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 마디만 더 한 마디만 덜,’ 변규미 편집자
변규미 편집자에 듣는 책 속 이야기, 아이를 존중해라
교육법에도 트렌드 존재, 현재 교육법은 존중에 기초
예방주사처럼 아이와 갈등을 미리 경험할 수 있는 책

책을 읽는다는 건 과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다”(데카르트)

“책 없는 방은 영혼 없는 육체와도 같다”(키케로)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안중근)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신용호)

책을 통해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은 수많은 위인들의 명언을 통해 알 수 있다. 우리는 단돈 만원으로도 인생을 바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2019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 성인 1년 독서량은 6권 정도밖에 안 된다. 두 달에 겨우 1권 읽고 있는 셈이다.

누군가는 책을 펼치기도 전에 독서라는 행위는 고루하고 따분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책 내용이 궁금하다면 몇 백 장의 책을 읽는 수고스러움 대신 요약된 내용만 찾아서 보고, 듣고 읽으면 되는 세상이다. 남이 정리해 둔 몇 줄의 서평과 몇 개의 영상이면 마치 책 한 권을 다 읽은 듯한 기분까지 든다. 이렇듯 읽는 행위가 생략된 독서, 저자와의 대화를 막아버리는 독서만을 이어간다면 책이 주는 즐거움을 영영 모르게 될지도 모른다.

한쪽에서는 독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고, 독서의 중요성을 모른다고 걱정들 하지만 전자책의 인기가 올라가는 걸 보면 이 시대에 애독가들은 다른 형태, 진화한 독서를 즐기고 있음에 분명하다.

좋은 책을 읽다보면 밑줄을 수도 없이 긋고, 멋진 글귀가 있는 페이지 모퉁이는 살짝 접어두기도 한다. 책을 덮은 후에는 수많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우리는 이러한 좋은 책을 만나기 위해서 신간 기사를 찾아보기도 하고,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저자와의 인터뷰를 찾아보며 책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투데이신문>이 새롭게 선보이는 [Today_Pub](투데이펍) 연재는 대중(Public)을 위한, 출판(Publish)된 책에 대한, 펍(Pub)처럼 편안하고 친근한 콘셉트로 책과 사람을 잇는 콘텐츠다. 책을 만든 저자, 편집자, 기획자 등과의 대화부터 책 한 권이 나오고 읽히기까지의 과정과 남긴 것들에 대한 기록을 시작한다.

<한 마디만 더 한 마디만 덜> 편집자 변규미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다미 기자】 기원전 1700년 전 수메르 시대에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버릇이 없다”고 말한 점토판 문자가 발견됐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요즘 아이들’은 폭군이라고 말했고, 700년 전과 흑백영화 시기에도, 그리고 현재까지 어른과 아이의 갈등은 오랜 시간 지속됐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른과 아이 사이의 갈등은 피할 수 없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현명하게’ 아이와 싸우는 방법이 존재한다. <한 마디만 더 한 마디만 덜>에서 아이와 갈등을 피하는 대신 현명하게 싸우는 방법을 알려준다. 대화를 중간에 멈추는 법, 아이를 위한 조언이 비난으로 들리지 않게 말하는 법 등 현명한 대화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똑같은 말이어도 말을 담은 그릇이 다르면 아이는 그 뜻을 전혀 다르게 받아들인다. 책에서는 상처를 주지 않고 아이에게 원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할 ‘좋은 말 그릇’을 찾는 방법과 그릇을 잘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도서는 총 2부로 구성됐다. 첫 번째 파트에서 아이와 잘 싸우기 위한 토대를 제공하고, 두 번째 파트는 부모와 아이의 일상적인 갈등을 연령대별로 분류해 예시와 함께 해결 방법을 소개한다.

저자 리타 슈타이닝거는 이론과 갈등의 해결책을 다양한 예시 상황을 들며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풀어냈다. 독일 저자가 맞나 싶을 만큼 익숙한 일상생활 속 갈등 사례와 해결책은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투데이신문은 <한 마디만 더 한 마디만 덜>의 내용을 정리해보고, 편집자 변규미 씨를 만나 책 출간 스토리, 차별점, 책에서 주목해야 될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이와 현명하게 싸우는 법을 알기 위해

