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인 겨냥 아니다”...‘야당 탄압’에 반박
야당 ‘불공정 행위’ 부각시켜 세 결집 시도
李, “1원도 못 봤다...김 부원장 결백 믿어”
“역사 퇴행...함께 싸워 민주주의 지켜내야”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자신의 ‘종북 주사파’ 발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반발한 것과 관련, “주사파인지 아닌지는 본인(민주당)이 잘 알 것”이라며 “어느 특정인을 겨냥해서 한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약식회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입장을 밝히면서 전날 있었던 검찰의 민주당사 압수수색 시도 역시 야당 탄압이나 ‘대통령실 기획 사정’이 아니라고 답변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 초청 간담회에서 한 원외위원장이 “종북 주사파 세력에 밀리면 안된다”고 하자 “북한을 따르는 주사파는 진보도 좌파도 아니다. 적대적 반국가 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검찰 압수수색과 관련해서도 “여당이던 시절에 언론사를 상대로 며칠 동안이나 압수수색을 했다”며 “그런 얘기(야당 탄압)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국민들이 잘 아실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지목한 언론사 압수수색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4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 당시 검찰이 채널A 본사를 압수수색했던 일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체포된 것을 계기로 ‘야당의 불공정 행위’를 부각시키며 강공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다.

해외 순방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여전히 30% 안팎에 머물며 국정 동력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자 이를 기점으로 야당의 불공정 형태를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이런 대응은 야당과 전 정부를 향한 검찰수사에 속도가 붙은 시점에서 검찰 수사에 선을 그으면서도 민주당의 불공정한 행위를 정면 반박함으로써 지지층과 반이재명 세력을 결집시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최고위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긴급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최고위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긴급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취중발언’, ‘색깔론’, ‘정상아냐’...융단폭격

전날에 이어 공세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민주당은 이날 윤 대통령을 향해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이재명 대표는 8시간 대치 끝에 철수한 검찰의 민주당사 압수수색을 ‘정치탄압’으로 규정하며 ‘민주주의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이날 검찰의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체포와 민주당사 내 민주연구원 압수수색과 관련해서 “불법 자금은 1원 본 일도 쓴 일도 없다. 저는 여전히 그(김용 부원장)의 결백함을 믿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지금 민생이 어렵고 또 북한 도발로 한반도 평화가 위기를 맞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맡긴 권력을 초유의 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에 소진하는 게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가 퇴행하고 있다”며 “우린 함께 싸워 민주주의를 지키고 역사 퇴행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의총에서 “야당탄압 규탄한다”, “보복수사 중단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윤건영 의원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 “집권 세력이 종북 몰이와 색깔론에 목을 너무 매는 듯하다”며 “대통령은 대한민국 전체를 대변해야지 일부 수구 세력만 대변해선 결코 안 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윤 대통령이) 협치를 말하면서 종북 주사파를 언급했다. 설마 우리 민주당을 종북 주사파 집단으로 보시는 건지 누구를 염두에 두고 하는 건지 명확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대통령까지 나서 야당을 종북 몰이 색깔론으로 몰아가는 건 정말 심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주변 수구 보수 세력들로 포위된 건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 생각과 동일시되는 건 아닌가 걱정이 많다”며 “지지율 급격 하락을 막고 고정 지지층 결집에 목표가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종북 주사파 발언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약주 드시고 하신 말씀은 아닌지”라고 반문했다.

또 “문재인 정부, 전 정부에 대한 것을 다 흔들어 대고 민주당에 대한 것을 다 흔들어 대기 위해 지금 무리하게 얘기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면서 “김문수 그 분 발언하고 별 차이가 없는 것 아닌가 싶다”고 평했다.

아울러 “이재명 대표가 주사파는 커녕 운동권도 아니지 않나. 저도 운동권이 아니다. 누굴 지칭하는지 모르겠다”며 “선진국 반열에 올라와 있는 우리나라가 아직도 색깔론 갖고 흔들어 댄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설훈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종북 주사파란 말이 1980년대 등장했다. 그건 일시적으로 전두환 신군부 일당이 하도 사악한 짓을 해 그런 현상이 일시적으로 있었는데 그걸 다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옛날도 아닌 40년 전에 있었던 일”이라며 “그걸 다시 끄집어 내 종북 주사파라고 주장하는 분은, 나는 그 사람들이 좀 이상하다. 정상이 아닌 것”이라고 규탄했다.

진성준 원내 운영수석부대표도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종북 주사파가 누굴 지칭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국민의힘은 종종 민주당을 향해 친북주의라느니 종북이라느니 이런 정치적 언사를 쏟아내 왔다”고 짚었다.

전용기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윤 대통령은 내가 아니면 다 종북 주사파 몰이를 하고 싶은 건가”라며 “색깔론으로 정치 탄압과 인권유린까지 자행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그런 말을 공공연히 하는 건가”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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