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명 목숨 앗아간 이태원 참사…수많은 조문객 발길
침묵 가득 찬 합동 분향소…질서 정연 하게 조문 이뤄져
서울 광장에선 시민 간 다툼 발생…욕설과 고성 오가 눈살
서울 25개 전 자치구, 전국 지자체 총 59곳 합동분향소 설치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놓여진 국화꽃들 ⓒ투데이신문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놓여진 국화꽃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초점 없는 눈동자. 목놓아 퍼지는 울음소리. 지난 10월 31일 녹사평역, 이태원역 1번 출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에는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지만, 이따금 들려오는 울음소리를 제외하고는 적막 만이 흘렀다. 가지런히 놓인 하얀 국화에는 조문객 저마다의 슬픔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이태원에 위치한 수많은 상점들도 국가 애도 기간 휴점에 동참했다. 상점 곳곳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1월 5일 애도 기간까지 휴점 합니다’라는 안내판에 붙어있었고, 늘 활기찼던 이태원 거리였지만, 그날만큼은 모두가 침묵했다. 이태원 거리에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는 한동안 지속됐다.

녹사평역에 위치한 합동 분향소 ⓒ투데이신문
녹사평역에 위치한 합동 분향소 ⓒ투데이신문

‘적막’으로 가득 찬 녹사평역 합동 분향소

사고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녹사평역 인근에는 이태원 사고 사망자를 위한 합동분향소가 마련돼 있었다. 삼삼오오 모인 시민들은 질서 정연하게 저마다의 애도를 표했다.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녹사평역 인근에는 평소와 다른 침묵만이 가득했고, 슬픔으로 채워졌다. 국화꽃이 쌓여가면 쌓여갈수록, 조문객들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29일 참사가 발생한 골목 인근에 있었던 A씨는 “친구들과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평소와 같이 이태원을 방문했었다”며 “나와 비슷한 또래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태원을 방문했는지 알 것 같아 더욱 안타깝고 슬프다”라고 전했다.

20대 자녀를 둔 B씨는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냐”며 “우리네 아들 딸이 이런 일에 휘말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진다”며 잠시 슬픔에 잠겼다. 그러면서 “혈기왕성한 아이들이 젊음과 1년에 한 번뿐인 핼러윈을 만끽하기 위해 이태원을 찾은 것뿐이다. 이곳을 방문한 아이들에겐 아무런 잘못도 없다”라고 말했다.

한동안 녹사평역 합동 분향소에는 참사 희생자들을 가만히 안아주는 것만 같은 햇볕이 내려쬤고, 그들의 마지막을 배웅하기 위한 조문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태원역 1번 출구에 위치한 합동 분향소에서 검은 상복을 입은 한 시민이 하염없이 울고있다 ⓒ투데이신문
이태원역 1번 출구에 위치한 합동 분향소에서 검은 상복을 입은 한 시민이 하염없이 울고있다 ⓒ투데이신문

‘말문’은 막히는데, ‘눈물’은 하염없이 흐른다

참사가 벌어진 골목 앞, 이태원역 1번 출구에는 고인을 기리기 위한 불경과 목탁소리가 흘러나왔다. 불경을 낭독하는 한 스님 앞은 생전 고인이 좋아했을 음식들과 국화로 가득했다. 이날 이곳을 방문한 C씨는 검은 상복을 입고 멍하니 서서 눈물만 흘렸다. 30분이라는 시간 동안 C씨는 아무런 미동조차 없었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눈물이 쉴 새 없이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그는 한동안 이태원역 1번 출구 분향소를 지키다 홀연히 떠났다.

유족의 요청을 받고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찾은 재미교포 D씨는 참사 희생자인 미국인 청년 2명의 사진을 이태원역 난간에 붙였고, 각기 다른 나라에서 한국에 방문한 외국인들은 하염없이 D 씨를 바라만 봤다.

이태원역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에 방문한 직장인 E(29)씨는 “이 참사를 기사로 접했을 때, 너무 충격에 빠져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며 “지금도 아무 일면식 없는 그들을 떠올릴 때면 너무 슬프다. 제 나이 또래의 희생자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부디 그들이 좋은 곳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라고 말문을 맺었다.

이태원역 합동분향소에는 눈물과 울음만이 가득했다. 분향소 바로 옆에 위치한 사건 현장에는 이를 보존하고 있는 경찰들과, 현장을 담기 위해 분주한 취재진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다만, 그곳에 있던 모두가 슬픈 얼굴이었다.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에 방문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투데이신문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에 방문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투데이신문

‘욕설’과 ‘고성’이 오고 간 서울광장 합동분향소

“한동훈, 야 이 개 XX야. 야 이 씨 XX아!” 31일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에는 고인의 넋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욕설과 고성이 오고 갔다.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한 시민이 욕설을 하며 소란이 빚어진 까닭이다.

기자 바로 옆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헌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한 시민은 “저거 한동훈이 아니야?” 한동훈 맞죠? “라는 말과 동시에 ”한동훈이, 야 이 개 XX야. 야 이 씨 XX “라고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근처에 이를 만류하던 또 다른 시민이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거냐” 묻자, 욕설을 했던 시민은 “어떻게 나오나 보려고. 분위기가 어떻게 나오나 보려고”답했다. 욕설 소동에 한 장관은 별다른 반응 없이 기자들과 만나 “유가족과 부상자 모두 세상 무너지는 것 같은 아픔을 느끼실 것 같다. 얼마나 마음이 아프실지 상상도 잘 안 간다”며 위로의 뜻을 표했다.

그러면서 “피해를 입은 유가족과 부상자를 지원하고 사실을 규명해 원인을 명확히 밝히는 일이 정부 차원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이 자리를 떠나고 얼마 있지 않아, 시민들 사이에선 싸움이 불거졌다. 조문을 위해 이곳에 방문한 청년 F씨와 유튜브 촬영을 위해 현장에 있던 중년 G씨의 말다툼을 기점으로 서로 언성을 높여가며 비난하기 시작한 것이다.

약 5분간 이어진 말다툼 끝에 청년 F씨는 “여기서 방송하는 게 자랑이냐 XX야”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G씨는 “네가 뭔데”라며 맞받아 쳤다. 현장에 있던 다른 시민과 경찰들이 상황을 제지해 소란은 일단락됐으나 주위 시민들은 “조문하는 곳에서 저게 뭐하는 짓”이냐며 혀를 찼다.

고인의 넋을 기리고 슬픔을 함께하기 위해 마련된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임에는 일부 시민들의 욕설과 고성이 오가는 슬픈 자화상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골목. 경찰들이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한편 1일 오전 11시 기준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사망자 수는 1명 늘어 총 156명이다. 부상자 151명 중 111명은 퇴원해 집으로 돌아갔다. 직전 집계치인 오전 6시 기준보다 사망자가 1명 늘어 부상자가 1명 줄어들었다.

이태원 사고 사망자 중 여성은 101명, 남성은 55명으로 집계됐으며, 연령별로는 20대가 10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대 31명, 10대 12명, 40대 8명, 50대 1명 순이다.

서울광장, 녹사평역 광장 등 서울 25개 전 자치구에는 사망자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 원효로 실내체육관에는 유실물 센터를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서울 외에도 전국 지자체에서 총 59곳의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 정확한 위치는 각 시도별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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