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남구 남양 본사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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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를 새 주인으로 맞기로 했던 남양유업이 지분 매각 일정을 일방적으로 연기한 가운데, 돌연 입장을 바꾼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 대주주인 홍원식 전 회장은 어떤 입장도 내놓고 있지 않고 있어 향후 매각가를 올리거나 아예 매각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달 30일로 예정됐던 임시주주총회를 약 6주간 연기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 7월 30일 한앤컴퍼니 측 임원들은 남양유업의 경영진으로 선임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홍 전 회장이 거래종결 장소에 나오지 않으면서 주총 안건 논의는 내달 14일로 미뤄졌다.

남양유업 측은 주총 연기 사유에 대해 “쌍방 당사자 간 주식매매계약의 종결을 위한 준비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거래종결일이 아무리 늦어도 오는 31일을 넘길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주총을 9월로 연기한 점만 보더라도 남양유업의 매각 의사에 물음표가 뜨는 상황이다. 

앞서 남양유업은 지난 5월 27일 홍 전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 지분 53.08% 전부를 3107억원에 한앤컴퍼니로 양도하는 주식양수도 계약(SPA)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대금 납부 기한에 대해서는 ‘선행조건이 완료된 뒤 13영업일 되는 날 또는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날’로 결정했다.

순조로운 듯 보이던 매각 작업이 차질을 빚자 한앤코 측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한앤코는 지난달 30일 성명서를 통해 “임시주총 당일에 매도인이 매수인과의 협의는 물론 합리적 이유도 없이 임시주주총회를 6주간이나 연기했다”며 “이는 주식매매계약의 명백한 위반이기 때문에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대응 방안에 대한 검토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빨리 주식매매계약이 이행돼 지난 2개월간 남양유업의 임직원들과 함께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수립해온 경영개선계획들이 결실을 거둘 수 있게 되기를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남양유업 오너 일가가 매각 작업을 미룬 이유가 시세보다 낮은 가격 때문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남양유업이 지난 6월 3107억원에 경영권을 넘기기로 결정한 이후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가격이 낮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남양유업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유형자산 장부가격은 매각가보다 586억원 높은 3693억원 규모다.

이에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새로운 원매자에게 재매각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한앤코 측이 법적 조치를 예고한 만큼, 홍 전 회장의 단순 변심으로 인한 가격 재협상이나 매각 결렬 사태가 벌어진다면 법적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남양유업 측은 매각 건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답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현재 매각 건에 대해서는 대주주와 한앤코 쌍방 간의 거래 사안이다 보니 회사의 입장을 말씀드리기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남양유업은 지난 4월 자사 대표 유음료 불가리스에 대한 코로나 예방 효과가 입증됐다고 발표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식약처가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행정 처분 및 고발조치에 나서는 등 사안이 커지자 홍 전 회장은 지분을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로 하고 회장직에서도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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