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대한제당, ‘안 팔리는’ 각설탕 단종시켜
삼양사 큐원만 소량 생산 중…소비자 선택권 줄어

각설탕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각설탕, 도대체 어디서 파나요?” 

과거에는 흔하디 흔했던 각설탕이 이제는 시중에서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이른바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25일 본보 취재 결과 최근 각설탕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들이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국내 대표 제당 3사인 CJ제일제당과 대한제당, 삼양사의 고객센터에 문의해 보니 3곳 모두 현재 각설탕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있어 구매가 어렵다고 안내했다.

마트나 시장에 나가봐도 각설탕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동네 시장 3곳과 마트 5곳에 문의했지만 각설탕을 취급하는 곳은 1곳도 없었다.

온라인에서는 일부 판매처에서 취급한다지만, 품절로 인한 취소를 당하거나 비싼 가격에 구매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겼던 각설탕의 부재에 소비자들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 많던 각설탕은 어디로 갔을까?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1950년대 각설탕 제조기, 1967년 설탕 선물세트 신문 광고, 1963년 이후 출시된 가정용 설탕 제품 ⓒCJ제일제당

각설탕 찾기 삼만리…구매 선택권 사라져

각설탕은 정육면체로 굳힌 설탕 제품이다. 통상 하나의 무게가 3g 내외인 만큼 당 함유량 표기의 기준으로 쓰이기도 한다. 음료 한잔에 들어있는 당류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각설탕 몇 개 분량이 함유됐다는 안내를 거치기도 한다.

각설탕은 말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간식이기도 하다. 또 다른 간식인 당근과 함께 각설탕은 말의 훈련이나 사육 시에 꼭 필요한 제품으로 각인돼 있다. 이에 말 기수와 말의 교감을 다룬 영화 <각설탕>에서는 아예 제목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각설탕은 녹는 시간 차이를 알아보는 등의 여러 과학 실험에서 이용되기도 하며, 유명 작가인 빈센트 반 고흐가 즐겨 마셨다는 압생트를 마실 때 곁들이기도 한다. 습기가 우려되는 과자나 시리얼 제품에 하나씩 넣어두면 눅눅함을 없애 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각설탕은 정제도가 높아 커피나 홍차 등과 같이 향이 중요한 음료에 감미료로 주로 이용돼 왔다. 이에 커피 옆에는 항상 각설탕이 세트로 존재하던 시절도 있었다.  

각설탕은 1960년대 최고의 선물 품목이었다는 화려한 과거를 지니고 있다. 고급 설탕 케이스와 함께 포장된 각설탕의 위상은 1967년 당시 신문 광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항상 우리 곁에 당연하게 존재해 왔던 각설탕이 하나둘씩 단종되기 시작하면서 추억 속으로 사라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대한제당 홍보팀에 문의한 결과 삼양사만 생산량을 줄여 각설탕을 생산하는 중이라고 답변했으며 나머지 두 곳은 단종했다고 답했다.

삼양사의 경우 고객센터에서는 공장 설비 문제로 구입이 어렵다는 안내를 하고 있었지만 이와 관련 삼양사 관계자는 “현재 각설탕을 구하기 쉽지는 않은 만큼 잘못 안내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했다.

대한제당은 단종을 결정했지만 선물세트에 들어가는 소량의 제품에 한해 생산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각설탕의 단종이나 생산량 감소 배경에 대해 업계는 입을 모아 소비량 저하를 지목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각설탕은 2019년 4월 단종됐다”며 “당시 수익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비상경영의 일환으로서 소비량이 줄어든 제품군의 생산을 중단한 바 있다”고 말했다.

대한제당 관계자 또한 “지난해 상반기부터 단종이 결정됐다”며 “소비량이 많이 줄어 현재는 선물세트 내에 들어가는 각설탕만 소량 생산 중”이라고 말했다.

