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총수일가 ‘회사기회유용’ 혐의로 조사 요청
SK “이미 경영권 확보, 다른 투자가 실익 있다고 판단”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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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취임을 앞둔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SK실트론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사익편취 혐의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SK실트론은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 조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SK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SK가 실트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최태원 회장에게 부당한 이득을 제공했는지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올해 상반기 안에 발송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보고서를 전달한 후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의 실트론 인수는 지난 2017년부터 진행됐다. SK는 그해 1월 LG로부터 반도체 기업 실트론의 지분 51%를 1주당 1만8139원에 인수했다. 이후 같은 해 4월에는 잔여지분 중 19.6%를 1주당 1만2871원에 매입했다. 나머지 29.4%는 최 회장이 같은 가격으로 공개입찰을 통해 확보했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는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이 회사의 기회를 유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SK가 할인된 가격에 실트론 지분 전부를 인수할 수 있었음에도, 최 회장에게 매입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총수 일가 사익편취에 도움을 줬다는 비판이다. 

경제개혁연대는 당시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하고 “잔여지분의 경우 경영권프리미엄이 제외돼 최초 매입가보다 약 30% 가량 낮은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에, 이미 지배권을 확보한 SK 입장에서는 이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회사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이었다”라며 “최태원 회장의 지분 인수는 회사기회유용 여부가 문제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사회에서 논의하지 않은 점도 의문점”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공정거래법 제23조에서는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는 특수관계인이나 특수관계인이 일정지분 이상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에 대해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여기에는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행위 또한 포함된다.

업계에서는 공정위 제재 절차가 시작 되더라도 최 회장이 직접적인 과징금 부과 및 고발 대상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는 과거 유사한 사례에서도 법인에게는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회장 개인에게 따로 고발 등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은 바 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오는 24일 4대 기업 총수 최초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 취임을 앞두고 있는 만큼, 사익편취에 대한 법인 제재가 이뤄질 경우 기업 윤리 차원의 도덕성 논란은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SK실트론은 2017년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매년 15% 이상의 매출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려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의 따르면 SK실트론은 지난 2018년 매출 1조3361억원 중 15%에 해당하는 2053억원이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2019년의 내부거래 비중 역시 총 매출 1조5415원 중 2764억원으로 17%를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기초재료를 제조하는 SK실트론은 특히 SK하이닉스와 거래 관계를 이어오며 내부거래 비중을 높여 온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개정된 공정거래법에는 총수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을 사익편취 규제 대상으로 편입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현행 규정에는 이미 연매출 200억원 또는 12% 이상이 내부거래에서 발생할 경우 일감 몰아주기 조사 대상이 포함하도록 돼 있다.    

SK그룹은 SK실트론 매입 과정에서 불거진 사익편취 의혹과 관련해 이미 경영권을 확보한 상황에서 잔여지분 매입은 불필요했다며 충분히 소명 가능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이밖에 SK실트론과의 내부거래 비중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상 조사 대상에는 포함되겠지만 문제가 될 만한 일감 몰아주기는 없다고 설명했다. 

SK그룹 관계자는 “SK실트론 지분 인수 당시 이미 경영권을 확보한 상태였고 주주총회 특별의결 요건도 충족한 수준이었다”라며 “잔여지분을 사들이는 것보다 다른 쪽에 투자하는 게 이익이라고 판단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 잔여지분은 채권단에서 공개입찰을 진행했고 중국기업이나 다른 은행 등에서도 관심을 보였다”라며 “오히려 해외로 지분이 넘어갈 수 있는 걸 매입한 것으로 보면 맞을 것 같다. 당시 자료들을 통해 충분히 소명이 가능한 부분들이다”고 덧붙였다. 

또 “SK하이닉스와 실트론과의 거래는 전체 규모가 커지면서 같이 늘어난 것”이라며 “하이닉스에 제품을 저렴하게 공급했다거나 실트론에게만 물량을 몰아줬다는 등의 행위는 없었기 때문에 문제없을 거라고 판단한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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