Q. 이 책을 출판하게 된 배경과 과정은.

국민출판사는 어린이 교육 도서 또는 자녀교육, 부모교육 등 다양한 교육 관련 도서를 출간해 왔기 때문에 육아서인 <한 마디만 더 한 마디만 덜>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 이 책은 독일 원서인데 출간된 지 몇 년 된 상태였다. 의외로 육아에도 트렌드가 존재해 구간(舊刊)을 내는 게 괜찮을까 걱정했지만, 원서를 검토해 보니 내용이 무척 좋았다. 주요 내용이 전 세계 부모교육 이론의 아버지라 불리는 루돌프 드라이커스와 그 스승인 알프레드 아들러의 심리학에 근간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세월을 타는 육아법이 전혀 아니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모든 육아 콘텐츠에서는 ‘이렇게 하면 아이와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지낼 수 있다’라고 말하는데, 그것에 반박하며 ‘아이와 싸우지 않는 법은 없다. 하지만 현명하게 싸우는 법은 존재한다’라는 저자 리타 슈타이닝거의 접근 방식이 신선하고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Q. 아이를 바꾸는 것이 아닌 부모가 바뀌는 것을 강조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

<한 마디만 더 한 마디만 덜>은 육아서이자, 동시에 부모교육서 특징이 매우 강하다. 부모교육 현장에서 자주 언급되는 이론들이 이해하기 쉽게 담겨 있어서 상담전문가 이호선 교수님과 <엄마의 말하기 연습>의 저자 박재연 소장님께서 이 책을 무척 반겨 주셨다.

저자는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갈등 상황에서 아이는 스스로 행동이나 감정을 능숙하게 제어하기 어렵고, 덩달아 부모까지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태라면 더더욱 아이의 반항심만 키우기 십상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아이에게 맞대응하지 말고 상황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깰 것을 제안한다. 아이는 온몸에 힘을 주고 자기감정을 다스리느라 바쁠 테니, 아이보다 노련한 부모가 마치 유도를 하듯 상대방의 힘을 반전 시켜 상황을 달리 바라보라고 말이다.

Q. 한국 부모나 독일 부모나 매한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 스타일로 재구성한 내용 덕분인 것 같다.

그 부분을 가장 많이 신경 썼다. 앞서 말했듯 이 책은 독일 작품이고, 발행연도가 조금 된 상태였기에 본문 곳곳에 오늘날 대한민국의 실정과 잘 맞지 않은 부분이 꽤 있었다. 번역서인 것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괴리감이 독서 흐름을 방해할 것 같아 편집부와 상의한 후 필요한 부분은 과감하게 수정했다.

대부분 디테일한 요소였다. 원문이 단순히 인터넷과 게임에 관한 내용이었다면, 번역본에는 통계청의 2020년 실태조사 자료를 토대로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내용을 넣고 데이터 요금제와 유료 결제에 관한 항목도 추가했다. 학교폭력과 관련한 내용에서는 요즘 사회문제로 대두된 보이지 않는 폭력 사이버불링을 덧붙이는 식이었다.

그럼에도 신기한 것은 정말 아이와 부모 간 싸움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하는 보편적인 현상인지, 도서 2부에 나오는 예시 상황들은 크게 수정할 필요가 없었다. 저자가 말하는 해결법 중 90년대에 고안된 이론도 있지만, 현재까지 널리 사용되는 것들이다. 이렇듯 육아 고민은 전 세계, 모든 세대의 동일한 고민거리니,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편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길 바란다.

(왼) 원서 표지 (오) 번역본 표지 ⓒ국민출판사<br>
(왼) 원서 표지 (오) 번역본 표지 ⓒ국민출판사

Q. 표지는 왜 바꾸게 되었는지.

번역서에 외국인 얼굴이 들어가 있는데 조금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번역서를 볼 때 표지를 감안하고 본다는 말이 기억났다. 원서 표지는 외국인 모녀 얼굴이 들어가 있는데, 이 사진을 최대한 숨기기 위해 전혀 다른 표지를 가져왔다. 그리고 제목보다 부제가 더 강조되길 원해 부제가 더 많이 드러나게 디자인했다.

‘아이와 현명하게 싸우는 법’이라는 부제는 사실 이 책의 원제였다. 그래서 그걸 가제로 잡고 검토부터 번역까지 진행이 됐다. 책을 보고 나서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고 저자의 주장 ‘아이와 싸우지 않는 방법은 없다’도 드러나는 문장이지만, 제목으로 쓸 수 없다고 판단한 이유는 ‘싸운다’가 제목에 들어가는 것은 육아서에 있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더 포괄적인 주제가 담기는 동시에 도서 소제목(P.38-39 부족한 말 한마디 / 넘치는 말 한마디)으로 쓰인 문장을 다듬어 <한 마디만 더 한 마디만 덜>이 최종 후보 제목이 됐다.

