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최태원 회장, 4대기업 총수 중 첫 SNS 개설
친근한 일상 공유…기업 이미지 제고, 소통 위한 행보
회장이 직접 관리하는 SNS…관리해줄 안전장치 필요
【투데이신문 이세미 기자】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대중들과 소통에 나서며 직접 기업 이미지를 챙기는 총수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자칫 오너리스크로 작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SNS인 인스타그램을 개설했다. 최 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머리띠를 한 채 서류를 보는 모습의 사진을 올리고 ‘<고도를 기다리며>가 아니고 야식을 기다리며’라는 글을 남겼다. 또 편안한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추억의 갤러그 게임’을 하는 모습과 어린 시절 3남매의 흑백 사진 등을 공유했다.
이밖에 출근길 주변을 맴도는 반려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올리고 “비키라. 내 길을 막지 마라”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어 밤 10시가 넘은 시각에 책상에 앉아 일하는 모습의 사진을 올리며 ‘#야근. 설정아님’이라는 설명을 남겼다. 최 회장의 인스타그램은 팔로워 수는 이날 기준 약 1만6000여명에 달한다.
이처럼 국내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 총수 중 개인 SNS를 운영하는 이는 최 회장이 처음이다.
최 회장의 SNS 활동은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 들과의 소통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친근한 기업이미지를 보여주며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은 지난 3월 대한상공회의 회장 취임 직후 ‘소통’을 강조하며 “각계각층의 많은 분들로부터 ‘듣는 일’이 중요하다”라고 말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실제 누리꾼들은 최 회장의 인스타그램에 ‘읽을만한 책 부탁드린다’, ‘앞으로도 머리띠하고 출근하셨으면’, ‘찐팬이다, 응원한다’, ‘태원이형 파이팅’, ‘소통을 통해 더 좋은 SK를 보여주세요’ 등의 댓글을 달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 회장 역시 누리꾼들의 댓글에 화답하며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최 회장에 앞서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기업 총수 중 SNS를 적극 활용해 온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정 부회장은 SNS에 일상을 통해 친근한 이미지를 쌓으며 ‘용진이 형’으로 불리고 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SNS에 일상사진 뿐만 아니라 신세계푸드 신제품이나 또 최근 인수한 야구단 SSG랜더스와 관련된 사진을 올리는 등 SNS에 다양한 게시물을 공유한다. 특히 자신과 닮은꼴로 화제가 된 고릴라 캐릭터인 ‘제이릴라’에 대해 “너무 짜증나는 고릴라 XX” 등 까칠한 표현을 하며 애정을 쏟아내 MZ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67만명 이상이다.
두산인프라코어 박용만 회장(전 대한상의 회장)역시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소통에 열심이다.
박 회장은 지난 2018년 당시 SK와이번스가 두산 베어스를 꺾고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자 자신의 SNS에 “최 회장 기분 좋겠네ㅋㅋ” 라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 주최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정상 간 만찬에 참석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박 회장은 최근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고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오뚜기 함영준 회장은 그의 딸 뮤지컬 배우 함연지를 통해 간접적으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함연지는 지난해 어버이날,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아버지인 함 회장에게 오뚜기 제품을 활용한 음식을 대접하는 영상을 업로드 했다. 당시 함연지는 함 회장에게 “오뚜기 제품 중 최애템은 무엇이냐”라고 질문했고, 함 회장은 “오뚜기 가정용 제품이 1000가지가 넘는데 그 중 카레가 가장 애정이 간다”라고 말했다.
함연지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햄연지(YONJIHAM)의 구독자 수는 43만명에 달한다. 반면 오뚜기 공식 채널 ’오뚜기 데일리‘의 구독자 수는 약 6만명이다. 이에 함연지가 오뚜기의 마케팅에 동참, 오뚜기 제품 리뷰나 요리 등을 통해 홍보하는가 하면 함 회장과의 만남을 담은 영상을 자주 공개하며 ‘딸바보’ 회장님의 모습을 보여주는 등 친근한 기업 이미지를 쌓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에서는 총수들의 SNS활동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기존의 총수들의 이미지는 엄격하고 다가가기 어려웠던 반면, 이들이 먼저 SNS에 친근한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기업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준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브랜드마케팅연구소 박영진 대표는 “총수들의 SNS활동은 기업의 발전 가능성과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고급 인재 확보도 가능케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총수들도 SNS활동을 통해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는 등 개인 스스로의 발전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자칫 오너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해외에서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활발한 트위터 활동으로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기업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는 평을 받는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는 올해 초 연일 자신의 트위터에 가상화폐 시장의 불안감을 조성했고, 그의 말 한마디에 코인시장이 폭락을 반복되자 대중들 사이에선 그를 해고하자는 ‘STOPELON’ 움직임까지 생겨나기도 했다.
정용진 부회장의 경우에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달린 부적절한 성인 스팸 댓글에 욕설로 맞받아 치거나 우럭, 가재 요리 사진을 올리며 “미안하고 고맙다”라는 글을 함께 적었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세월호 희생자 관련 발언이 연상된다는 이유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영진 대표는 “고객들은 총수들이 공유한 일상에 대해 어디까지 사랑과 지지를 보여줄지 모른다”라며 “오너들의 가감 없는 일상 사진부터 게시글의 맞춤법 실수 등 사소한 문제들이 곧 기업 이미지로도 직결되기 때문에 SNS활동에 대한 관리·점검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