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 국내 베스트셀러 기록 후 영국에서 번역 출간된 도서 ‘빗소리 몽환도’ 개정판이 나왔다.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빗소리 몽환도’는 지난해 12월 영국 유수의 출판기업 Page Addie Press에서 번역돼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출간됐다. 책은 출간과 동시에 영국 최대의 체인 서점인 ‘Waterstones’를 비롯, 주요 서점에서 판매됐다. 국경을 초월한 문학적 감상은 국경의 벽을 초월하며 국내 출판계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책의 독특한 구성이 인기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짧은 분량과 간결한 문체가 특징인 ‘빗소리 몽환도’는 기존 문학과는 사뭇 다른 매력으로 독자에게 다가갔다는 평이다. 함축적인 의미를 담은 소설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해 더욱 흥미를 끌고 있다. 연극과 웹툰의 형태로도 구성돼 관심을 모았다. 특히 소설과 동명의 공연 ‘빗소리 몽환도’는 첫 상연 이후 관객들의 호평을 받아 다시 단장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읽는 행위를 마치 ‘몽환도’에 진입하는 것과 같다는 사상적 핵심을 바탕으로 쓰여진 이 책은 현실에 대한 부정이 아닌 현실의 확장을 의미한다. 이러한 작품집의 구성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개정판에서는 2개의 신작을 추가, 총 17개의 미니픽션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타이틀과 동명의 수록작인 ‘빗소리 몽환도’는 이를 공감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소설은 어느 비오는 늦은 밤 주인공 공상호가 사는 옥탑방에서 시작되는데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독서를 마친 그때 문 밖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빗줄기 사이로 보이는 여자는 소설 속 주인공과 닮아있다. 다짜고짜 월세 계약서를 들이밀고 자신의 집이라고 주장하는 그녀와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책을 집필한 소설가 주수자 작가는 “작품 속 배경이 되는 ‘옥탑방’은 ‘책 속’이기도 하며 ‘인간’ 그리고 ‘우주’라는 동격의 개념을 둔 세계”라고 설명한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소설가이자 희곡 작가인 그녀는 미국, 프랑스, 스위스 등 23년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채로운 경험을 몸소 체험해왔다. 분야와 장르를 넘나들며 참신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배경도 한 몫 했다. 주 작가는 “우리의 의식과 언어가 눈에 보이는 하나의 현실에 그치지 않듯, 옥탑방을 단순히 협소한 공간으로 여기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버리는 통찰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책을 출간한 도서출판 문학나무 관계자는 “문학시장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영국에서 제안 받아 번역 출간된 소설이라는 점은 한국 문학이 가진 가능성을 증명하는 계기가 됐다”라며 “전 세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단편소설들의 구성을 독자들에게 다시금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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