별법’ 등 상위법 내 소득 기준 완화를 건의하는 단계를 밟겠다는 방침이다.

시의회는 소득제한이 규정된 상위법 개정 없이 서울시의 재정 지원만으로도 2000호 정도는 공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의회 관계자는 “시비 100%로 하면 기준과 상관없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연 1만 가구엔 전월세 보증금 대출이자를 보전한다. 1자녀는 2%, 2자녀는 4%, 3자녀 이상은 최소부담(1%) 없이 대출이자 전액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8세 이후 중단되는 월 10만원의 아동수당 지급을 18세까지 연장하는 것도 저출산 극복모델의 주 내용 중 하나다. 임산부 교통비 70만원과 부모급여 월 5만원의 추가 지원도 검토한다.

현재 0~8세 생애주기 동안 서울시(정부 포함)가 지원하는 최대액은 8600만원이지만, 시의회 정책 제안대로 규모와 시기 등이 확대될 경우 지원액은 1억원 이상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정부의 아동수당 지급과 중복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이에 김 의장은 “중복 지급하면 어떠냐”며 “지금 서울시 출산율은 거의 재앙 수준이다. 정부가 지원해도 10만원씩 더 주는 건 서울시 재정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의회가 서울의 합계출산율(2022년 기준 0.59명) 하락을 막기 위해 ‘자녀 있는 가구의 저출생 정책 소득기준을 없애자’는 대책을 제시했다. [사진제공=서울시의회]
서울시의회가 서울의 합계출산율(2022년 기준 0.59명) 하락을 막기 위해 ‘자녀 있는 가구의 저출생 정책 소득기준을 없애자’는 대책을 제시했다. [사진제공=서울시의회]

연간 예산 5000억 가량 예상

김 의장은 한 발 더 나가 “시의회가 너무 앞서가는 것 같아서 일단 2033년부터 지급한다고 했는데 사실 욕심으로는 내년부터 10만원을 지급하고 싶다”면서 “서울시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시의회는 이번 저출생 대책을 위해 연간 약 4400억원~4900억원 수준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의장은 “올해 서울시 예산이 무려 47조다. 5000억원 정도는 능히 서울시가 부담할 수 있다”면서 필요시에는 시와 시교육청의 재정 스와프까지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형 저출생 극복모델 시행 시기는 이르면 내년 초가 될 전망이다. 시의회는 발표 전 서울시와 사전 교감을 나누지 않았다. 그럼에도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정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의장은 “입법권과 예산 확정권으로 충분히 실행에 옮길 수 있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시청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격적인 저출생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며 “서울시의회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주거, 양육 정책을 과감하게 제시하고 서울시와 협의해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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