하지만 마지막까지도 회사 내에서 계속 제목에 대한 의견이 갈렸다. 게다가 표지 작업을 진행하면서 전반적으로 굉장히 미니멀한 표지가 나왔다. 절충안으로 나온 것이 ‘그럼 부모가 가장 고민하는 요소일 부제가 첫눈에 잡히도록 강조하자’였다.

그래서 독자가 처음 책을 마주했을 때 시선의 흐름이 부제 ‘아이와 현명하게 싸우는 법’에서 해결 방법인 제목 ‘한 마디만 더 한 마디만 덜’로 이동하게 만들었다.

Q. 저자 리타 슈타이닝거에 대해 설명해 달라.

리타 슈타이닝거는 민속학과 저널리스트 교육을 받은 독일 상담가다. 건강과 교육 측면에서 보는 아동 발달에 관심이 많아 그에 대한 주제로 다양한 저술을 남기고 있다. 현재는 두 아들과 함께 뮌헨에 거주하고 있고, 상담소를 운영하며 <한 마디만 더 한 마디만 덜>을 집필했다. 감사의 글에서 저자는 책에 실린 현실성 넘치는 사례들은 대부분 자신의 상담소에서 이야기를 들려준 부모들 덕분이라고 밝혔다.

신간 <한 마디만 더 한 마디만 덜> ⓒ투데이신문<br>
신간 <한 마디만 더 한 마디만 덜> ⓒ투데이신문

아이를 어른과 동등하게 존중하자

Q. 이 책의 키워드를 꼽아본다면 ‘존중’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존중’이란 단어가 책에서 수십 번 등장한다. 이 책의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저자가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아이를 여러분과 동등하게 존중하라’다. 이 말은 아이를 어른스럽게 여기라는 게 아니라, 아이의 미숙함을 잘 이해해서 ‘제대로’ 존중하라는 뜻으로 느껴진다. 저자가 제시한 예시 상황 중에는 부모가 배려와 걱정으로 아이에게 한 행동이 아이에게 잘못 전달되거나 전혀 닿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대부분 부모의 잘못된 이해를 토대로 한 일방적인 존중이 원인이었다.

그 예시로 옷의 지퍼가 잘 올라가지 않아서 아이가 잔뜩 짜증을 낼 때 지퍼를 대신 올려주는 부모가 많은데, 저자는 배려에서 나온 그 행동이 아이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아이는 당연히 손짓이 서투르니 섬세한 동작 능력은 반복해서 길러야 한다. 또한, 어려움으로 인한 짜증을 다스리고 극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런데 부모가 대신해 준다면 아이의 서투름을 인정하지 않은 채 상황을 빨리 해결하겠다고 아이의 주체성과 자아 성취감을 방해하는 셈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 상황에서 부모는 아이를 격려하며 천천히 다시 시도할 것을 제안하거나, 한두 차례 실패할 경우 아이의 손을 겹쳐 잡고 함께 지퍼를 올리는 것이 좋다. 부모가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 주면 일상 속에서 아이가 스스로 깨닫고 배울 기회가 많겠구나 싶은 대목이다.

Q. 책을 덮은 후 단순히 부모-자녀와의 관계를 넘어 인간관계에 대해 더욱 성찰할 수 있었다.

초등학생 중학년만 돼도 매우 다양한 소재의 대화가 가능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부모들 생각보다 아이들의 이해 범위는 훨씬 넓고 감수성도 풍부해서 아이와 대화할 때 진지하게 대하자고 마음먹으면 어른만큼의 조심성과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 육아법은 크게 보면 대화법과 처세술의 영역과 비슷하고 느낀다. 특히 <한 마디만 더 한 마디만 덜>이 가지고 있는 ‘상대방을 자신과 동등하게 존중하기’라는 주제는 모든 연령, 상황별 대화법의 핵심이다. 저자는 아이와 어른이었던 부모, 자녀의 관계가 청소년과 어른, 어른과 어른의 관계가 되기까지 평생 영향을 미칠 아주 긴 호흡의 육아법을 소개한 셈이다.