삼양사 관계자는 “각설탕 소비량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꾸준히 찾는 고객이 있어 현재 생산 중인 상태”라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각설탕 단종으로 인한 당혹감을 드러내며 제품에 대한 선택권이 사라진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40대 여성 A씨는 “아이 실험용으로 꼭 필요한데 동네 마트에는 씨가 말라서 너무 놀랐다”며 “많은 양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서 결국 지인에게 얻어서 해결했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나 당연한 각설탕이었는데 업력이 긴 설탕회사에서 아주 품목 자체를 없앴다고 해서 놀랐다”고 덧붙였다.

30대 남성 B씨의 경우 “오프라인에선 아예 못구해서 온라인으로 구매하려 했지만 2배 가까이 올라 말에게 간식을 못 주고 있다”며 “제당 회사인데 덜 팔린다고 각설탕이 안나온다니 소비자의 선택권조차도 아예 사라진 것 같아서 아쉽다”라고 푸념했다.

좌측부터 현재 생산 유통 중인 삼양사의 큐원 각설탕, 판매용이 아닌 선물 세트에만 소량 포함되는 대한제당의 푸드림 각설탕 ⓒ삼양사, 투데이신문

사라져가는 각설탕…전문가 “다각적 고민 필요”

커피와 함께 영화를 누려 온 견고한 각설탕 시장이 녹아내린 데는 ‘아메리카노’의 유행도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커피)’,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신조어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커피의 트렌드가 변화했다. 달콤하고 따뜻한 커피보다는 차갑고 쓰디쓴 커피가 주류를 이루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생활 필수품이라고 여겨졌던 제품의 활용도도 떨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커피업계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정부 차원에서 당 저감 정책을 펼치기도 했고, 이제는 전반적인 소비자 취향도 커피에서 단맛을 찾기보다는 커피 본연의 향을 즐기는 것으로 바뀌었다”며 “막상 당이 필요한 경우에도 차가운 얼음커피에서도 잘 녹는 액상 시럽을 찾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각설탕을 차가운 아이스음료에 넣게 되면 녹지 않아 잔 바닥에 가라앉게 된다. 찬 음료나 따뜻한 음료 모두에 사용할 수 있는 액상시럽 대신 구태여 각설탕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제당 3사 모두 정확한 매출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각설탕이 소비량 저하에 직면했다는 데는 의견을 함께 했다. 이에 업체 3곳 중 2곳에서 단종이 결정된 만큼 각설탕은 귀한 몸이 돼 버렸다. 

일부 물량은 온라인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지만 현재 온라인에서 각설탕 1kg 제품 가격은 1만2000원 중반대로 형성돼 있어 1000원 중반대면 살 수 있는 동일 중량인 1kg 가루설탕에 비하면 10배에 달하는 가격이다. 가공과정을 거쳐 종이에 개별포장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동일 성분임을 고려하면 적은 차이는 아니다.  

가격을 감안해 구입하려 해도 일부 판매처에서는 수급 물량이 일정치 않아 품절로 인한 취소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렇게 가장 흥했던 커피업계에서 서서히 외면당한 각설탕은 시장에서 조금씩 그 존재감을 지우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설탕의 판매 재개 실효성과 관련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물음표가 붙는 실정이다. 체감 소비량이 줄어들어 타 소비자에게 오히려 비용 전가가 될 수 있는 만큼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라는 주장이다.

소비자시민모임 이수현 실장은 “일부 회사의 단종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각설탕을 구입할 때 선택권이 줄어든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면서도 “다만 시대 흐름으로 인해 제품의 소비량이 줄어든 시점에서 판매 재개를 했을 때 드는 비용이 타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우려는 있어 다각도로 고민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건국대학교 소비자학과 김시월 교수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 개발 등도 기업의 역할이니만큼 제품을 단종할 때는 소비량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생산 시설의 유지 및 운영에는 비용이 들고 소비량이 현저히 줄어 소량 생산을 하게 된다면 오히려 단가가 올라가게 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기업이 반드시 해당 품목을 생산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다만 “경쟁 측면에서 봤을 때는 소비자가 불리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에서 제품이 단종된 이후 한 기업에서만 독점 생산을 하거나 수입품으로만 대체가 되는 경우, 가격을 올리게 되면 수요가 있는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구입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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