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사측, 일방적 수수료 삭감 자행…GA 강제 이동”
사측 “수수료 안내 사전 안내해…노조가 억지주장 펼쳐”

ⓒ한화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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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이세미 기자】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 출범을 앞두고 있는 한화생명이 수수료 변경 문제로 소속 보험설계사들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이하 노조)는 전날 여의도 한화생명 본사 앞에서 ‘집회방해 만행 규탄 및 교섭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사측이 설계사들에게 일방적인 수수료 삭감을 감행하고 노조활동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한화생명이 자회사형 GA를 추진하면서 실제 수수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환산월초(환산보험료)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없이 일방적으로 삭감을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환산월초는 보험상품의 수익성에 따라 곱하는 비율로, 보험료가 같아도 상품에 따라 책정된 환산월초가 다르면 보험설계사가 받는 수수료도 달라진다. 

이에 노조는 회사가 보험설계사(FP)들의 수수료 하락에 책임을 지고 지난 3년간 환산월초 자료와 하락한 환산을 소급 적용해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GA의 영업규정, 수수료 규정 등 설계사들과 관련한 내용들에 대해 노조와 교섭을 결정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한화생명 관계자는 사실과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1200%룰이라는 제도변경이 보험업계에 전반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환산 수수료가 일부 줄어든 부분이 있지만 설계사들의 환산 수수료에 대한 변경 내용은 공문을 통해 사전 안내가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총 환산월초변경시 시행문으로 안내하고 있으며, 상품별 환산월초는 가입안내서 발행시 또는 지점장을 통해서 확인 할 수 있는 부분이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노조 관계자는 “사전 안내 없이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삭감 했고, 이 내용을 지점장을 포함해 아는 사람이 없어서 설계사들이 반발했던 것“이라며 “설계사 노조의 주장을 거짓말로 치부하지 말라”라고 말했다.

한화생명이 설계사들에게 사전 공지 없이 환산월초를 변경한 것에 대한 사과문 내용 ⓒ설계사 노조 관계자 제공
한화생명이 설계사들에게 사전 공지 없이 환산월초를 변경한 것에 대한 사과문 내용 ⓒ설계사 노조 관계자 제공

뿐만 아니라 노조는 지난달 23일부터 한화생명이 FP들을 대상으로 ‘수수료 변경 동의서’의 서명을 받은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동의서 내용은 실질적으로 ‘2021년 4월 신설법인 위촉 계약 승계’를 위한 이직확인서인데, 이것이 단순히 ‘영업제기준 수수료 변경 동의서’로 안내됨에 따라 약관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동의서 내용에 ‘모집수수료 지급률을 상향 조정’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지급률이 상향돼도 환산월초가 하락하면 실제 FP들이 받는 수수료는 인상이 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또 오는 4월 수수료 변경 시점부터 미유지 환수 관련 규정이 대폭 강화됨에 따라 FP의 과실이 아닌 보험계약의 실효, 환수에 대한 책임이 모두 FP에게 떠넘겨져 있는 것을 지적하며 불공정한 거래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설계사들이 이동하게 될 GA의 제휴보험사에 대한 수수료규정도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한화생명이 수조원에 달하는 이익잉여금을 쌓아 놓고 해마다 대주주를 위한 배당잔치를 하고 있음에도 보험설계사들과 노동자들에게는 일반적인 희생을 강요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한화생명 당기순이익은 1969억원으로, 전년대비 71%가 증가했으며 지난달에는 225억원의 배당금을 확정하기도 했다. 한화생명은 현재 2019년 기준 3조원에 가까운 이익잉여금을 보유 중이다.

이밖에도 한화생명 노사는 교섭주체에 대한 시각차도 보이고 있어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사무금융노조로부터 산별교섭권을 위임받아 교섭을 진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법적 절차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를 지적하며 사무금융노조와의 대화는 교섭이 아닌 면담으로 보고 있다. 

한편 보험업계에 따르면 오는 4월 1일 출범하는 한화생명 자회사 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540개 영업기관, 1400여명의 임직원, 2만여명의 FP로 구성될 전망이다. 한화생명은 이달 15일에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구도교 대표 이사 선임을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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