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하는엄마들을 비롯한 5개 단체가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지구를 지켜라, 아기 기후 소송‘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정치하는엄마들을 비롯한 5개 단체가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지구를 지켜라, 아기 기후 소송‘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뱃속 태아를 포함해 5세 이하 어린이들이 주요 청구인으로 나서 ‘기후변화 소송’을 제기했다.

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에 따르면 전날 민변과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소속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아기기후소송단’(이하 소송단)은 헌법재판소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이번 소송의 직접 청구인은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아기들과 어린이들이다. 태명이 ‘딱따구리’인 20주 차 태아가 대표 청구인이며, 지난 2017년 이후 출생한 아기들 39명, 6∼10세 어린이 22명으로 총 62명이 청구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소송단이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제출한 제3조 제1항은 정부가 오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18년 배출량 대비 40%로 규정한 조항이다. 이에 대해 소송단은 탄소중립기본법이 규정한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가 너무 낮아, 미래세대의 헌법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소장을 통해 “정부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청구인이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에 불충분하다”며 “생명권, 행복추구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 평등권, 재산권,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 등을 보호하기에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조치에 해당하지 않아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직접 침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송에 참여한 배경에 대해 대표 청구인 ‘딱따구리’의 산모이자 6세 어린이 엄마인 A씨는 “20주 차인 태아가 배에서 움직일 때마다 대견하다”며 “하지만 이산화탄소를 1g도 배출한 적이 없는 아이가 지금의 기후 위기와 재난을 견디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미안하고 안쓰럽다”고 설명했다.

청구인 B(10)양은 자신도 기본권과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가 있지만 이를 어른들이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B양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인간보다 먼저 지구에 살아왔던 동물들도 인간들 때문에 벌써 많이 사라졌다”며 “아이들이 크면 너무 늦으니 떠넘기지 말고, 바로 지금 탄소배출을 훨씬 많이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정부를 상대로 한 기후 소송이 증가하는 가운데, 5세 이하 아기들이 주 청구인인 것은 이번 사례가 최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모든 인간은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이며, 형성 중인 생명의 태아에게도 생명에 대한 권리가 인정돼야 한다”며 태아의 헌법소원 청구인 능력을 인정한 바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