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수사결과 발표 이후 변경된 아동음란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elcome to Video)’ 접속화면. 사진제공 = 경찰청
한국, 미국, 영국, 독일 등 32개국 공조수사결과 발표 이후 변경된 아동음란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elcome to Video)’ 접속화면. <사진제공 = 경찰청>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세계 최대의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해 1년 6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손정우의 아버지가 아들을 미국으로 송환하지 말아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을 올리고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손정우는 지난 2018년 아동음란물을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아 복역하고 지난달 27일 만기 출소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미국 법무부가 손정우의 출소에 맞춰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른 송환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손정우가 출소하자마자 인도구속영장을 집행해 신병을 확보했습니다.

손정우의 미국 송환 여부는 오는 19일 서울고법에서 진행되는 범죄인 인도심사 심문 결과에 따라 결정됩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손정우의 아버지는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다크웹 운영자 손정우 자국민을 미국으로 보내지 말고 여죄를 한국에서 받게 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습니다.

손정우의 아버지는 청원에서 “IMF 이후 빚 때문에 돈이 없어 비참한 생활을 했다”며 “그런 생활 속에서 자기 용돈은 자기가 벌어보자고 시작한 것이었다. 큰 집으로 이사를 하려고 돈을 모으려는 과정에서 범죄를 저지르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아빠 입장에서 아들에게 중형이 선고될 것을 뻔히 알면서 어떻게 사지인 미국으로 보낼 수 있겠느냐”면서 “중학교 중퇴에 학교 다닌 날보다 안 다닌 날이 많은 아들이 음식문화와 언어가 다른 미국에서 복역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아이”라며 “원래 천성이 악한 아이는 아니다. 그렇다고 강도 살인 강간미수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라고 미국 송환을 멈춰달라고 했습니다.

손정우의 아버지는 청원에서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면서도 “죄에 대한 선처를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미국과 협상을 통해 여죄에 대한 처벌을 한국에서 받도록 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청원 외에도 손정우의 아버지는 서울고법과 법무부 국제형사과에 이 같은 내용의 자필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손정우의 아버지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청원내용 사진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손정우의 아버지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청원내용 <사진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국내법은 손정우의 혐의를 아동 성착취물 판매·유포, 음란물 전시, 음란물 광고 등 3개로 판단한 반면 미국 법무부는 손정우에게 아동 성착취물 광고 공모, 아동 성착취물 유포, 자금 세탁 등 9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손정우가 아동 성착취물 광고·유포에 대해 한국에서 이미 처벌을 받은 만큼 이를 제외한 나머지 혐의에 대해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혐의가 제외된다고 해도 손정우는 미국법에 따라 최대 100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부모 입장에서 자녀가 미국으로 송환돼 중형을 선고받는 것을 막으려는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말 손정우의 범죄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면, 잘못을 뉘우치고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면 미국 송환을 반대할 수 없을 겁니다.

더구나 가난한 가정환경, 용돈벌이 등 가해자가 범행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다는 식의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또 ‘살아갈 날이 많다’거나 ‘천성이 악한 아이는 아니다’라는 등 가해자에 감정이입을 하도록 하는 것은 피해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주장입니다.

손정우는 수많은 피해자들의 ‘살아갈 날’을 망치고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가해자입니다. 그는 어떤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용서받을 수 없는, 100년형도 과하지 않은 범죄를 저지른 범인입니다.

일부 언론은 손정우의 아버지가 쓴 청원글을 인용해 ‘애끓는 호소’라는 등의 제목을 달고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보도는 하지만 손정우의 아버지가 쓴 글은 가해자에게 감정이입한 ‘가해자 중심 서사’에 불과합니다.

손정우의 아버지는 ‘강간미수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손정우의 범죄를 축소하는 의도를 가진 발언입니다. 손정우의 아버지는 해당 청원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청원글을 삭제한 상황입니다.

웰컴 투 비디오를 비롯해 n번방 사건 등 수많은 성범죄들은 이 같은 가해자에 대한 온정적인 시선을 먹고 자라났습니다. 가해자들은 미약한 처벌만을 받고 떳떳하게 살아가는 반면 피해자들은 고통 속에서 삶을 보내는 것도 이 같은 시선 때문입니다.

한국 사법부는 손정우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내리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손정우가 미국으로 송환되지 않는다면 성범죄자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게 될 겁니다.

손정우가 미국으로 송환돼 자신의 범행에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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