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어쩌다장애인함박TV’ 함정균씨
불의의 오토바이 사고로 척수장애 판정
장애인에게 버스·지하철은 ‘불편투성이’
경사가 심한 곳에서는 보행도 쉽지 않아
휠체어가 많이 다니는 성숙한 국가 돼야
인식 변화 우선되면 제도 개선 뒤따를 것

함정균씨 ⓒ투데이신문
함정균씨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장애인 이동권을 둘러싼 당사자와 장애계 시민단체들의 투쟁은 현재 진행 중이다. 지하철부터 버스, 보도, 비행기 등 장애인의 발길이 닿는 어느 곳에서든 이동에 있어 차별받지 않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탁상행정이 아닌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된 실질적인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과연 당사자들이 원하는 실질적인 정책이 과연 무엇일지 들어보기 위해 <투데이신문>은 지난 4일 척수장애인 함정균(47세·지체 3급)씨를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함씨는 마술문화협회 이사이자 유튜브 ‘어쩌다장애인함박TV’ 채널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함씨는 그의 말처럼 어쩌다 장애인이 됐다. 2013년 10월 함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속초 여행길에 올랐다. 그런데 미시령 고개를 넘어가기 전 커브를 도는 과정에서 사고가 났고 그 이후 상황은 기억에 없다고 함씨는 말했다. 그는 이 사고로 척수장애 판정을 받았다. 함씨는 하반신을 쓸 수 없고, 팔과 손은 자유롭진 않지만 어느 정도 움직임이 가능한 상태다.

함정균씨 ⓒ투데이신문
함정균씨 ⓒ투데이신문

2년간의 병원생활을 마치고 장애인으로 다시 마주한 세상은 그에게 불편투성이였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대중교통이었다. 버스는 이용할 생각도 못했고 그나마 지하철이 더 나은 편이었지만 불편함이 없는 건 아니었다.

“장애인 지하철 이용의 어려움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어요. 첫 번째는 승강장과 열차의 간격이 너무 넓어요. 많은 역이 그런 편은 아니지만 분명히 존재하긴 해요.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데가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 당고개 방향으로 가는 승강장이에요. 열차와의 간격이 20~25cm 정도 되는 거 같아요. 말만 들으면 얼마나 되겠나 싶지만 실제 공간을 육안으로 보면 얘기가 달라지죠. 물론 역무원을 부르면 도움받을 수 있지만 번거롭잖아요. 두 번째는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높이 차이에요. 5호선 영등포구청역 같은 경우는 높이가 10cm 가량 차이 나요. 내릴 때면 고꾸라질 정도에요. 세 번째는 최근 논란인 휠체어 리프트에요. 5호선 신길역이나 4호선 오이도역에선 사람이 죽기도 했죠. 2·7호선 대림역은 역무원이 밖으로 돌아가라고 할 정도로 계단이 가팔라요. 그걸 휠체어 리프트로 이동하려면 시간도 어마어마하게 걸리고 위험하겠죠.”

함씨도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루는 건대입구역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타는데 진동 때문에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안전장구 없이 맨몸으로 있는 거나 진배없는데, 안 타본 사람은 그 공포감을 몰라요. 낭떠러지에서 누가 ‘툭’ 밀면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죠. 제가 늘 하는 말이 우리나라는 사람이 하나 죽어나가야 발톱에 때만큼 바뀌어요. 휠체어 리프트 사고도 그랬죠. 애초에 버튼이 제대로 설치돼 있었다면 신길역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예요.”

함씨는 휠체어 리프트를 대신해 1동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장애인이 알고 잘 이용할 수 있도록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OECD 국가의 지하철 엘리베이터 보급률 평균이 62%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17년 서울 지하철 1동선 엘리베이터 보급률은 88%)정도인데 우리나라는 훨씬 높아요. 그런데 어디 있는지를 몰라요. 예를 들어 4개 역 환승구간인 왕십리역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는 어느 노선으로 가는지, 어느 승강장으로 가는지. 그냥 일반 엘리베이터인지 알 수가 없어요. 지하철 바닥에 알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에도 동선을 표시하는 게 시급해요.”

