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사평역 시민분향소 방문 헌화로 시작
우상호 위원장, “믿기지 않아..가슴 먹먹”
유족들, “여당도 야당도 다 싫다” 오열
서울경찰청 “심각 상황 인지 못했다”
보고서 삭제 의혹에 “은폐 의심” 주장도
오세훈 시장, “압사 사고, 재난유형 제외”

우상호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특조위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희생자 시민분향소를 조문한 뒤 유가족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우상호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특조위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희생자 시민분향소를 조문한 뒤 유가족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여야 완전체’를 이룬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21일 현장조사를 시작으로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국조특위는 이날 이태원 현장과 서울경찰청, 서울시 등을 방문해 참사 경위·배경 등을 조사했다.

특위 위원을 사퇴했던 국민의힘 소속 국조특위 위원들과 희생자 유가족 간 전날 간담회를 계기로 여야 위원 모두가 참여하며 활동을 시작한 국조특위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시민 분향소 방문을 시작으로 현장 조사에 나섰다. 국조위원들은 헌화, 애도하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유족들은 국조위원들에게 단장(斷腸)의 고통을 호소했고, 우상호 국조특위 위원장은 “진상 규명이 여야 합의 하에 시작됐다.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가 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현장을 직접 확인한 국조위원들은 당시 참상을 돌이키듯 우울한 표정과 먹먹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우 위원장은 “이렇게 좁은 곳에서 159명의 대한민국 국민이 희생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우 위원장은 “얼마나 고통스럽게, 아프게 운명을 달리하셨을지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며 “진상을 제대로 규명해 왜 이런 사고를 미연에 막지 못했는지,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 규명하는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참사 현장 조사에선 경찰, 소방 관계자들이 당시 상황과 조치 경과를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군중 사이에선 “우리 아들 살려내라”는 등의 오열과 절규하는 이들이 있었고, “진실 규명”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이날 활동 중엔 참사 현장 대응을 했던 이태원 파출소 방문 조사도 이뤄졌다. 파출소 앞에선 국조위원들과의 조사 동행이 좌절되자 낙담한 유족 추정 인물을 국조위원들이 위로하는 모습도 펼쳐졌다.

이태원 파출소에서 국조위원들은 참사 당일 ‘골든타임’을 놓친 배경 관련 질의와 함께 대응 인력 배치 경위 등을 문의했다. 참사 전후 보고 상황에 대한 질의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 파출소 방문 조사를 마치고 나온 국조위원들에게 희생자 유족 등은 “진실만 밝혀 달라”, “미안한 행동을 해놓고 왜 미안하단 말들을 안 하는 건지, 여당도 야당도 다 싫다”는 등의 목소리를 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21일 서울경찰청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현장조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21일 서울경찰청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현장조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경찰청 “심각한 상황 인식 못했다”

오후에 국조특위는 서울경찰청을 상대로 코드 제로(긴급상황 최고단계) 등의 위기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배경 등을 따져 물었다. 경찰청 측이 당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해명을 하자 일부 위원들 사이에서 “참담하다”며 탄식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현장 조사에서 여야 위원들은 참사 당일 경찰 대응의 적절성을 추궁했다. 다수 신고 처리 및 보고 경과는 물론 보고서 삭제, 대통령실과의 소통 문제 등도 거론됐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야당 간사인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코드제로 발생 보고 경위에 대한 질의에 “상황팀장까지 보고가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당 간사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위험 신고가 왔으며, 거기에 대해 상황실에서 충분히 출동 등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 게 아닌가”, “대규모 축제가 열리는 게 인지된 상황에서 다수 112 신고가 접수되면 반영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코드제로가 됐는데, 그 부분에 대해 파악 못하고 있었다”며 “112에선 코드제로를 내렸고 지시도 하지 않나. 그런데 왜 서울청에선 서울청장 이런데 보고할 생각을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불편함을 신고하는 정도가 아니라 압사 당할 것 같다는 유사 신고가 11건 이상, 저희가 파악하기론 14건 이상인데 어떻게 상황팀장에게 보고가 안 됐나”라고 짚었다.

또 “112 치안종합상황실 시스템이 무너진 것”이라며 “다수자에 의한 반복 신고가 있었는데 3자 통화도 실시하지 않고, 공청도 실시하지 않고 분석 대응반 분석도 않고, 팀장 보고도 안 된 게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저희 상황실에서 이렇게 심각한 상황이란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며 “오후 10시에 코드제로 했을 때 심각하다, 담당자는 코드제로로 뜨니 그 내용을 얘기했고 그 후 답은 없었다”고 했다.