Q. 교육법 측면에서 이 책을 설명한다면.

교육법도 많은 것들과 마찬가지로 유행을 탄다. 특히 통제형 교육법과 방임형 교육법의 두 가지 패러다임이 오랜 시간 동안 교차해왔다. 하지만 지금의 교육법은 통제와 방임을 넘어 존중에 기초한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격려와 존중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법을 안내한다.

리타 슈타이닝거가 소개하는 이 교육법의 토대는 <미움 받을 용기>로 널리 알려진 알프레드 아들러와 그의 제자 루돌프 드라이커스의 이론이다. 아들러의 개인 심리학에 대해 조금만 관심이 있어도 이 책의 방향에 대해서는 충분히 미루어 짐작하실 수 있을 것이다. 부모와 자식 모두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 행간에 짙게 깔려있다.

Q. 다른 부모교육 책과 차별화되는 점은.

기존의 부모교육법과 다른 점은 부모의 성찰을 강조한다는 점에 있다. 자녀 존중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부모 자신에 대한 존중이다. 아이를 방임하지 않고, 억압하지도 않으면서 적절하게 존중하려면, 부모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며, 자기를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즉, 아이가 변화되길 바란다면 부모부터 변화해야 한다. 그게 <한 마디만 더 한 마디만 덜>이 전제로 깔고 있는 핵심 항목이다.

<한 마디만 더 한 마디만 덜> P.27-28 ⓒ국민출판사

연령별 육아 고민 해소될 것

Q. 책 내용 중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는지.

‘대화의 본질이 벗어나면’ 부분이 인상적이었다(P27-29). 아이가 친구와 싸우고 돌아왔을 때 긍정적인 반응을 해주면 풀릴 거라고 예상을 했는데, 저자는 분위기를 바로 전환하는 것도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는 부분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어지는 내용에서도 아이가 감정적으로 흔들릴 때 그걸 감당하기 어려우니깐 인내심을 가지고 말을 열 때까지 같이 기다려주는 게 포인트라고 쓰여있다. 가장 하기 어려운 육아법이지만 가장 핵심인 부분인 것 같다.

Q. 책을 기획하고 출간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위에서 대답한 것처럼 <한 마디만 더 한 마디만 덜>은 책 곳곳을 한국식으로 재구성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중 하나는 40여 가지나 되는 예시 상황 속 아이들의 이름을 전부 우리에게 익숙한 한글 이름들로 바꾸는 것이었다. 육아서에 등장하는 아이들이니 문제적 행동을 일으키는 인물들이 대부분인데, 그 이름을 내 지인의 것으로 채워 넣는 건 제법 재밌는 작업이었다. 그런데 후반부터 내 인맥을 탈탈 털어다 썼는데도 예시가 계속 나와서 당황하며 당장 떠오르는 연예인 이름을 넣었던 기억이 있다.

또한 이 책은 육아서, 부모교육서지만 편집자인 나는 미혼에 슬하의 자녀도 없다. 다행히 부모였던 적이 없지만, 자녀였던 (지금도 그렇지만) 경험은 풍부하니, 부모보다 자녀의 입장에서 원고를 다듬었다. 그 시절 왜 그렇게 부모의 말에 서운했는지 원인을 찾을 수 있는 수준으로 아이 쪽에 이입했던 것 같다. 독자들의 서평에 아이들이나 부모의 대사가 생생하다고 말해 주신 분들이 많았다. 대략 15년 전쯤에 실제로 내가 말했거나 어른에게 들었던 문장들을 맥락에 맞게 조절해 넣은 덕분이다. 아직 부모님께 책을 보여드리지 않았다.

Q. 기억에 남는 독자는.

팀장님이 전달해줬던 인스타그램 게시글인데 어린 자녀를 둔 독자의 후기였다. 아이가 집에 온 택배를 보더니 자기 책인 줄 알고 먼저 열어 봤단다. 그런데 우리 책 표지에 떡하니 ‘아이와 현명하게 싸우는 법’이라고 적혀 있지 않나. 아이가 아직 ‘현명하게 싸운다’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해 눈이 동그래진 채로 책 표지와 엄마를 번갈아 봤다고 한다. 엄마가 나랑 싸우는 법에 관한 책을 샀다면서 당황했을 아이가 눈에 선해 기억에 남는 후기였다.

