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산병원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아산병원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진 서울아산병원 소속 간호사가 수술할 의사가 없어 원내에서 수술을 받지 못하고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진 뒤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하는 30대 간호사 A씨는 지난달 24일 오전 출근 직후 두통 증상으로 같은 건물 1층에 있는 응급실을 방문했다.

응급실 의료진은 A씨에 뇌출혈 진단을 내렸지만 당시 병원 내부에는 당직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의사들이 휴가 중이라 긴급 수술할 의료진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병원 측은 A씨를 서울대병원으로 전원 했지만 끝내 사망했다.

A씨가 진단받은 뇌출혈은 뇌혈관이 파열돼 혈액이 뇌조직으로 새어나가는 질병으로 뇌졸중의 일종이다. 뇌출혈의 경우 골든타임 3시간을 놓치면 치료가 어려운데 생존·예후가 결정되는 ‘골든타임’은 환자의 뇌혈관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에 A씨가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아직까지 확인된 바는 없다.

해당 사건을 두고 서울 아산병원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국내최고 세계 50위 안에 든다고 자랑하는 병원이 응급수술 하나 못해서 환자를 사망케 했다”며 “직원사고 발생시 대처방법에 대해 아무리 외우고 있어도 직원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해당 사건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현재 고인에 대한 추모기간이기에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시스템 재점검을 통해 직원 및 환자의 안전에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소위 국내 ‘빅5 병원’으로 손꼽히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자 의료계는 성명을 내고 의료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고를 통해 세상을 떠난 환자의 죽음을 애도한다”며 “이 사건이 시사하고 있는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총제적인 문제점을 드러낸 중요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한다”며 “간호사의 이번 안타까운 죽음은 우리나라 의사 부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일깨워 준 예견된 중대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울아산병원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본원 응급실에서 발생했던 일과 당일 근무한 당직자의 대처, 응급실 이동 후 서울대병원 전원까지 걸린 시간 등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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