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한전 하청노동자 산재사고 대응방안 토론회 열려
한전 “모든 전기 공사 외주…발주자라고 책임회피 아냐”

정의당 류호정 의원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9일 서울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전 하청노동자 산재사고 대응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투데이신문
정의당 류호정 의원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9일 서울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전 하청노동자 산재사고 대응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고 김다운 전기노동자의 감전 사망사고 이후 한국전력공사의 책임과 법적 지위에 대해 열띤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노동계와 고용노동부는 한전이 도급인으로서 하청 배전노동자의 산업재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고 있으나 한전은 건설공사 발주자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9일 서울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전 하청노동자 산재사고 대응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한전이 배전 하청노동자의 산업재해에 어떤 책임을 져야하는지가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건설노조 석원희 전기분과위원장은 “2만2900볼트 고압 환경에서 일하는 전기노동자들은 일반 건설현장과 달리 한전의 내부 지침에 따라 일을 하게 돼 있다”라며 ▲배전공사 전문회사 업무처리기준 ▲간접활선 표준작업절차서 ▲직접활선 표준작업절차서 ▲안전작업수칙(배전) ▲건설공사 안전보건관리지침 등 배전 현장에서 준수해야 하는 한전의 지침을 설명했다. 이들 지침은 하청업체가 아닌 한전이 전기노동자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는 근거라는 논리다.

석 위원장은 “전기노동자는 한전이 정한 규정에 따라 자격을 갖춰야 하고 한전이 배치한 업체에서 한전이 정한 지침에 따라 일하고 한전의 절차에 따라 업무보고를 하며 한전이 마련한 제재규정에 따라 벌점을 받는다”라며 “두말할 나위 없이 한전은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상 원청 도급인이며 실질적인 사용자”라고 주장했다. 석 위원장은 “작업현장에서 사망한 전기노동자가 있는데 가해자가 누군지 모르는 현행법의 허점이 있다”라며 “가해자가 없는 노동자의 죽음을 보면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법률원 서희원 변호사는 “한전은 배전공사 시공을 주도해 총괄하는 지위에 있다”라며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할 의무를 부담하는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서 변호사는 “산안법 전면개정의 취지를 고려할 때, 구 산안법상 도급사업주로서의 책임을 부담하는 자는 자연히 현행 산안법 체계 하의 도급인 범주에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지난 3월 21일 지장철탑 이설공사 도중 전류에 감전돼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한전을 도급인으로 보고 도급사업 시 안전조치위반죄에 대해 유죄로 판단한 원심이 정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해당사고는 산안법이 개정되기 전에 발생했다. 서 변호사는 “전면개정된 산안법은 구 산안법에 비해 책임을 부담하는 도급인의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라며 “개정된 산안법에서도 한전이 도급인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봤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고용노동부 김상중 산업안전기준과 사무관은 고 김다운 전기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고용노동부와 관할 지방관서인 성남고용노동지청은 일관되게 한전을 도급인으로 판단하고 중대재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개정된 산안법은 건설공사발주자에 대해서도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해 총괄 관리하는 경우에는 도급인으로서 산안법상 의무를 이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고용노동부는 하청노동자의 실질적인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행정해석과 함께 다양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용노동부는 고 김다운 전기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한전과 사고발생 하청업체에 산안법 위반혐의로 과태료 3480만원을 부과했다. 또, 지난해 12월 27일에는 해당사고가 발생한 한전 지사의 지사장을 산안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한편, 한전은 전기공사 시 건설공사발주자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자리에 나온 한전 엄주현 배전운영처 부장은 “한전은 전기사업법 등에 의거해 전기공사를 못한다. 모든 전기공사를 외주로 할 수 밖에 없다”라며 “그래서 한전을 발주자라고 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 부장은 “한전에서 발주하는 공사가 1년에 40만건 정도다”라며 “한전은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할 뿐 그 외에는 협력업체의 재량에 의해 운영된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서 부장은 “한전이 발주자로서 도급인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한다고 하는데 인정하기 어렵다”라며 “한전이 발주자든 도급인이든 시공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현장에서의 안전사고 개연성을 계속 연구하며 예방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전은 감전사고, 차량깔림 및 끼임사고, 추락사고를 중대재해로 정하고 사고를 예방하도록 안전대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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