Q. 책 내용 중 독자들이 더욱 주목해서 봤으면 하는 부분은 어떤 점이 있는지.

<한 마디만 더 한 마디만 덜>은 초등학교 저학년을 둔 부모부터 10대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연령별 육아 고민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7살 아이를 둔 부모가 보면 술 담배 같은 먼 미래처럼 느껴지는 소재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는 건 순식간이고, 사춘기는 복병처럼 찾아온다고 한다. 예방이 최고의 치료법이라는 건 육아에서도 통한다. 저자는 아이와 공정하고 민주적인 관계를 미리미리 형성해 놓으면 사춘기 무렵도 무탈하게 보낼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초등학교 입학 연령기의 자녀를 둔 독자라면 1부에 등장하는 ‘가족 규칙’과 ‘가족회의’를 지금부터 천천히 집안에 도입하기를 추천한다. 가족회의는 가정을 아이가 처음 만나는 ‘사회’로 봤던 루돌프 드라이커스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 사용 시간이나 신발장 청소 등 매우 사소한 영역까지 온 가족의 동의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경험한 아이는 부모에게서 의견을 존중받는다는 만족감과 약속에 대한 책임감, 함께 의견을 조율해 나가는 사회성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

Q. <한 마디만 더 한 마디만 덜>이 부모 교육서에서 어떤 책이 되면 좋겠는지.

독자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한 내용이 많은 것 같다’는 의견을 많이 줬다. 그러면서 ‘초등학교 1, 2학년 때 이 책을 사서 미리 예방주사 맞듯이 한 번 읽고 난 후 아이가 점점 자라면서 적용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사례들이 많다 보니깐 예방주사처럼 미리 경험을 할 수 있는 부모 교육서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

아이와 현명하게 싸우는 꿀팁

‘너’ ‘사람들’ ‘우리’ 그리고 ‘나’ 대화법 

부모의 출근과 아이의 등교로 정신없는 평일 아침. 오늘따라 유난히 늦장을 부리는 자녀에게 부모가 한마디 한다고 생각해 보자. “‘너’, 도대체 왜 그래? ‘우리’ 다 늦겠어. 그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봄직한 문장이다. 하지만 저 말속에는 리타 슈타이닝거의 책 『한 마디만 더 한 마디만 덜』에서 꼽은 ‘최악의 표현법’들이 전부 들어가 있다.

문장의 시작을 ‘너’로 시작하는 ‘너-전달법(You-message)’은 비단 격한 목소리와 말투가 아니더라도 갈등 상황에서 상대방을 무시하고 위협하는 내용이 담기기 쉽다. 감정이 날카로울 때 사용하면 부정적인 결과를 낳게 되는데, 문장 속에 ‘네가 혼날 짓을 했잖아’ 같은 비난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에서 비난을 받으면 아이는 거부감과 분노, 두려움 때문에 부모가 바라는 깨달음이나 협조는 전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비슷한 맥락에서 ‘우리’나 ‘다른 사람들’은 화자인 부모가 표현 뒤에 숨어 버리는, 이른바 ‘숨바꼭질 표현법’이다. 미지의 타인을 일반화해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싣는 ‘사람들’, 아이와 부모 두 사람의 의견이 마치 하나인 것처럼 만드는 ‘우리’는 부모의 주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일반화 어법은 공감보다 거부감을 일으키고, 집단으로 묶어 버리는 표현은 아이와 부모의 생각과 상황이 다를 수 있음에도 아이에게서 판단의 자율성을 빼앗는다.

리타 슈타이닝거는 갈등 상황에서 아이에게 제대로 의사표현을 하고 싶다면 부모는 ‘너’, ‘사람들’ 또는 ‘우리’를 주어로 쓸 것이 아니라, ‘나’를 주어로 삼는 ‘나-전달법(I-message)’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나-전달법은 문장의 화자가 부모가 되기에 아이의 감정을 해치지 않고도 상황 속에서 느낀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또한 아이에게 부모가 원하는 바람이나 견해를 구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까와 똑같은 상황에서 “엄마/아빠는 10분 내로 나가야 해. 그 안에 준비 끝낼 수 있어?”라는 말 한마디면, 부모의 상황과 10분 내로 준비하라는 요구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네 개의 귀로 들어라: 오해는 이렇게 생긴다

의사소통 심리학자 프리데만 슐츠 폰 툰은 ‘오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오해와 불만은 한쪽 말만 듣는 습관에서 생긴다.” 그에 따르면 사람은 한 문장을 4가지 귀로 듣는다고 한다. 객관적 사실만 듣는 ‘사실의 귀’, 개인적인 가치를 듣는 ‘관계의 귀’, 화자의 상황과 감정을 최우선으로 듣는 ‘자아 표출의 귀’ 그리고 희망이나 요구사항을 듣는 ‘호소의 귀’다.

