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뉴시스
(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연초부터 주요 기업들이 각종 입길에 오르면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그동안 구축해온 기업의 긍정적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 당장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극복이라는 당면 과제를 앞에 둔 상황이라는 점에서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배후설과 허위사실 유포...삼성·SK 곤혹

삼성은 최근 손석희 JTBC 사장이 입은 피해와 관련해 때 아닌 배후설로 곤혹을 치루고 있다.

최근 텔레그램 ‘박사장’ 조주빈씨의 협박을 당해 금품을 건넨 것으로 파악된 손 사장이 해당 사건 배후에 삼성이 있었다고 발언한 것이 발단이 됐다. 손 사장은 지난 28일 오후 일부 기자가 모인자리에서 조씨가 자신과 법적 분쟁 중인 김웅 프리랜서 기자 배후에 삼성이 있어 신고를 미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자리에서 또 손 사장은 2018년 삼성 미래전략실 직원들이 자신이 ‘미투’ 사건에 연루된 것은 없는지 뒷조사를 했다고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사장 발언으로 불거진 ‘삼성 배후론’에 대해 삼성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적극 부인했다.

삼성 측은 “조씨가 손 사장에 삼성을 언급하며 협박을 했다면 수사기관에 알리거나 보도를 하면 될 일”이라며 “손 사장의 발언은 객관적 사실이나 전후 관계가 전혀 맞지 않다”고 해명했다.

지난 2018년 미투 운동과 관련한 뒷조사 주장에 대해서는 지목된 삼성 미래전략실이 이미 지난 2017년 3월에 해체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손 사장 주장을 반박했다.

삼성 측은 손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이 기업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했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수수, 삼성물산 부당합변 관련 분식회계 의혹, 과거 노조 탄압 등 각종 의혹과 관련된 재판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사법 리스크를 극복하고 기업 신뢰도 제고를 위해 올해 내부 준법감시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기업 쇄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불거진 ‘배후설’은 쇄신 작업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다.

올해 ‘사회적 가치 실현’을 기업경영 방침으로 강조한 SK그룹도 오너와 관련한 허위사실 유포 사건으로 생채기가 났다.

최근 법원은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가 유튜브 방송에서 제기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해 제기한 의혹 등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판사 한경환)는 지난 24일 최 회장이 강용석 변호사, 김세의 전 MBC 기자, 보수논객 변희재씨와 가세연 등을 상대로 낸 허위사실 유포금지가처분 청구를 기각했다. 가세연 측이 해당 방송을 비공개 전환한데 따른 조치다.

앞서 가세연은 유튜브 방송을 통해 노소영 관장에게 생활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거나 최 회장에게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이 아닌 제3의 내연녀가 있다는 등 최 회장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최 회장은 해당 방송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소송에 나섰고 법원으로부터 허위사실이라는 판단을 받아냈다.

재판부는 “가세연은 위 내용이 진실이라는 점에 대해 현재까지 별다른 구체적·객관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며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이 사건 게시물로 인해 최 회장의 사생활이 함부로 타인에게 공개됐고, 그로 인해 사회적 평판이 침해당했다”고 판시했다.

SK그룹은 총수인 최태원 회장의 이혼 과정과 연인인 김희영 이사장과 관련한 사건에 대해 ‘개인의 사생활’이라며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총수의 개인사와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완전히 분리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번 재판을 통해 일정부분 부당함이 가려졌다지만 그 과정에서 흠집 난 오너십과 이에 따른 기업 이미지 훼손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뉴시스
(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뉴시스
채승석 전 애경산업 대표와 허희수 전 SPC그룹 부사장ⓒ뉴시스
채승석 전 애경산업 대표와 허희수 전 SPC그룹 부사장ⓒ뉴시스

‘분쟁·재판’ 각종 리스크에 무거운 첫 걸음

지난해 고(故)조양호 회장의 타개로 새로운 경영 시대를 맞이하게 된 한진그룹은 경영권을 둘러싼 이른바 ‘남매의 난’을 겪으면서 상호간 흠집 내기로 인한 진통을 피하기 어려웠다.

경영권 향배를 가를 지주사 한진칼의 주주총회가 가까워지면서 경영 자격을 두고 난타전 양상을 보였다. 급기야 외부에서 ‘리베이트 수수 의혹’까지 가세하면서 양측의 신경전이 거세졌다.

앞서 채이배 민생당 의원은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근 프랑스 검찰이 에어버스가 대한항공 등에 항공기를 납품하며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확보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회장 등 주주연합 측은 제기된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에 조원태 회장의 연루 가능성을 거론하며 사법기관의 수사를 촉구했다. 한진그룹 측은 이 같은 의혹을 정면 부인하면서도 주주연합 측의 의도를 비판하며 맞섰다.

조 회장은 지난 27일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 결과 이사 선임에 성공하며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를 거줬지만 분쟁 과정에서 흠집 난 리더십을 다시 복구해야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올해 초부터 ‘오너 리스크’ 등 경영 외적 구설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기업도 제법 있었다. 효성그룹과 대림산업의 경우 총수인 조현준·이해욱 회장이 지난해 말 검찰로부터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불거진 사법 리스크가 올해 주주총회를 앞두고 리더십에 대한 우려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애경그룹의 경우 장영신 회장의 셋째 아들인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가 ‘우유주사’로 불리는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채 전 대표는 혐의가 불거지자 곧바로 사표를 내고 경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현재 가습기 살균제 피해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애경그룹으로선 총수일가 일탈행위로 또 다시 윤리경영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SPC그룹은 마약 투약혐의로 경영에서 영구 배제 됐던 허영인 회장의 차남 허희수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설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 하며 경영 배제를 결정한 SPC그룹은 사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허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설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허 전 부사장은 임원회의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KBS> 취재진과 마주치곤 “회의 참석하러 온 것이 아닌 빵을 사러왔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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