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재계 총수들이 신년사를 통해 2021년 비전을 제시했다. 대부분 기업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시무식을 생략하거나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한 가운데 대기업 총수들은 영상이나 이메일 등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새해 인사를 건냈다. 역시 새해에도 이슈는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맞이한 시장 위기였다. 하지만 올해 총수들의 신년사는 위기감을 고조시키기 보단 급변하는 시장 환경을 공략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는데 집중됐다. 방법도 다양했다. 기술 혁신을 통한 신사업 확장이 주를 이뤘지만 동시에 사회적 가치 실현과 고객 품질 강화 등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으로 제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기술 혁신 속 새로운 먹거리 찾아라
올해 본격적인 총수 행보를 걷게 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새해 첫 일성으로 ‘고객 최우선’·‘신성장동력으로의 대전환’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2021년을 미래 성장을 가름 짓는 중요한 변곡점으로 규정하며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통해 ▲친환경 ▲미래기술 ▲사업경쟁력 영역에서 성과를 가시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정 회장은 지난 4일 임직원에게 이메일로 전한 새해 메시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기존과는 다른 사회적 가치와 라이프 스타일 확산으로 변화를 미리 준비한 기업만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21년을 미래 성장을 가름 짓는 중요한 변곡점으로 삼아 새로운 시대의 퍼스트무버가 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전기차 코나의 화재 사고나 일부차량의 엔진 결함 등 품질 문제를 의식한 듯 고객존중의 기본인 ‘품질과 안전’을 힘주어 강조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품질과 안전은 특정 부문만의 과제가 아니다”며 “그룹 전부문의 임직원과 협력사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일치단결해 품질과 안전에 대해서는 다른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는 자세로 완벽함을 추구할 때 비로소 고객이 우리를 신뢰할 수 있다”고 각별히 당부했다.
삼성전자는 김기남 부회장(디바이스솔루션 대표이사)이 나서 임직원들에게 올해를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원년으로 삼을 것을 당부했다.
김 부회장은 이날 온라인 신년사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사회·경제 전반의 변화가 촉진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올해는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원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전과 혁신이 살아 숨 쉬는 창조적 기업으로 변모해, 혁신의 리더십과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업계 판도를 주도해 나가자”며 “차세대 신성장 분야를 체계적으로 육성해 미래 10년을 내다보며 새로운 준비를 하자”고 전했다.
공식 신년사 대신 현장 방문을 택한 이재용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상생과 협력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평택 2공장을 방문해 “2021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삼성으로 도약하자”며 “삼성전자와 협력회사, 학계, 연구기관이 협력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신화를 만들자”고 말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위기 극복을 위한 ‘혁신과 성장’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날 신년사 “올해는 코로나19로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급증하는 가운데 새로운 위기와 기회요인이 공존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철강산업은 뉴 모빌리티, 도시화, 디지털화, 탈탄소화, 탈글로벌화가 가속화되는 메가 트렌드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급변하는 미래 사업환경 변화에 대응 고성장과 리더십 확보가 가능한 차세대 신성장 사업으로 그린 & 모빌리티 선도 신사업을 중점 육성하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그룹의 핵심 인력과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CJ그룹 또한 혁신과 도전을 강조했다. 손경식 회장은 신년사에서 ”팬데믹을 계기로 우리 그룹이 외부 충격을 극복할 수 있는 초격차 역량에 기반한 구조적 경쟁력을 아직 갖추지 못했음을 확인하게 됐다”며 “2021년을 최고 인재, 초격차 역량 확보와 미래성장기반을 강화하는 혁신 성장으로 패러다임 시프트를 이루고,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도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고객만족·지속가능경영서 해법 찾는다
취임 이후 첫해인 2019년 ‘LG가 나아갈 방향은 고객’임을 천명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올해도 고객 가치 구현을 강조했다. 다만 급변하는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초세분화를 통한 고객 이해와 공감 등을 제시했다.
구 회장은 이날 신년사를 담은 디지털 영상을 통해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더욱 개인화되고 소비 패턴도 훨씬 빠르게 변하면서 고객 안에 숨겨진 마음을 읽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이제는 고객을 더 세밀히 이해하고 마음 속 열망을 찾아, 이것을 현실로 만들어 고객 감동을 키워갈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객 인사이트를 어떻게 구체적인 가치로 제품, 서비스에 반영할지 넓고 다양하게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이 때 AI, 빅데이터 같은 디지털 기술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기술적 진보 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 실현 경영을 통한 위기 극복을 제안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미래성장 동력 확보와 함께 최근 재계의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 지속가능 경영을 통한 위기 극복을 제시했다.
김 회장은 “앞으로의 2~3년은 산업 전반의 지형이 변화하는 불확실성의 시간이 될 것”이라며 “미래 성장동력을 계속 확보하며, 글로벌 무대에서의 사업역량과 리더십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ESG를 강화해나가는 동시에 우리의 경영활동 면면에서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리더로서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며, 탄소제로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환경 경영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도 신년사에서 “최근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 전략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심으로 한 ESG경영을 추구하고 있다”며 “제조업이 핵심인 우리 LS도 다시 한번 기본으로 돌아가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이러한 사회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LS의 미래가 확보됨은 물론 존경과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가치 실현을 강조해왔던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새해 일성 또한 ‘새로운 기업가 정신’이었다.
최 회장은 지난 1일 전체 구성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신년 인사를 통해 “SK가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만 잘해서가 아니라 사회가 허락한 기회와 응원 덕분”이라면서 “기후 변화나 팬데믹 같은 대재난은 사회 가장 약한 곳을 먼저 무너뜨리고 이로 인한 사회 문제로부터 기업도 자유로울 수 없다. 사회와 공감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새로운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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