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경영평가 D등급에도 성과급 지급

한국석유공사 사옥 전경ⓒ뉴시스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지난해 일부 공기업들이 실적악화에도 기관장들이 성과급만 1억원 넘게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실이 주요 공기업 제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36개 공기업의 부채는 전년보다 총 11조 8356억원 증가해 470조원을 넘었다. 당기순이익은 작년보다 2조920억원 감소한 2067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36개 공기업 임원 179명의 올해 성과급 평균은 4675만원으로 전년보다 12.8%나 올랐다.

상임 기관장 성과급이 지난해 1억원을 초과한 기관은 한국남동발전(1억3193만원), 한국수력원자력(1억2781만원), 한국부동산원(1억2693만원), 한국토지주택공사(1억1880만원), 한국조폐공사(1억1693만원), 인천국제공항공사(1억1438만원), 한국도로공사(1억1338만원), 한국전력공사(1조1000만원) 등 8곳이다. 한국서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부발전은 기관장 성과급으로 모두 9895만원을 지급했다.

특히 막대한 부채로 자본잠식 상태인 한국석유공사의 경우 당기순이익이 전년대비 2조2844억원 줄었지만 사장과 상임감사에게 각각 2234만원, 3030만원의 성과급을 책정했다. 석유공사는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D등급(미흡)을 받았음에도 성과급을 지급했다.

석유공사와 마찬가지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는 한국광물자원공사 역시 6조원대의 부채를 안고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임에도 지난해 76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광물자원공사의 부채규모는 2019년 6조4133억 원에서 2020년 6조7535억원으로 늘어났으며 정부의 경영평가 결과도 2020년과 2021년 모두 C등급에 그쳤다.

재정지표 악화에도 불구하고 성과급이 증가한 배경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 항목에서 재무관리 비중이 적다는 점이 지적된다.

공기업 성과급 지급의 기준이 되는 기획재정부 2021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편람에 따르면 평가점수 총 100점 중에서 ‘재무예산 운영성과’는 5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자리창출’은 7점,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은 4점이다.

즉 적자가 발생해 재무예산 운영성과가 낮더라도 다른 항목 등급이 좋으면 성과급이 지급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추 의원은 "일반기업들은 적자가 나면 임원들부터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공기업 임원들은 수천억원 적자에도 수천만원의 성과급을 받아갔다"며 "재무상태 악화에 대해서는 임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성과급 지급 시스템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공기관 성과급 문제가 매번 불거지자 기재부는 이달 1일 경영평가에서 종합등급이 ‘미흡’(D) 이하인 공공기관은 개별항목 등급과 관계없이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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