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호남 포기 대신 영남 택한 윤석열
전두환 옹호 발언, 사과도 무성의해 논란
개에게 사과 주는 장면 연출, 도대체 왜
각종 여론조사서 경선 승산 있다 판단
당 지도부는 본선 걱정해야 할 판국 당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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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전두환씨에 대한 칭찬을 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국민의힘 당 지도부는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후보에게는 이번 발언이 오히려 득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비록 호남 당원들의 가입이 많아졌다고 하지만 영남에서 홍준표 경선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나지 않은 상황에서 전두환씨 옹호 발언을 통해 영남 표심의 결집을 이뤄내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하지만 본선에서 과연 중도층 표심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갑 국민의힘 당협위원회 자리에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자리를 차지했고, 연설을 했는데 그 영상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다들 경악했다.

전두환씨에 대한 옹호의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불문율 중 하나가 바로 전두환씨의 옹호이다. 그것은 사실상 정치적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는 평가다.

그러나 윤 후보는 당당하게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분들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이 나오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다들 “윤 후보가 정치를 포기했나”라는 의구심을 품었다. 그만큼 해당 발언은 충격적이면서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당장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당내 경선 주자들도 하나같이 공격을 했고, 이준석 대표 역시 윤 후보가 적절하지 않은 발언을 했다면서 논란이 일어나자마자 당장 호남으로 달려가는 등 호남 민심 달래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하지만 정작 윤 후보는 12.12 모의재판에서 전두환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면서 전씨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이지만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각 분야 전문가 등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해서 제 역량을 발휘하게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사과를 거부한다는 이미지가 박히면서 당 지도부도 나서서 사과를 하게 만들었고, 윤 후보는 ‘유감’을 표했다.

돌잡이 이야기 거론 왜

하지만 그것도 무성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과한 날 윤석열 캠프는 SNS에 갑자기 돌 때 돌잡이로 사과를 잡았다면서 윤 후보가 사과를 좋아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돌잡이 사진을 올리는가 하면 그 다음날에는 윤 후보가 기르는 강아지에게 사과를 주는 장면을 촬영해서 누리꾼들은 “사과는 개나 주라는 것인가”라면서 분개했다.

이로 인해 윤 후보가 받는 타격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후보가 정치권에 들어와서 가장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윤 후보가 일부러 전씨를 거론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 이유는 바로 대선 경선 때문이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은 ‘당원투표 50’+‘여론조사 50’이다. 2차 컷오프에서는 여론조사 70+당원투표 30이었다는 점에서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졌다.

현재 여론조사에서는 윤 후보가 경쟁 후보인 홍준표 후보와는 지지율이 비등하다. 따라서 윤 후보로서는 여론조사가 아닌 당원 투표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해야 경선 승리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최근 들어 호남 당원의 가입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대표가 당선된 후 호남 당원의 가입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호남에 가서 무릎 꿇고 5.18에 대해 사과를 하는 것은 물론 호남 각 지역에 명예국회의원을 지정하는 등 호남 구애에 상당한 노력을 하면서 호남 당원의 가입이 늘어났다.

따라서 호남을 위한 후보들의 발언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후보는 전씨를 옹호함으로써 호남 민심을 자극했다.

이는 결국 의도적인 발언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5월 31일부터 9월 말까지 모두 26만명이 새로 입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수도권의 당원 가입이 늘어났다. 반면 TK(대구·경북) 신규 입당자는 전체 15%, PK신규 입당자는 전체 13%에 그쳤다. 반면 당원 비중이 1%에 그쳤던 호남과 제주는 각각 2%로 늘어났다.

호남 당원의 가입이 늘어난 것은 맞다. 하지만 전체 비중에서 호남 당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은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반면 TK와 PK 당원 비중은 여전히 높다. 특히 TK 당원 비중은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TK 당원 표심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TK 영향력

다만 홍 후보가 TK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 여기에 호남 당원들의 표심까지 업고 가게 된다면 윤 후보로서는 승리가 쉽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 아직까지 당원 가입이 얼마나 많이 늘어났는지 모르는 호남 당원 대신 TK 당원에 대한 구애를 하기 위해 전씨 옹호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뉴데일리와 시사경남 의뢰로 여론조사업체 PNR(피플네트웍스리서치)가 지난 15~16일 이틀 동안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당내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윤 후보와 홍 후보는 호남에서 각각 18.2%, 39.9%로 압도적으로 홍 후보가 앞서갔다.