이어 “무전이 없었는데 열람해 보니 현장 처리되고 끝났다, 그래서 심각한 상황이란 인식을 못했다”며 “그래서 팀장에게 보고도 안 되고, 저희도 인식 못해 서울청장에 보고가 안 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우상호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현장조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우상호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현장조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보고서 삭제, 업무상 과실 은폐시도 강한 의심”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접수한 분이 긴급성을 제대로 파악 못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면 긴급했단 말인가”라고 묻자 경찰 관계자는 ‘그런 취지’라고 답변했다.

장 의원은 “다수 접수 신고를 보고하게 돼 있는데 개별이라 다수를 파악 못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인가”라며 “매뉴얼에는 어떻게 하라고 돼 있었는데 판단 근거가 없었단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우상호 국조특위 위원장은 “이태원 파출소 현장에서 당시 상황을 직접 통제하려 한 경찰관은 상황의 급박함을 느꼈고, 여러 차례 조치를 내린 것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우 위원장은 이어 “지금 상급 지휘부서 보니 그때 상황 판단이 안이했다는 것도 지휘 책임을 맡은 분들이 몰랐다는 얘기를 하는 걸 보면 몰랐다는 게 사실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현장의 절박함이 지휘관에 전달돼 조치가 이뤄지는 게 기본적인 시스템인데, 이게 안 돌아갔다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참담하다고 느낀다”고 개탄했다.

그는 “빠르게 개선 대책을 내놓은 것 같지도 않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참사로부터 얻은 교훈도 부족하단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 국조위원들은 핼러윈 위험 분석 보고서 관련 지적도 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보고서 열람 범위를 문의하며 “실무자만 열람하면 실무자만 알 수 있을 텐데, 그걸 부장이 삭제지시를 내리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냐”고 지적했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보고서 삭제 논란을 언급하면서 “아마도 위험 보고를 사전에 받았는데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업무상 과실로 될 것으로 판단해 은폐 시도가 있었던 게 아닌지 강한 의혹을 갖는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현장조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현장조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오세훈, “상황실에서 8만개 CCTV 전부 못 봐”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가 재난안전시스템(NDMS)에 압사 사고 관련 재난유형이 빠진 것에 대해 “뼈아픈 부분”이라며 “이번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인파관리도 하나의 재난 유형으로 포함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NDMS는 서울시와 행정안전부 등 재난 담당 기관 간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국가 시스템이다.

오 시장은 이날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이태원 참사 국조특위 현장조사에 참석해 “그동안 인파 관리가 제대로 안 돼 압사 사고가 빈번하지 않아 빠졌던 것 같다”며 “국정조사 후 행정안전부 등 관계기관과 함께 재난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국조위원들은 오후 4시경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 현장 시찰을 진행했다. 위원들은 상황실에서 서울시내 CC(폐쇄회로)TV와 NDMS 운영 현황 등을 살폈다. 이곳에선 서울 곳곳에 설치된 총 953개 CCTV 화면과 서울 시내에 발생한 재난 상황을 실시간 확인 후 재난안전 문자를 보낸다.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서울시가 참사 당일 밤 11시 56분경 보낸 재난안전문자를 보면 ‘교통체증 이태원 우회바람’이라고 돼 있다”며 “참사라고 정확히 얘기했어야 시민들이 경각심을 가졌을 텐데, 단순히 교통체증이라고 알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현재 재난 유형 중 압사는 분류도 돼있지 않은 것이냐”고 질문하자 최진석 서울시 안전총괄실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조사에선 이태원 참사 당시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CCTV로 참사 현장을 모니터링 할 수 없었던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 시스템은 현재 서울시와 용산구 간 업무협약이 맺어지지 않아 연동이 안 된다.

이와 관련, 최 실장은 “용산구 등 연동이 안 된 지역구는 내년 말까지 연동을 완료할 계획”이라 “개인정보보호법 등 문제가 있어 이미 연동된 곳도 상시 모니터링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CCTV가 사실상 기록과 녹화 정도만 하는 것 같다”며 “NDMS는 서울시의 재난시스템 정보 정도만 모니터링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오 시장은 “현실적으로 서울시 상황실에서 자치구에 설치된 8만여 개 CCTV를 모두 보고 있을 수는 없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현재 유사시에 중계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압사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골목길은 지금부터 미리 연구하면 몇 십 개 지역으로 압축할 수 있다”며 “그런 곳은 지능형 CCTV를 설치해 인파가 몰리면 바로 경보를 울릴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은 현재 기술로도 구축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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