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 CJ그룹 손경식 회장 ⓒ각 사 제공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유통 대기업 총수들의 올해 신년사 핵심 키워드는 ‘도전’으로 좁혀지며 변화를 향한 행보가 강조됐다. 특히 신흥 온라인 강자가 등장하는 등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여파로 급변한 경영환경은 기존 공룡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제시됐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유통그룹은 지난 3일 일제히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신년사를 발표하며 업무를 개시했다. 행사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모두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롯데와 신세계의 수장은 동시에 캐나다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의 발언을 빌려 도전정신의 의지를 전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그룹 사내 홈페이지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혁신을 위한 적극적인 시도를 강조했다. 여기에는 조직의 개방성과 다양성, 강력한 실행력, 미래 관점의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회장은 “사업 정상화를 넘어 더 큰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야 할 때”라며 “브랜드, 디자인, 정보기술(IT) 등에 투자하지 않으면서 단기적인 성과만 내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스하키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웨인 그레츠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슛은 100% 빗나간 것과 마찬가지다’고 말했다”며 “실패는 무엇인가 시도했던 흔적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창조적 도전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또한 웨인 그레츠키의 말을 인용해 “아무리 좋은 계획도 한번의 실천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실패해도 꾸준히 실천할 것”을 제시했다.

정 부회장은 “올해는 디지털로 온전하게 피보팅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온·오프라인 구별 없이 고객이 우리 공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것, 신세계만의 디지털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을 ‘신세계 유니버스’라 칭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그룹의 내외의 역량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때 신세계그룹은 비로소 오프라인도 잘하는 온라인 회사가 되는 것”이라며 “우리가 결국 도달해야 할 목표는 ‘제2의 월마트’도, ‘제2의 아마존’도 아닌 ‘제1의 신세계’”라고 말했다. 

디지털 피보팅은 오프라인 역량과 자산을 하나의 축으로 삼고 또 다른 축인 디지털 기반의 미래사업을 준비하고 만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정 부회장은 이와 함께 그룹사 간 시너지 및 외부와의 파트너십을 넓히는 한편 고객 데이터 기반의 의사 결정도 강조했다.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은 새해 핵심 가치로 ‘발견’과 ‘연결’을 제시했다. 

정 회장은 “산업 패러다임이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MZ세대가 주도하는 소비 트렌드 변화 속에 팬데믹까지 더해져 불확실성이 확실해지고 있다”며 “고객의 변화된 요구에 맞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찾는 발견, 그리고 내·외부 협력을 통해 가치의 합을 키우는 연결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의 말을 인용해 “‘계획이 즉각적으로 열심히 수행되지 않으면 그저 좋은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처럼 올 한 해 변화를 빨리 읽고 성장의 기회를 잡아 적극적으로 실행하며 우리의 성장 스토리를 실현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CJ그룹 손경식 회장은 지난해 이재현 회장이 강조한 4대 성장 엔진인 ‘문화’, ‘플랫폼’, ‘치유’, ‘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혁신 성장을 강조했다.

손 회장은 “CJ의 미래혁신성장 달성을 위해 4대 미래 성장엔진 기반 위에 선정된 혁신성장 사업을 중심으로 투자와 인수합병 등을 철저히 실행하고 미래 트렌드와 기술에 부합하는 신사업을 지속해서 발굴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역량과 의지만 있다면 나이와 직급과 관계없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고 마음껏 도전할 수 있도록 사내벤처, 사내 독립기업, 스핀오프 등 모든 방안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룹의 구조적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디지털 전환 가속,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와 첨단 기술 확보, 외부와 과감하게 협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강화 등을 적극적으로 실행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유통업계의 이 같은 화두는 코로나19를 맞으며 뒤집힌 기존 경영환경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비대면 문화 확산과 동시에 온라인 시장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업의 디지털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게 됐다. 

이에 지난해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리는 한편 뼈아픈 인적 쇄신에 나섰던 유통업계가 올해 도전정신을 이어가며 그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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