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대규모 공급 정책 폐기하고 주거복지 예산 늘려야”

지난 16일 서울시내 반지하 주택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16일 서울시내 반지하 주택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국토교통부의 내년 예산안을 두고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삭감됐다는 비판이 높은 가운데 정부는 자연감소일 뿐이라며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31일 첫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서민들의 주거 해결을 위한 영구임대주택 관련 예산을 5조6000억원이나 삭감한 것을 보고 비정하다고 생각했다”고 이번 예산안을 비판했다. 2023년 국토부 예산안에서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이 올해 22조5291억원에서 16조8836억원으로 5조6445억원이나 줄었다는 얘기다.

삭감된 예산항목을 보면 다가구매입임대, 전세임대, 국민임대 등 저소득층과 소득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융자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같은날 “대통령이 집중호우 사망 피해에 ‘죄송한 마음’이라며 취약계층 지원을 강조했다. 하지만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 주택 관련 예산은 전체의 4분의 1이 감소했다”라며 “반지하나 고시원 등에 거주하는 취약계층 지원 예산을 삭감하고 비극을 어떻게 막겠다는 것인지 답해야 한다”고 추궁했다.

시민사회단체들 역시 임대주택 관련 예산 감축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공임대두배로연대, 주거권네트워크,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은 이날 논평에서 국토부의 2023년 예산안에 대해 “윤석열정부가 발표했던 공공임대 공급계획을 실현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평하며 “주택도시기금의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올해 예산보다 확대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문재인정부보다 취약계층용 공공임대주택 공급 물량을 5만1000호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내년 예산안을 내놓으면서 향후 5년간 공급 계획을 반영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계획 자체가 허위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정부가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 소유자들에게 세금을 깎고 저소득층의 주거 복지를 줄이며 민간 분양주택 공급에 집중하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역사상 최저 금리로 주택 수요가 증가하고 집값이 폭등하던 시기에 수립된 270만호 주택공급 정책은 현 상황에 맞지 않다. 민간주도의 대규모 공급 정책을 폐기하고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 주거복지 예산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같은 임대주택 관련 예산 삭감이 청년원가주택 등 분양주택 관련 예산으로 전환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내년도 분양주택(융자) 예산은 1조3955억원으로 올해 대비 341.3% 증액됐다. 주택구입·전세자금(융자) 예산 역시 1조5270억원 증액된 11조570억원으로 편성됐다. 

정부는 사업종료에 따른 자연 감소라며 청년원가주택 등의 재원 마련을 위해 감액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지난 30일 설명자료를 통해 “한시 도입된 공공전세사업이 내년도부터 종료됨에 따라 1조9000억원이 줄었으며 영구·국민·행복주택 감액분 1조7000억원은 지난해부터 통합공공임대주택으로 유형을 통합하며 신규 공급물량이 없어 자연적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최근 반지하 비극을 감안해 취약계층의 주거상향을 패키지로 지원하도록 이주비용(이사비 40만원 지원), 정착지원(이주보증금 최대 5000만원 지원) 등을 신설했다”면서 “민간임대주택으로의 이주 5000호 지원을 포함하면 전세·매입임대 주택 공금물량이 감소하는 것을 보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정목표에 따라 임대주택 50만호를 차질없이 공급하면서 임대주택의 질적 향상을 통한 서민 주거복지 향상에 적극 투자하겠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도 31일 별도 브리핑을 열고 건설형 임대주택 물량의 자연적 감소가 관련 예산이 줄어든 주 원인이라고 해명했다. 기재부 김동일 경제예산심의관은 이 자리에서 “양적 확대만 집중할 게 아니고 질적 전환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면서 “현 정부는 임대주택과 함께 분양주택 확충을 동시에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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