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지속적인 이미지 추락으로 인한 소비자 불매운동으로 실적 악화일로를 걷던 국내 2위 우유업체 남양유업의 오너일가가 결국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오너일가 지분을 포함한 경영권을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남양유업은 전날 최대주주인 홍원식 전 회장의 지분 51.68%를 포함한 오너 일가 지분 53.08%를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넘겼다고 공시했다. 보통주 총 37만8938주를 3107억2916만원에 매각했으며, 이에 따라 남양유업에는 홍 전 회장의 동생인 홍명식씨 지분 3208주(0.45%)만 남게 됐다.

앞서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에 대한 갑질 사태 이후 급격한 이미지 추락을 겪었다. 사측에서는 노조와의 상생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노력했지만 소비자 외면을 막기는 어려웠다. 이듬해인 2014년부터는 경쟁사이던 매일유업에 업계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유통업계 대표적인 불매운동 대상이 된 남양유업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꾸준히 제품 목록이 공유되며 실적 악화의 길을 걸었다. 결국 지난해 영업손실 764억원으로 사상 처음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매각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지목받는 것은 바로 ‘불가리스 사태’다. 남양유업이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를 과장한 홍보활동을 한 것이 드러나며 소비자의 거센 비난을 받은 사건이다.

지난달 9일 남양유업 홍보전략실은 ‘불가리스, 감기 인플루엔자(H1N1) 및 코로나19에 대한 항바이러스 효과 확인’ 등의 문구를 담은 홍보지를 언론사 등을 대상으로 배포하고, 동물시험이나 임상시험 등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유업에 대해 식품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지자체 행정처분의뢰와 함께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현재 제품 생산의 약 40%를 담당하는 세종공장에 대한 2개월 영업정지 등 법적 처분을 앞두고 있다.

사안이 심각해지자 지난 4일 홍 전 회장은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밝혔고, 남양유업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미 악화된 여론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지분 매각이라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로써 남양유업의 57년 오너 경영은 지난달 불가리스 논란이 불거진 이후 44일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이번에 남양유업을 인수하는 한앤컴퍼니는 2010년 설립된 토종 사모투자펀드 운용사다.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에 이사회와 별도로 구성되는 전문 업무 집행임원 제도를 적용해 지배구조 개선을 비롯해 강도 높은 경영 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 2013년 적자였던 웅진식품을 인수해 매각한 경험이 있는 만큼 남양유업의 체질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편 홍 전 회장은 이날 오후 임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지분 매각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홍 전 회장은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최근 일련의 사태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남양유업 가족분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에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며 “(남양유업이) 예전처럼 사랑받는 국민기업이 되기를 바라며 마지막 자존심인 최대주주로서의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지난 45년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 눈물이 앞을 가로막는다. 모쪼록 남양유업과 가족분들의 건강과 건승을 위해 조용히 응원하고 기원하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