아이에게서 “엄마/아빠, 내 노란색 티셔츠 못 찾겠어!”라는 말을 들었다면 부모는 이렇게 반응한다. 사실의 귀는 ‘그 티셔츠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라는 사실을 듣는다. 관계의 귀는 아이를 보살펴 줘야 한다는 의무의 소리를 듣는다. 자아 표출의 귀는 아이가 지금 마음이 급하다는 것에 집중하고, 호소의 귀는 아이가 실제로 말하지 않은 말, “와서 좀 찾아줘!” 같은 요구사항을 부모에게 들려준다.

같은 말을 들어도 부모의 대응이 달라지는 것은 가장 먼저 어떤 귀로 정보를 듣느냐가 다르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대부분 관계의 귀를 중요시 여겨, 아이의 투정에서 서운함과 비난을 가장 먼저 인지한다. 그래서 이때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어, 미안. 엄마도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라고 미안해하거나 “엄마 오늘 부엌 정리하느라 바빠. 엄마도 모르지”라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한다. 결과적으로 둘 다 모른다는 대답이지만, 전자의 경우 아이는 ‘아, 왜 마음대로 정리했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감정을 악용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는 부모의 변명을 무관심으로 받아들여 책망하는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대화의 결과는 이토록 다양해지니, 저자는 아이가 불만을 말할 때 어떤 귀로 들을지를 염두에 두면 아이와 대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위 상황 속 문장을 사실의 귀로 듣는다면 “내 티셔츠 어디 있어?”라는 질문이니 “글쎄, 엄마도 모르겠는데?”라고 답변하면 되고, 자아 표출의 귀나 호소의 귀로 들었다면 “지금 필요해? 같이 찾아줄까?”라고 답하면 된다. 하지만 호소의 귀를 과하게 사용하면 아이가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일을 모두 부모가 하게 되니, 당장에 투정을 부리더라도 아이의 말을 적당히 조절해 들을 필요가 있다.

비폭력 의사소통 – 기린의 언어

비폭력 대화는 언어적으로 폭력이 없는 의사소통 방식으로, 마샬 로젠버그가 60년대 말 발전시킨 대화법이다. 특히 아이들에게 이런 비폭력 대화법이 필요한 순간은 형제간 다툼이 발생했을 때다. 이 대화법에는 늑대와 기린이 등장하는데 늑대는 상대방을 비방하거나 상처 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한다. 동생이 형제의 색연필을 말도 안 하고 가져간 상황이라면 이렇다. “네가 내 색연필 또 가져갔지? 아, 완전 열 받아! 내가 전에도 분명히 너한테 가져갈 때 내 허락 맡으라고 했잖아.” 반면 기린의 언어에는 관찰, 감정, 욕구, 부탁이라는 4가지 요소가 존재한다.

• 관찰: “네가 내 색연필을 네 방에 가져갔어?”

→ 벌어진 사건을 묘사할 때 상대에 대해 중립적인 언어를 사용한다.

• 감정(느낌): “그러느라(그것 때문에) 화났어.”

→ 벌어진 사건으로 인해 생긴 자신의 감정을 짚는다.

• 욕구: “나 지금 색연필이 필요해서….”

→ 본인이 그런 감정을 갖게 된 배후에는 어떤 욕구가 있었는지를 말한다.

• 부탁: “다음번에는 …… 나한테 먼저 물어봐 줘!”

→ 이런 상황과 연관이 있는 요구사항을 구체적으로 부탁한다.

사실 어른도 불쾌한 사건을 앞에 두고, 자신이 느낀 감정과 욕구 그리고 앞으로의 희망사항을 중립적인 언어로 말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이런 언어 습관은 감정 절제가 잡히기 시작하는 7~8살 무렵부터 함께 연습해 볼 수 있다.

아이와 함께 하나의 갈등 상황을 임의로 설정해 두고 역할극을 하는 것도 비폭력 대화법을 익히는 방법 중 하나다. 상상 속 사건을 두고 ‘늑대와 기린은 각각 어떻게 말할까?’를 아이와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다양한 표현법을 강구할 수도 있다. 특히 아이는 늑대와 기린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두 언어를 모두 익히는 편이 좋다. 그래야 각자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고, 언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상대를 공정히 대하고 존중하는 법을 체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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