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혜 지음│336쪽│145*215mm│1만6000원│와이즈맵

ⓒ와이즈맵

남편의 노동은 값비싸게 매기면서 나의 노동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친정에 대한 불만과, 대체로 내게 많은 힘을 주지만 때때로 상실감을 주는 육아 동지들에 대한 씁쓸함, 엄마란 존재를 신계로 드높이면서 그 대단한 존재를 집 밖으로 못 나오게 만드는 사회에 대한 유감을 드러내고 싶었다._프롤로그 중에서

【투데이신문 김다미 기자】 인구 절벽 문제에 부딪힌 대한민국에서 기혼 유자녀 여성은 영웅이 아닌 ‘약자’다. 가정에서는 살림과 육아를 혼자 감당하고, 직장에선 아이가 없는 듯 일해야 하며 출산 후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도 많다. 집 밖으로 나오면 엄마들은 잠재적 ‘맘충’이라는 오해의 시선도 감내해야 한다.

여성의 임신과 출산, 육아를 위한 정책과 제도 또한 턱없이 부족하다. 참다못한 엄마들은 자신들이 느낀 차별과 부당함에 대해 말하면 세상은 ‘위대한 모성’이라는 신화를 내세워 여성들의 입을 막아 왔다. 여성 인권이 올라가도 엄마들은 ‘결혼하고 아이 낳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논의에서 배제됐다.

하지만 엄마가 약자인 사회는 지탱될 수 없다. 신간 <엄마를 위한 나라는 없다>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속 시원히 얘기하지 못했던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의 불편한 진실을 엄마의 입장에서 고발하는 책이다.

저자 김가혜씨는 <나일론>, <보그 걸>, <코스모폴리탄> 등 잡지계에서 10여 년을 에디터로 고군분투해왔다. 하지만 그도 ‘엄마’라는 이름 앞에서는 항상 무너지고 만다. 저자는 쌍둥이 남매를 낳으면서 겪었던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날 것의 시선으로 비추며, 일상의 구석진 곳에서 여성이 어떤 차별과 불편함을 경험하는지를 이 책을 통해 고백한다.

가사분담, 고부 갈등, 경력단절 등 첨예하고 논쟁적인 이슈에 용감하게 이야기하면서 유머를 잃지 않고 자신만의 ‘블랙코미디’를 이어간다. 그녀는 ‘82년생’이라는 하나의 아이콘이 된 세대의 여성으로 때론 ‘미친 페미니스트’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10년간 연애한 남자와 결혼해 쌍둥이를 낳고 ‘정상가족’을 이룬 사람이기도 하다.

저자는 여성에게 비혼과 탈혼을 종용하지 않으며 결혼과 출산에 대해 설득하지도 않는다. 그저 각자의 선택이 존중받는 차별 없는 사회 안에서 여성과 남성이 더불어 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엄마들이 살만한 세상은 모두가 살만한 세상에서만 실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임신과 출산, 육아의 과정에서 엄마가 겪는 고충과 감정을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1장은 저자의 임신 이후에 달라진 것들에 대한 이야기, 2장에서는 ‘자연임신’과 ‘정상가족’ 같은 사회의 환상 및 임산부에게 직장과 사회가 가하는 불합리한 차별과 간섭에 대해 고발한다. 3장은 ‘남편’과의 관계를 되짚고, 시댁과 명절 노동에서 드러나는 성차별적 문화를 이야기한다. 4장에서는 출산과 육아의 현실적인 장애물들을 살펴본다. 5장은 출산 이후의 신체적, 심리적 후유증을 고백하며 엄마들의 우울감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여성들을 향한 연대와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은 ‘엄마를 위한 나라’가 찾아올 미래를 위한 끊임없이 질문을 통해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지침이 돼 줄 것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