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 금융위에 인뱅 설립 입장 의견서 제출
금융지주, 인터넷은행 시장 확대 따른 위기의식 반영
“금융취약계층 방치, 대규모 구조조정 가속화 우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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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이세미 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의지를 공식화했다. 금융사 측에서는 인터넷은행 설립을 통해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과열경쟁과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시장 악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날 전국은행연합회는 신한·KB·우리·하나금융지주 및 BNK, DGB, JB금융 등 대다수 금융지주사들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추진에 대한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은행연합회 김광수 회장은 정기 이사회서 주요 은행장들과 만나 금융지주의 인터넷은행 설립 참여와 관련해 의견을 나눈 바 있다.

은행연합회는 의견서를 통해 금융위가 인가를 내줄 경우 금융지주사들이 적극적으로 사업 진출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와 함께 금융지주사들의 인터넷은행설립과 관련한 해외 사례, 기대효과 및 당위성 등도 피력했다.

그동안 금융지주사들은 기존 자사 모바일 뱅킹의 한계를 느끼며 인터넷은행 설립 의지를 내비쳐왔다. 비대면 거래 확산에 따른 디지털금융의 중요성이 커진데다 비금융 IT 전문기업 주도로 운영되고 있는 인터넷 은행인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에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설립 허가에 대한 의견서 전달 배경엔 금융지주사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금융지주사들은 기존의 은행들과는 차별점을 둔 형태의 인터넷은행을 설립할 것으로 보이며, 지방금융지주사의 경우 이를 계기로 전국적으로 크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갖고 있을 것”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위원회가 중금리 대출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어 금융지주사들의 인터넷은행 설립이 허가된다면 기존의 고신용자 위주의 대출을 진행해 온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 케이뱅크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금융지주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로 기존 업체와의 과도한 경쟁을 비롯해 은행업계의 인적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대표는 “인터넷 전문 은행으로의 전환은 시대적 흐름이기 때문에 이를 막을 수는 없다”면서 “만약 금융지주사들이 인터넷은행을 설립하게 된다면 기존의 은행들이 점포를 폐쇄하고 디지털 전환을 시도 하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고, 한편으론 인터넷은행 가속화로 금융취약계층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채 방치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지주의 인터넷은행 설립에 앞서 기존 인터넷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평가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제실천시민연합회 경제정책국 권오인 국장은 “정부가 인터넷은행을 도입했던 목적은 중금리 대출 및 고용창출이었다”라며 “인터넷은행들이 자리를 잡았지만 목적에 비해 큰 효과는 없어보인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금융지주사들까지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하게 된다면 오히려 시중 은행들의 영업환경은 물론 채용창출 면에서도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말 기준 여신 잔액은 20조313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5조4327억원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카카오뱅크가 지난 2년간 공급한 중금리 대출(사잇돌대출 포함)은 2조4000억원에 불과했다. 케이뱅크 또한 신용대출 대비 중금리 대출 비중은 출범 초기인 2018년 당시 24%에 달했지만, 지난해 9월 기준 10% 대에 그쳤다.

이에 권 국장은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에 대한 평가를 꼼꼼하게 살피고 인터넷은행 설립으로 인한 향후 경제적 효과 및 영향, 고용환경 등에 대한 변화까지 충분히 검토한 후 파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위는 오는 7월로 예정된 은행업 경쟁도 평가 결과와 금융소비자 편익들을 살펴 인터넷 추가 설립 필요성을 검토해 설립 인가 여부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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