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 작가.
▲박재희 작가.

‘인간의 희망이나 간절한 기도를 부탁하면 언제라도 들어줄 것 같은 표정을 지은 모습을 그리는 작가‘

박재희 작가는 말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마도(馬圖)’의 작가다. 

그녀의 말은 이탈리아의 조각가 마리노마리니(Marino Marini)의 말처럼 전통과 현대적 형태를 참신하게 결합해 보여주며, 우아하고 잘생긴 실루엣 형태의 단순한 조형미가 돋보인다.

하지만, 에드가 드가(Edgar De Ga)처럼 질주하는 말의 스피드한 감정을 드러내진 않는다. 인간이 직면한 불안과 비극적 상황도 작품에 담지 않는다.  

박재희의 말은 동양적이면서 서양적이다. 고구려 고분벽화에 등장하는 수렵도의 말보다 5~6세기 신라시대에 그려진 천마총 속에 천마도의 말안장에 그려진 말처럼 정적이며 조용하다.

흰색의 천마는 동물의 신이다. 죽은 사람을 하늘 세계로 실어 나르는 역할이기에 그림 속의 말은 종교적 메시지를 담는다. 

그녀의 말은 형상에서 매우 단아하고, 순결하다. 품에 두거나 안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표정도 있다. 이런 감정은 부드러운 필치나 조용한 자태에서 돋보인다. 

PEACE 작품.
<PEACE>

박재희 작가는 왜 ‘말’에서 영감을 받았을까. 

호랑이나 용 등 강함을 상징하는 동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더 선호했던건 가장 친근하며 사람들에게 우대 받았던 동물이기 때문 아니었을까. 말은 조형적으로도 안정적이며 친숙하고, 눈이나 입의 형태에서 따뜻하고 선한 느낌을 풍긴다.

최근 작품에서 화려한 꽃의 화관 속에 자리한 영광스러운 상징의 말이 등장하기도 한다. 여기서 말은 선명한 색채의 문양으로 특유한 화풍의 말로 묘사된다. ‘말’이라는 단순한 소재에 종교적인 상징을 가미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느껴진다. 

나는 작가의 작품 중 <평화>와 <우리>라는 작품에 주목했다. 세련된 색채의 대비와 완벽한 말과 꽃의 컴포지션(구성・배치・구도・배합), 밀도 있는 화면 구성은 회화적 능력이 어디까지인지를 보여준다. 

다른 마도(馬圖)에서는 실루엣 풍의 단순한 모노톤을 보여줬지만, 말의 모습과 동세가 역동적으로 표현돼 작가의 흔들린 내면 상태를 얼핏 엿볼 수 있었다. 

응시3 WINNER
응시3 WINNER

근작으로 보이는 단색톤의 말들은 긴장된 공간감과 동세를 연출하면서 조용한 생명력을 전해준다. 무엇보다 그윽하면서 간결함을 유지한 조형적인 박재희의 말들은 단순함으로 그 시각적, 촉각적 이미지를 풍요롭게 더해준다. 

그녀가 사용하는 색채의 다양한 하모니와 구성력도 그녀가 지향하는 작업의 방향을 밝게 하고 있다. 따뜻하면서 균형 잡힌 서정적인 색깔로 회화의 품격을 보유하고 있는 측면에서 더욱 그 기대감이 증폭된다.

이 배경에는 박재희 작가가 가진 인성 즉 가족과의 소통, 신에 대한 진실한 믿음 등이 바탕이 되고 있음을 증명해준다. 

작가는 평소에도 무엇보다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보편적인 사랑 그리고 가족 ,소통의 관계와 문제를 그림 속에서 일관되게 추구했다. 
그리고 거기서 가장 이상적인 메신저가 그녀가 지금까지 애정을 가진 말이었다. 

모든 예술가들은 자신의 욕망과 의지를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한다.

그 언어들은 다양한 내용과 형식으로 다른 모티브를 끌여들여 작품으로 완결시킨다. 

박 작가의 이번 작품 중 <에덴 동산>에서 일어났던 아담과 이브의 스토리는 사랑과 소통, 관계의 방식에 대한 작가의 발언이 반영된 다소 낯선 작품들이다. 

이 작품으로 자화상에서 의인화 된 말(馬)을 통해 삶과 관계를 바라보는 뛰어난 메타포의 통찰을 선악과의 사과로 확인하고 싶었다. 

특히 최근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가져다 혼돈 상황을 에덴의 동산에서 아담과 이브가 나누었던 인간의 욕망으로 절묘하게 비유했던 것이다.

EVE
<EVE>

이제 그녀는 다시 말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말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원천이자 원동력인 사랑의 언어를 전달하는 메신저로 더욱 격조 있게 화면에서 표출될 것이다.

그녀가 진정 작품을 통해 세상에 던지고 싶은 간절한 메시지는 바로 ‘사랑’이다. 그 사랑은 아가페적인 사랑도, 로고스적인 사랑도 포함하는 열정적인 파토스적인 사랑이 될 것이다. 

마침내 그녀가 도달하고 싶어하는 곳은 고요하고 아름다운 천국, 우리 모두가 꿈꾸는 파라다이스 평화의 땅이다. 

▲ 김종근 미술평론가(사)한국미협 학술평론분과 위원장
▲ 김종근 미술평론가
(사)한국미협 학술평론분과 위원장

‘혼자만의 평화가 아닌 함께 하는 평화 ,나누는 평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평화.’

작가는 이 뜨거운 소망을 말을 통해 쉬지 않고, 지치지 않게 창작하며 기도할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술가로서 박재희 작가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주제이자 영감의 원천은 사랑이다.

그러한 기도와 메시지가 그녀의 말을 통해 천상에 도달하기를 그녀는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열정이 화폭속에 고스란히 담겨 작가의 작품이 영혼의 울림처럼 아름답고 빛나는 이유다.

박재희 작가의 전시는 ‘Take me Away’를 주제로 GALLERY Well에서 7월 10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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