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통신 사업 역량 강화…가시화된 성장세
단통법 폐지·제4이통사 출범 영향 주안점

사진 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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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이통3사의 2023년 연간 실적이 모두 발표됐다. 3년 연속 영업이익 4조원을 넘긴 가운데, 성장 한계가 찾아온 통신 사업 대신 AI(인공지능)를 중심으로 한 비통신 사업에서의 성장세가 가시화된 모습이다. 다만 단말기유통법(이하 단통법) 폐지와 제4이통사의 출범 등의 이슈가 부각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투자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SK텔레콤(이하 SKT)을 시작으로 7일 LG유플러스, 8일 KT 순으로 이통3사의 2023년 연간 실적이 발표됐다. 

SKT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7조6085억원, 영업이익 1조753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8%, 8.8% 증가한 수치다. KT의 연간 실적은 매출 26조3870억원, 영업이익 1조6498억원으로, 매출은 2.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4% 줄었다. LG유플러스도 전년 대비 3.4% 증가한 14조3726억원의 매출을 거뒀지만, 영업이익은 9980억원으로 7.7% 줄었다.

이들의 공통분모로는 ‘비통신 사업’이 꼽힌다. 기존 주력 사업인 통신 부문의 성장 한계가 다가오는 가운데 AI 등 기술 부문과 콘텐츠 영역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다. 올해도 이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 본격적인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계획 역시 공통적이다. 

먼저 SKT의 경우 AI 인프라의 기반인 데이터센터 사업이 전년 대비 30% 성장하며 상승 궤도에 진입했다. 사피온의 차세대 AI 반도체 ‘X330’이 출시되며 AI 반도체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클라우드 매출도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했다. AI 에이전트 ‘에이닷’은 지난해 10월 아이폰 통화 녹음 및 요약 기능이 출시된 이후 빠르게 이용자를 늘려가고 있고, ‘이프랜드(ifland)’ 역시 지난해 5월 론칭한 ‘이프홈’ 인기에 힘입어 연말 기준 월간 실사용자 수 361만명을 기록했다. ‘T우주’도 유튜브 프리미엄 등 고객 니즈가 높은 서비스들과의 제휴를 통해 연말 기준 월간 이용자 235만명 이상을 달성했다.

KT는 디지털 전환(DX) 수요 증가와 더불어 AICC, IoT, 스마트모빌리티, 스마트 공간, 에너지 등 B2B 5대 성장 사업의 성과가 돋보였다. 기업인터넷·데이터 사업은 기업고객 트래픽 증가에 따라 전년 대비 매출이 4.7% 성장했고, AICC와 엔터프라이즈 IoT 사업에서의 고객 확대로 5대 성장 사업 매출도 2.4% 증가했다. 이외에도 금융·부동산·콘텐츠·DX·보안 등 그룹 핵심 포트폴리오의 성장세도 뚜렷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LG유플러스의 경우 무선 가입 회선이 전년 대비 26.1% 늘어나는 등 통신 사업에서의 성과와 더불어 기업인프라 매출도 힘을 보탰다. 전년 대비 7.4% 증가한 1조7057억원을 기록하며 각 부문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특히 솔루션과 IDC 사업 매출이 각각 9.6%, 16.3% 성장했다.

다만 최근 통신 시장의 주요 이슈로 제4이통사 출범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시각도 있다. 대체로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나, 중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신한투자증권 김아람 연구원은 “28Ghz를 할당한 정부 취지상 초기에는 공항이나 경기장, 병원 등 B2B 핫스팟 위주로 사업을 전개할 것이기에 단기적으로 제4이통사 선정이 이통3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스테이지엑스의 본체인 스테이지파이브가 구 카카오 계열사로서 2015년부터 알뜰폰·키즈폰 사업을 영위해왔으며, 28Ghz 사업과 함께 기존 알뜰폰 사업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경우 통신업종내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나증권 김홍식 연구원은 “냉정히 평가하면 제4이통사가 국내 시장에 뿌리를 내릴 가능성은 낮지만, 통신 주주 입장에선 주파수 취득을 통한 신규 사업자 탄생 자체가 부담이며 향후 펀딩에 성공하게 된다면 꽤 신경 쓰이는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며 “펀딩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제4이통사가 가입자 모집에 나서게 되면 이통3사에 대한 투자심리는 위축될 공산이 커 보인다”고 내다봤다.

단통법 폐지 역시 중요한 이슈로 꼽힌다. 마케팅 경쟁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으로, 과거와 같은 보조금 출혈경쟁이 재현되면 통신사들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단통법이 제정된 10년 전과는 시장 상황이 다른 만큼, 통신 사업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메리츠증권 정지수 연구원은 “10년 전에는 가입자 1명이 아쉬운 상황이었던 반면 지금은 5G서비스가 성숙기를 지나 정체기에 진입하며 가입자 유치를 위한 유인이 과거와 달리 크지 않고, 단말기 제조사 입장에서도 지원금을 더 부담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결론적으로 단통법 폐지 자체보다는 총선 전까지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부 의지와 규제 리스크 지속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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