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이주민 권리보장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
이주인권단체 공동주최…각 정당에 정책질의서 발송
“尹 정부, 이주민에 대한 배타적·후퇴적 정책 강화”
차별금지법·노동허가제·난민법 개악안 폐기 등 촉구

전국이주인권단체가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인 21일 오전 국회 앞에서 ‘22대 총선 이주민 권리보장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전국이주인권단체가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인 21일 오전 국회 앞에서 ‘22대 총선 이주민 권리보장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이주인권단체가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정책을 규탄하고 정부에 평등한 권리 보장 정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전국이주인권단체는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인 21일 오전 국회 앞에서 ‘22대 총선 이주민 권리보장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은 UN(국제연합)이 지정한 날로, 지난 1960년 3월 21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종분리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며 인종차별 철폐 시위를 하다 경찰이 쏜 총에 맞아 69명이 희생된 사건을 매년 기리고 있다.

이날 단체는 “한국은 인종차별철폐협약에 가입했지만 여전히 이주민이 겪는 인종차별과 혐오, 착취는 그대로다”며 “정책 개선은 더디고 윤석열 정권 하에서 이주민에 대한 배타적·후퇴적 정책이 강화되며 인종차별이 제도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2대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거대 정당들의 이주민 권리보장에 대한 정책 공약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며 “오히려 돌봄 이주노동자의 최저임금 차등 요구처럼 정부와 정치권이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22대 총선에서 이주민 차별 의제가 충분히 다뤄져야 하고 권리보장 정책이 제시돼야 한다며 정책요구안을 발표했다. 총선 요구안에는 △차별금지법 제정 △노동허가제 도입 △최저임금 차등적용 철회 △이주여성 체류 안정성 보장 △미등록 이주민 강제 단속추방 중단 △난민법 개악안 폐기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지원 확대 등이 포함됐다.

이주 정책에 대해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고기복 운영위원장은 “현재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이주민들은 고용허가제 등 외국인력제도에서 차별적인 처우를 받고 있다”며 “고용허가제 하에서는 사업장 변경 제한은 물론이고, 지역 이동제한까지 더해져 직업선택의 자유는 물론이고, 거주 이전의 자유마저 제한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계절노동자제도에서는 법무부의 체류 중심의 관리로 인해 브로커의 중간 착취와 노동권, 인권 침해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여기에 임금체불이 빈번하며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고, 컨테이너 등 열악한 기숙환경에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더욱이 정부의 미등록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반인권적인 강제 단속추방 정책으로 인해 이주노동자 산업안전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게 고 위원장의 설명이다. 이에 고 위원장은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전면 합법화, 이주노동자지원센터 예산 복원과 지원 인프라 확대 등을 요구했다.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인 21일 오전 국회 앞에서 진행된 ‘22대 총선 이주민 권리보장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투데이신문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인 21일 오전 국회 앞에서 진행된 ‘22대 총선 이주민 권리보장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투데이신문

이주노동에 대한 요구도 이어졌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한국에 이주노동자 도입 역사가 30년이 훨씬 넘었지만 아직까지도 노동자가 아니라 무권리 일회용품 취급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이주노동자 고용에 대한 모든 권리가 사용자한테 있어서, 그들은 이주노동자를 마음대로 착취하고 근로조건, 태도, 처우, 임금, 안전, 숙소를 하나도 개선하고 있지 않다”며 “정부는 이 같은 고용허가제를 포함해 모든 취업비자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해 강제노동을 시키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어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이윤의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있다”며 “사업장 변경, 안전권, 건강권, 주거권, 강제노동에서 보호받을 권리, 가족동반권 보장은 물론 미등록 노동자 체류권 부여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주여성에 대한 총선 요구안으로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 대표는 외국인 가족을 포괄하는 다문화 가족의 정의 확대, 한부모 이주여성 지원체계 강화, 결혼이주여성 체류권 보장, 인권보호와 성폭력 대책 마련 등을 제안했다.

허 대표는 “이주여성들은 이주자와 여성이라는 복합 차별에 직면하고 젠더기반 폭력을 경험한다”며 “한국 정부는 체류 자격을 엄격하게 부여하고 미등록 체류제 대한 지원을 제한하고 있음에 따라 공적 지원 체계는 주로 한국 남성의 법률혼 배우자 또는 한국 국적 자녀의 어머니라는 지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농촌 지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비닐하우스나 임시가설주택 등을 기숙사로 제공받기도 하고, 시설이 열악해 여성 관련 질병에 취약하거나 성폭력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며 “또 한국인과 법률혼 밖에서 자녀를 출산한 이주여성은 출생등록이 어려워 기본적인 체류권과 사회복지 향유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인 21일 오전 국회 앞에서 진행된 ‘22대 총선 이주민 권리보장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권리보장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투데이신문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인 21일 오전 국회 앞에서 진행된 ‘22대 총선 이주민 권리보장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권리보장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투데이신문

요구안에는 난민 정책에 대한 제안도 담겼다. 이들 단체는 한국 정부가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별도 제정해 시행하고 있지만, 정작 난민으로 인정받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난민인권네트워크 소속이자 사단법인 두루 김진 변호사는 “해마다 난민인정률은 2%를 넘지 못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를 제도를 남용하는 허위 난민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며 “그러면서 재신청자 등 특정 난민 신청자에 대한 면접조사를 생략하고 이의신청을 못하게 하는 ‘난민인정심사 부적격제도’를 도입하려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단순히 허위 난민 때문이 아니라 지나치게 높은 자격 심사 기준과 절차적 권리 미보장에 따른 종합적인 결과다”며 “더욱이 어렵게 난민으로 인정 받아도 정착 지원 기반은 사실상 전무하고 처우 지원 등 정책 역시 없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한국이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난민인정심사제도를 운영해 신청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고 난민 인권 보호와 처우 보장을 위한 법 제도, 중장기적 난민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더 나아가 인도적 체류자와 난민 신청자의 권리 역시 강화돼야 하고 출입국항의 난민 신청자가 기본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공항 밖 비구금의 형태로 운영되는 거주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일명 ‘새우꺾기’ 고문 등이 자행된 것으로 알려진 외국인 보호소에 대해서도 운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단체는 “이주민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우리 모두의 동료 시민”이라며 “각 정당은 요구안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침해받고 차별받는 이주민의 권리를 옹호할 수 있을 것인지, 평등한 삶을 누리는 동등한 시민으로서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 인지에 대해 구체적 이행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외쳤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각 정당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요구안 정책 질의서를 발송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