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그들, 그래도 尹은 싫다?
4월 재보선·전당대회 통해서 젊은 세대 유입
조국 사태·메갈 논란 등 거치면서 보수화
문재인 정부 반발심이 홍준표에게로 집중
윤석열 당선되자 떠나는 미련 없는 2030세대

5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서 홍준표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서 2030세대가 등을 돌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대략 1800명 정도 탈당을 했다는 말을 할 정도로 현재 심각한 수준이다. 2030세대가 4월 보궐선거와 당 대표 전당대회를 통해 국민의힘에 대거 유입됐지만 윤 후보가 결정되면서 국민의힘에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 판단한 2030세대 당원들이 대규모 탈당 사태를 일으킨 것이다. 이는 윤 후보를 찍기 싫다는 것을 이야기한 것이다. 국민의힘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2030세대는 진보 성향이 강한 세대이다. 기존 기득권에 반발해서 진보 성향을 보이는 것이 2030세대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반발해 국민의힘에 지지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2030세대 입장에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기득권 세력으로 간주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창기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선수단 구성 당시 남북 선수단 구성을 일종의 ‘불공정’으로 간주했다.

남북 선수단 구성은 남북 관계 회복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공감하면서도 그 과정 속에서 일부 선수가 배제되고, 북한 선수가 들어간 것에 대해 불공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때부터 불공정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이른바 ‘표창장 논란’을 통해 입시 불공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또한 LH 사태를 통해 부동산 불공정에 대해 지적을 하면서 2030세대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반발심을 키워갔다.

그것은 기존 기득권 세력에 대한 반발심이 작동하는 2030세대의 진보 성향과 맞물려 있다. 다시 말하면 2030세대에게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기존 기득권 세력이다.

2030세대가 문재인 정부에 반발심을 가진 또 다른 이유는 바로 ‘페미니즘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가 페미니즘 정부를 추구하면서 20대 남성이 점차 소외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올해 초 이른바 메갈리아의 손동작 논란이 사회적 이슈가 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페미니즘 정책이 ‘여혐’ ‘남혐’ 논란으로 불이 붙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메갈리아 손동작 논란이 사회적 이슈가 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페미니즘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인 세대는 20대 남성뿐만 아니라 20대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페미니즘 정책이 단순히 양성평등으로 나아가는 정책이 아니라 여혐이나 남혐 논란을 일으키는 정책으로 변질되면서 20대 여성들도 자신들은 피해자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젠더갈등

페미니즘 정책을 구사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발심이 작동하면서 그에 따라 국민의힘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때마침 4월 재보선이 발생했다.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부적절한 언행에 의해 발생한 4월 재보선이기 때문에 젠더 갈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4월 재보선 이후 국민의힘은 곧바로 전당대회를 치렀다. 이 전당대회서 이준석 대표가 36세의 젊은 나이에 파란을 일으켰다. 파란을 일으킨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이 대표의 반페미니즘 정서이다.

이 대표가 반페미니즘 정서를 내세우면서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2030세대가 대거 국민의힘에 유입됐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놀라운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정치전문가들은 당연한 일이라는 분석이다. 2030세대는 기존 기득권 세력에 반발하는 심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발심이 작동했고, 그것이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주게 된 것이다.

국민의힘은 그 상태에서 대선 경선을 치르게 됐다. 대선 경선 과정 속에서 홍준표 의원을 2030세대가 주목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를 싫어해서 국민의힘에 가입한 2030세대 당원들은 홍 의원의 언행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홍 의원은 유튜브 홍카콜라 TV를 통해 젊은 세대와 소통을 하면서 젊은층의 지지를 넓혀갔다. 뿐만 아니라 홍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 다른 정치인들이 꺼려하는 진보 매체 등에도 서슴없이 출연해서 자신의 정치적 비전 등을 이야기하면서 정치적 저변을 넓혀갔다.

아울러 홍 의원이 그동안 국민의힘에서 자신의 세력도 없이 지내면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마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과 같다는 생각을 젊은 세대가 하면서 홍 의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홍 의원에게로 젊은 세대가 집중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반면 윤석열 후보에 대해 젊은 세대는 탐탁찮게 생각하게 됐다.

홍준표의 청년층 사랑

그것은 윤 후보의 정치적 태생의 문제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으로 승승장구를 한 것이 젊은 세대에게는 못마땅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정치 출마 선언을 하고 국민의힘에 입성할 때도 마치 점령군과 같은 모습을 보였다. 또한 이준석 대표와 대척점을 보이면서 결정적인 패착이 됐다.

젊은 세대에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이 대표와 대척점을 보였다는 것은 젊은 세대가 윤 후보를 싫어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여기에 윤 후보가 결정적으로 말실수 등이 이어졌다. ‘120시간 노동’ ‘부정식품’ 발언을 비롯해서 ‘전두환 옹호’, ‘개 사과’ 논란 등 계속해서 윤 후보가 구설수에 오르면서 젊은 세대가 윤 후보에 대해 별로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무엇보다 윤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줄 세우기 논란이나 현역 의원 절반 이상을 확보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젊은 세대에게는 오히려 반발심이 더욱 작동하게 됐다.

홍 의원은 아무런 조직을 갖고 있지 않는 반면 윤 후보는 국민의힘에 입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막강한 힘을 갖게 되면서 그것이 젊은 세대에게는 오히려 반발심을 키우게 만들었다.

게다가 대선 경선 결과가 발표됐는데 ‘당심’과 ‘민심’이 너무 괴리된 결과가 나오면서 젊은 세대는 오히려 윤 후보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당심과 민심이 괴리된 윤 후보가 과연 본선 경쟁력을 갖고 있느냐는 의문을 젊은 세대가 갖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2030세대를 중심으로 “윤석열을 뽑느니 차라리 이재명을 뽑겠다”는 바람이 일어나고 있다.

홍 의원이 대선 경선에서 패배를 하면서 국민의힘은 더 이상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더 심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총괄상임선대위원장에 앉힐 구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노인들 잔치’라는 별명을 얻을 수밖에 없다.

젊은 세대를 구애하는 각종 정책이나 비전을 내놓을 가능성은 매우 높지만 그것은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더군다나 홍 의원은 아예 대놓고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 대신 청년들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2022년 대선이 아니라 그 다음 대선을 노리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대선 과정 속에서 다지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더욱이 홍 의원은 윤 후보가 대선 본선에 출마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후보 교체론이 나오게 되는데 그때 자신이 교체된 후보가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청년들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만약 청년들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면 이 플랫폼은 윤 후보를 지지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홍 의원을 지지하는 플랫폼이 된다.

5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홍준표 후보. ⓒ뉴시스

홍준표를 잡아라

윤 후보로서는 대선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플랫폼이 되는 셈이다. 윤 후보가 홍 의원의 지지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 후보로서는 딱히 다른 방도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젊은 세대의 지지를 이끌어 낸다는 것은 단순히 젊은 세대를 위한 정책이나 비전을 제시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젊은 세대가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홍 의원을 지지하게 됐는지에 대한 명확한 분석과 그에 따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는 ‘꼰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친구’가 필요하다. 대선 후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동반자’가 필요하다.

함께 어려움을 풀어나가는 그런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현 대선 후보들은 ‘좋은 정책만 내놓으면 젊은 세대가 지지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기는 쉽지 않다. 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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