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부, 현재 수박 논쟁으로 분당 위기?
과거 분당 사태·난닝구 사건·진산 파동 있어

비대위원회의 참석하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 [사진제공=뉴시스]
비대위원회의 참석하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수박 논쟁에 휩싸여 있다. 친이재명계 인사들과 지지자들이 반이재명계 인사들을 향해 ‘수박’이라고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서의 수박은 겉은 민주당 색깔인 파란색인데 속은 국민의힘 색깔인 빨간색을 의미한다. 민주당 소속이면서 말과 행동은 국민의힘 소속인 것처럼 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해당 별명은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친이재명계 인사들과 지지자들이 친이낙연계 인사들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당시 친이낙연계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공격하면서 일부 강성 지지층은 “차라리 윤석열을 찍겠다”고 하면서 친이재명계가 붙여준 별명이다.

이에 이낙연계는 ‘일베의 용어’라면서 반발했다. 하지만 대선 이후 소강상태가 됐는데 지방선거 이후 또 다시 불거지면서 수박 논쟁이 불거졌다. 수박 논쟁이 일어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과연 분당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과거 민주당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번 ‘수박 논쟁’은 애교에 가까울 정도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분당 사태나, 난닝구 사건, 진산 파동 등등을 살펴보면 살벌하기 그지 없을 정도이다. 이런 이유로 ‘수박’ 논쟁이 과연 분당 사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구 갈등은 이어져

가까운 사례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분당 사태를 들 수 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비주류가 문재인 당시 당 대표와 김상곤 혁신위원장의 혁신안에 불만을 품으면서 탈당을 해서 국민의당으로 결집했다.

비주류의 탈당은 위기감을 갖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에 당시 문재인 대표는 당명을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개명을 했고, 표창원 전 의원 등 인재영입을 하면서 당 쇄신작업을 했다. 그리고 20대 총선이 치러졌는데 더불어민주당이 전국 정당이 되면서 선방을 했다.

민주당 계파 갈등의 또 다른 단면은 2003년 이른바 난닝구 사건이 있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를 하면서 정권재창출에 성공한 새천년민주당은 2003년 9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노를 중심으로 당을 해체시킨 후 당원이 모든 공직선거 후보를 뽑는 상향식 공천제, 진보주의를 강령으로 하는 신당 창당안, 즉 열린우리당 창당에 대해 표결을 하려고 했다.

그러자 민주당 사수파들이 반대를 하면서 사수파의 한 사람이 민소매 런닝셔츠 차림으로 당사에 난입해 친노 성향 최고위원을 폭행하는 장면이 뉴스에 보도됐다. 그러면서 호남 지역주의 비판적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난닝구’라면서 민주당 분당에 반대했던 호남인들에 대한 비난을 가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계파 갈등은 박정희 정권 시대에도 있었다. 1971년 이른바 진산 파동이다. 당시 신민당 유진산 대표에 대한 제명 파동인데 유진산이 제8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 등록 마감일인 1971년 5월 6일 갑자기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시 영등포구갑 출마를 포기하고 전국구 1번 후보로 등록했다. 영등포갑에 민주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조카사위 장덕진 후보에게 지역구를 내어주려는 의도로 읽혀지는 대목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사진제공=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사진제공=뉴시스]

신구 갈등으로 김대중·김영삼 떠올라

이에 신민당 청년 당원들이 거세게 항의를 했다. 그러면서 정계은퇴나 전국구 후보를 포기하라는 압박이 들어갔다. 이에 유진산계 신민당 청년당원들과 패싸움이 일어났다.

그러자 신민당 비주류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유진산을 당에서 제명하고 자신이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는 수습안을 발표했지만 친진산계 인사들이 김대중의 당 대표 권한대행직 장악을 저지하면서 운영위원회 부의장에게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기는 것으로 합의를 했다.

그러자 결국 김영삼, 이철승 중심의 주류와 김대중 중심의 비주류로 갈리면서 정면 충돌하게 됐다.

결국 김영삼 전 대통령 등 당 중진들이 중재안을 만들었는데 유진산 당 대표직 사퇴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처음에는 수용하지 않았지만 결국 수용하면서 유진산은 일선에서 물러나고 김홍일이 당시 신민당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 임명된다.

하지만 신민당 중앙당이 그 기능이 마비되면서 총선에서 패배하는 듯 보였지만 89석의 의석을 확보하고 득표율도 44%를 차지하면서 여당인 민주공화당과 4%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이처럼 더불어민주당의 계파 전쟁은 역사가 오래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수박 논쟁이 벌어진 것은 단순히 당권 경쟁 때문은 아니라 탄돌이 이후 많은 세력이 더불어민주당에 유입됐기 때문이다.

친문의 지지 기반은 친노에서 기인한다. 친노는 2004년 탄핵 정국에서 열린우리당으로 총선에 출마를 해서 대거 당선된다. 그들을 탄돌이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탄돌이와 초선 갈등

그런 탄돌이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폐족으로 불리면서 역사 속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이게 됐다. 하지만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부활의 날개짓을 하게 됐고, 그것이 2010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점차 친노 세력이 중앙정치로 다시 복귀하는 상황이 됐다.

문제는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분당 사태로 인해 당이 위기에 놓이게 되면서 문재인 당시 당 대표가 새로운 인물을 대거 영입하면서 탄돌이에서 점차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당 대표로 있을 당시인 2020년 총선에서 160석 이상의 득표를 보이면서 신규 인물들이 대거 중앙정치로 진출하게 된다. 그러면서 탄돌이인 친문 세력과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이재명 의원의 지지자들이 2030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86세대 탄돌이들과의 사고 방식 등이 맞지 않기 때문에 민주당은 정체성 혼란이 일어난 것이고, 이런 정체성 혼란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윤호중-박지현 두 전직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정립하지 못하고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더욱 불거지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수박 논쟁까지 일어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과연 분당 사태까지 맞이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지만 이처럼 과거의 전례를 살펴보면 이번 논쟁이 그다지 큰 영향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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