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이상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한 달만
끼고, 추락하고, 깔려서…잇단 산재 발생
정부, 중대재해·산업안전보건법 조사 중
경영계, 해당 법안 위헌 소지 있다고 주장
노동계 “준비 안 됐다더니…앞뒤 안 맞아”

지난해 6월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이 서울 구로구 대륭포스터타워 건설현장을 방문해 근로자 애로사항을 수렴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해 6월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이 서울 구로구 대륭포스터타워 건설현장을 방문해 근로자 애로사항을 수렴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확대 적용 한 달 만에 9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해당 사업주가 중대재해법으로 입건된 사례는 전무했다.

26일 고용노동부(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이 5인 이상 전체 사업장으로 확대된 지난달 27일부터 5~49인 사업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는 모두 9건이다.

앞서 지난 2022년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 먼저 적용된 이후 2년 유예를 거쳐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됐다.

중대재해법은 일터에서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법안 시행 나흘 만에 50인 미만 중대재해법이 첫 번째 사례가 기록됐다. 지난달 31일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폐알루미늄 수거·처리업체에서 30대 근로자가 집게 마스트와 화물 적재함에 끼어 목숨을 잃었다.

같은날 강원도 평창에서 축사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던 40대 하청업체 노동자가 추락사, 지난 1일 경기도 포천에서 50대 근로자가 2톤 상당의 철제에 깔려 사망했다.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이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안전보건공단 서울남부지사에서 열린 중소기업 중대재해 예방 총력대응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이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안전보건공단 서울남부지사에서 열린 중소기업 중대재해 예방 총력대응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노동부는 사고 이후 곧바로 중대재해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조사에 나서고 있으나 현재까지 50인 미만 사업주 등이 중대재해법으로 입건된 사례는 없다.

노동부 중대산업재해감독과 관계자는 본보에 “통상 사건이 발생해 조사를 시작하면 입건까지 한 달 이상, 길게는 수개월까지 걸린다”며 “면밀한 수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법이 50인(억) 이상 사업장에 처음 시행된 이후 같은달 29일에 경기 양주시 삼표산업채석장에서 토사 붕괴로 작업자 3명이 숨졌을 당시 노동부는 사고 발생 11일 후인 2월 9일에 대표이사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바 있다. 이 사건은 검찰 송치, 기소를 거쳐 오는 4월 첫 정식 재판을 앞두고 있다.

당초 정부 여당과 경영계가 법 확대 적용에 반대하며 2년 추가 유예를 촉구해 온 상황에서 오는 29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유예안이 상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계는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추가 유예 법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회장은 지난 22일 신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중대재해법 사고가 사업주 때문이라는 인과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며 노동 전문 변호사들에게 자문한 결과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의견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법안에 대한 억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중대재해법은 이미 지난 2022년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경영계 또한 법의 취지에는 동의하나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아직 준비가 안 됐을 뿐이라고 주장해 왔다”며 “그래서 유예해 온 것인데 이제 와서 ‘원래 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하겠다는 주장은 앞뒤가 안 맞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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