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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재판 양형에 영향을 미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한 전문심리위원의 평가가 엇갈렸다. 삼성 측이 추천한 위원은 충분한 감시 역량을 갖춘 기구로 평가한 반면 특검 측 위원은 최고경영자에 대한 감시 체계 부재 등 실효성을 문제 삼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7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 5명에 대한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8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은 정식 공판절차로 이 부회장도 법정에 직접 출석했다.

이번 공판에서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한 전문심리위원의 의견이 공개됐다.

이날 재판에는 전문심리위원단인 강일원 재판관을 비롯해 홍순탁 회계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참여해 준법감시위에 대한 최종 평가 의견을 밝혔다. 강 전 헌법재판관은 재판부가, 홍 회계사는 특검이, 김 변호사는 삼성 측이 추천한 위원이다.

강 전 헌법재판관은 “준법감시조직이 강화된 측면은 있지만 새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정의하고 선제적 예방활동을 하는 데에는 이르지 못하지 않았나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 합병 관련 형사사건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사건 등 관련해서 조사가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고발된 임원들에 대한 조치도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관계사 내부 조직에 의한 준법감시는 아직 최고경영진에 대해서는 일정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회사 내 준법문화와 여론의 관심 등을 지켜본다면 준법감시위의 지속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현 단계에서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특검 측 추천 위원인 홍 회계사와 삼성 측 김 변호사 의견은 엇갈렸다.

홍 회계사는 최고경영진과 계열사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준법감시위가 실효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홍 회계사는 “검찰 기소까지 이뤄진 것이면 그 대상이 최고경영진이라도 준법통제 절차를 밟는 것은 당연한데 1심 선고 이전에 사실조사가 불가능하다는 말을 수차례 들었다”며 “삼성물산 관련해 사실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은 다른 임직원에 적용된 프로세스가 최고경영진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사를 강제할 수 없다는 점, 대외공표 외에는 실효성이 없는 점, 합병 관련은 준법감시제도에서 제외한 점도 실효성을 의심하게 하는 항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준법감시위에 계열사 참여 절차보다 탈퇴가 용이한 점 등을 들어 준법감시위가 지속가능한 제도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반면 김 변호사는 준법감시위가 충분히 역량을 갖춘 기구라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준법감시위) 인적구성을 보면 위원장과 위원들 모두 최고경영진이나 이해관계로부터 독립적 입장에서 준법감시를 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준법감시위) 권고에 따라 총수가 직접 국민을 상대로 사과하고 준법경영을 약속했고, 이런 관심과 내부 준법문화는 총수를 포함한 최고경영진의 준법의지를 지금보다 후퇴시키거나 약화시키지 않을 동기로는 충분하다”고 밝혔다.

당초 전문심리위가 재판부와 삼성, 특검 등이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면서 일치된 결론을 내기 힘들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삼성의 준법감시위는 재판부 권고로 조직된 기구다. 지난해 10월 파기환송심 재판을 시작하면서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양형 반영 요인으로 삼성 내 준법감시체계를 만들 것을 주문해 지난 2월 출범한 조직이다.

하지만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당초 짧은 평가 기간과 내부 감시라는 특수성과 평과 과정에 대한 불투명성 등을 이유로 불공정 논란이 지속돼 왔다.

이날 부회장의 실형을 촉구하고 나선 시민단체들도 준법감시위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법경유착에 의해 이 부회장의 감형을 위한 도구로 탄생된 만큼 많은 논란을 빚었다”며 “준법감시위원회의 모델이 되었던 미국의 준법감시위원회는 총수 개인이 아닌 법인범죄에 고려되었던 부분이었던 만큼, 정당성 자체도 인정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날 전문심리위원단의 의견과 양측의 석명준비명령에 대한 답변을 듣고, 오는 21일 결심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삼성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17년 2월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2심에서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8월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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