반면 대구·경북에서는 윤 후보가 39.0%, 홍 후보가 31.7%, PK에서는 윤 후보가 37.8%, 윤 후보가 38.7%로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이번 조사는 유무선 자동응답 전화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휴대전화 RDD(무작위 추출) 85%, 유선전화 RDD 15% 비율로 조사했다. 최종 응답률은 3.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조사 완료 후 지난 6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지역별·성별·연령별 가중값을 부여(림 가중)했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윤 후보로서는 영남에서 홍 후보와 비등한 수치를 보이기 때문에 이것을 극복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따라서 전씨를 옹호하는 것이 의도적으로 옹호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당 안팎에서 계속해서 윤 후보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윤 후보는 유감을 표한 정도로 그치고 있다는 것은 영남 표심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즉, 의도적으로 전씨를 옹호함으로써 영남 표심을 얻기 위한 방안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는 전씨에 대한 옹호 여론이 영남에 아직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씨의 호를 딴 일해공원 명칭을 바꿀지 의견을 묻는 경남 합천군민 여론조사가 실시됐다. 합천 6개 지역신문사가 공동의뢰해 리얼미터가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만 18세 이상 군민 739명을 조사한 결과 ‘일해공원의 명칭을 변경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49.6%를 차지했다.

이는 ‘일해공원의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응답자의 비율 40.1%보다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다. ‘상관없거나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0.3%였다.

연령대별로는 40대 이하 젊은 층은 바꾸자는 의견이 많았고, 50대 이상에서는 바꾸지 말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6%포인트다.

비록 경남 합천 주민을 대상으로 한 일해공원 명칭 관련된 여론조사이지만 전씨에 대해서 아직도 옹호를 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짐작할 수 있는 여론조사이다. 더욱이 50대 이상은 바꾸지 말자는 의견이 우세했다는 것은 전씨에 대해 아직도 향수에 젖어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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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 ⓒ뉴시스

영남 표심 자극

이런 상황 속에서 윤 후보가 “정치는 잘했다”고 발언을 함으로써 영남 표심을 자극한 것으로 판단된다. 즉, 다분히 의도적으로 내뱉은 발언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 지도부로서는 ‘죽을 맛’인 상황이다. 왜냐하면 호남 구애에 나섰고, 그동안의 벽을 허물고 이제 지역주의를 탈피하나 싶었는데 대선 후보가 지역주의 벽을 다시 높이게 만들었으니 당 지도부로서는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 됐다.

무엇보다 본선이 걱정인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는 영남 표심이 경선 후보의 당락을 좌우했지만 대선 본선에서는 수도권 민심이 대통령이 되냐 아니냐를 가르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도권 유권자 중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출신이 바로 호남 출신이다. 호남 출신 유권자가 30%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가 전씨를 옹호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이들의 표심 향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윤 후보의 이번 발언으로 인해 호남 민심은 급속도로 냉랭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는 본선 경쟁력에서 윤 후보가 많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다시 영남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즉, 호남 민심이 등을 돌리게 된다면 영남 당원들 입장에서 윤 후보가 본선에 올라가면 과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꺾고 승리할 수 있는 후보가 되겠냐는 것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윤 후보가 영남 당원 표심을 위해 의도적으로 한 발언이었다면 그 발언이 다시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결국 핵심은 윤 후보가 대선 본선 경쟁력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를 당원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윤 후보에 대해 그동안 우호적인 태도를 취해왔던 김재원 최고위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 “부동산, 원전 정책 두 가지만은 문재인 대통령이 적어도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배웠으면 좋겠다”고 발언을 하면서 오히려 본선경쟁력을 더 떨어뜨려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그동안 호남에서 쌓아온 이미지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그런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그야말로 국민의힘으로서는 위기에 봉착하게 되면서 등 돌린 호남 민심을 어떤 식으로 달래야 할 것인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대선 경선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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