함정균씨 버스 탑승 관련 라이브 방송화면 캡처 ⓒ투데이신문
함정균씨 버스 탑승 관련 라이브 방송화면 캡처 ⓒ투데이신문

함씨는 인터뷰 전날 처음으로 서울에서 시내버스를 탔다고 했다. 예상은 했지만 버스를 세워 탑승하고 내리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버스를 불러 세워가지고 타야 하는데 쉽지 않아요. 또 버스를 세워 경사판을 내리려는데 전봇대가 있고, 조금 옮겨 내리려는데 가로등이 있고. 경사판도 문제에요. 자동이다 보니 움직임이 굉장히 느려요. 외국 같은 경우는 수동 접이식으로 버스 기사분이 접었다 폈다 하는 방식이에요. 장애인 승객이 버스에 탈 때 안전벨트 착용 등을 이유로 기사 분은 차에서 내릴 수밖에 없어요. 수동으로 하면 시간도 절약될 텐데 아쉽죠. 가장 큰 문제는 불법주차였어요. 정류장 인근의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버스가 제대로 정차할 수 없어요. 어렵게 후진 해 정차하긴 했지만, 화가 났어요.”

함씨는 장애 판정 이후 비행기에 오른 적이 없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낯선 곳에서의 이동이 두려워서겠죠. 또 척수 장애인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서 보면 저가항공사 이용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불친절하다는 게 가장 커요. 사전에 미리 얘기하지 않으면 즉각 대응이 안 된다고 해요. 돈 많은 사람들이야 비싼 항공기 이용이 자유롭다지만 그러지 못한 경우는 저가항공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어렵겠죠. 이런 부분이 제도적으로 보장됐으면 좋겠어요.”

함씨는 장애인은 대중교통뿐만 아니라 보행도 쉬운 일은 아니라고 했다.

“보행하면서 겪는 어려움도 굉장히 많아요. 일단 길이 고르지 못하고 울퉁불퉁하면 그 충격 때문에 머리가 아플 정도에요. 또 내리막길이나 오르막길에서는 휠체어 브레이크를 걸더라도 움직이니까 매우 위험하죠. 그래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돌아서 가기도 해요. 경사가 심한 곳은 도로 양쪽에 가드레일을 설치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또 가뜩이나 길이 좁은데 그곳에 노점까지 있으면 지나가는 것만으로 불편해요.”

함정균씨 ⓒ투데이신문
함정균씨 ⓒ투데이신문

함씨는 한국의 장애인 이동권 수준을 ‘50 대 50’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제도적 개선도 중요하지만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는 장애인 이동권이 70% 가까이만 보장되면 굉장히 성숙한 국가라고 생각해요. 작게는 휠체어가 많이 다니는 도시는 성숙한 도시이기도 하고요. 한국의 상황은 절반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앞서 언급된 문제들만 해결되면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편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오지 않을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 인식 개선이 필요해요. 한국 사람들은 정이 굉장히 많아서 장애인들을 잘 도와요. 물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긴 하지만 그들 중에는 몰라서 못 돕는 사람도 있어요. 이런 부분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봐요. 인식개선이 이뤄지면 다른 것도 자연스럽게 바뀔 수 있지 않을까요”

그와의 만남이 성사되기까지 기자는 예상치 못한 난항을 겪었다. 만남의 장소를 선택하는 데 대화에 방해되지 않게 조용하며, 휠체어를 이용하는 함씨의 이동이 불편하지 않은 곳을 기준으로 삼았다. 인근에 그룹별 이용이 가능한 스터디룸을 예약하려 했지만 엘리베이터가 없거나, 있더라도 건물을 들어가기까지 경사로 없이 계단만 있는 곳뿐이었다. 1층에 위치한 곳도 문을 열고 들어가기 위해서는 2~3개의 계단을 올라야 했다. 함씨는 이 같은 일이 장애인들에게는 익숙한 일이라고 했다.

집을 떠나 길을 걷고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건물에 들어가는 등 비장애인에게는 당연한 일상이 장애인에게는 차별이 된다. ‘보통의 삶’을 꿈꾸는 장애인들에게 이동권 보장은 절실하다. 그들의 간절함이 반영된 ‘장애인의, 장애인에 의한, 장애인을 위한’ 진정한 배리어프리가 실현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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