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선 지음│212쪽│127*188mm│1만4000원│나무연필

ⓒ나무연필
ⓒ나무연필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1972년, 22세의 나이로 독일에 파견된 여성이 있다. 그는 독일에서 간호사로 일하며 독일 사회에 안착해 한 남성과 결혼했다. 그러다 운명처럼 한 여성을 만나 이혼을 하고 그 여성과 함께 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신학을 공부해 석사학위를 받고 독일로 건너와 죽음을 앞둔 이주민을 돌보는 호스피스 단체를 설립했다.

그는 호스피스 활동으로 독일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로부터 감사패를, 한국 외교통상부 장관상, 비추미 여성대상 특별상, 한국방송 해외동포상을 받았다. 그는 유방암과 자궁암을 이겨내고 현재 베를린에서 호스피스 교육을 하며 사랑하는 파트너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나 자신이었다>를 펴낸 저자 김인선씨의 이야기다. 저자는 자신의 70년 인생을 이 책에 고스란히 엮어냈다.

저자의 인생 이야기 배경에는 한국과 독일의 현대사가 흐른다. 독일 내 한인사회의 문화와 독일 문화의 간극, 더 나아가 한국 문화와의 간극을 살펴볼 수 있다. 그의 삶은 현대사를 돌아보고 사회의 변화과정을 찾아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그가 여성을 파트너로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독일이 성소수자 인권에 진보적 펴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을 법에 근거해 성소수자를 탄압하던 독일 제국과 나치 독일 시절을 지나 시간이 흐르면서 성소수자의 권리를 폭넓게 인정하게 된 독일의 사례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는 내게 주어진 운명이 무엇이고, 내가 결정해온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태어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자기 뜻대로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상황과 환경도 있겠지만, 내가 살아가는 동안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가늠해보고 싶었다. 그것이 이 글을 쓰는 데로 나를 이끌었다.”(p.9~10)

저자는 이 책을 펴내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는 그가 호스피스 활동을 하는 이유, 꾸준히 노력하고 배우는 삶을 살 수 있는 이유와도 연결된다.

“돌이켜보면 분명 굴곡 있는 삶이다. 하지만 나는 난관이 있다고 해서 그 불행 가운데 나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나에게는 분명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나는 그렇게 나 스스로를 존중하면서 꾸준히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p.165)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