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야당 안 표결 예상...헌정 초유
주호영, “예산안 합의 쉽지 않을 것”
野, 與에 국정조사 복귀 최후통첩
“미 복귀 시, 내일부터 국정조사...”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로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힘겨루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예산안을 비롯한 주요 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의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그러나 야당은 오는 15일까지 합의가 불발될 경우, 정부 원안보다 2조원가량 감액한 수정안을 단독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자칫 ‘여야 합의 없는 예산안 처리’라는 헌정사 초유의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야권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사퇴 의사를 밝힌 여당 소속 특위 위원들의 ‘복귀’를 촉구하며 미복귀시 14일부터 국정조사를 강행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살얼음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 협력을 당부하면서 각 부처를 향해서는 예산안이 통과될 경우, 내년 상반기에 조기 집행되도록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서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의 3중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며 “건전재정 전환으로 절감한 재원은 철저하게 서민과 사회적 약자 지원, 경제 회복에 초점을 맞춰 예산을 편성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정부의 첫 예산안 법정기한이 열흘이 넘게 지나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세제 개편을 통한 국민의 과도한 세부담을 정상화하고, 법인세를 인하해 기업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활력이 제고될 수 있도록 초당적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예산 부수 법안으로 지정된 세제 개편안에는 우리의 국익과 민생의 사활적 이익이 걸려있다”며 “각 부처는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즉시 내년 상반기 조기집행 될 수 있도록 만전을 다해달라”고 지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예산안 관련, 여당 입장

이와 관련,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여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협상과 관련해 “민주당의 태도 변화가 어느 정도 있을지에 따라 결정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올해는 윤석열 정부 출범 첫 해로 2022년 예산은 문재인 정부가 짜놓은 것이고, 2023년 예산은 윤석열 정부 정책이 드러나는 예산 편성”이라며 “이걸 동의하지 않은 채 필요한 예산은 깎고, 편성하면 안 되는 예산들은 강요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태도 변화나 인식 변화 없이 예산안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정부안에서 1조8000억원을 삭감하는 수정안을 내고 통과시키겠다고 압박을 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보면 새 정부가 하고자 하는 중요한 사업은 전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과연 이게 국회이고 제1야당의 진(眞) 모습인가, 정부가 일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들 정도”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이 겉으로는 ‘서민 감세’라고 내세우지만 지난 5년 간 꾸준히 세금을 올렸다”며 “세금을 깎자는 우리당의 요구는 안 듣는 사람들이 세금을 조금 낮추는 걸 가지고 서민 감세라고 떠드는 것도 우스운 얘기다. 놀부가 제비 다리 부러뜨려놓고 선행하는 것과 진배없다”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내년도 예산안 합의를 하지 못할 경우 자체 마련한 수정예산안을 강행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74차례나 없던 일을 민주당이 그런 식의 폭거를 자행한다면 국민이 가만히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국내외적으로 사정이 어렵고 복합 위기로 국회와 제1야당이 정부가 하는 일을 도와줘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의문인데, 사사건건 못하게 한다면 대한민국 자해행위”라면서 “국민들이 정권을 바꾸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새 정책을 하라고 했으면 도와줘야하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에서 예산안 관련 대화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에서 예산안 관련 대화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야당 입장

그러나 민주당은 오는 15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가 짠 예산안 원안보다 2조원 정도 감액한 수정 예산안을 본회의에 제출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정부 예산안과 민주당 수정 예산안이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예산안 증액은 정부 동의가 필요해 할 수 없지만 대통령실 이전 예산 등 민주당이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예산만 깎아서 국회 문턱을 넘길 수 있어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의 단독 수정안 통과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12월 15일까지 여야가 합의되지 않으면 저희가 검토한 안을 예산안 부수법안 처리 때 수정안 제출을 통해 처리하겠다는 게 저희 당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내년도 정부 예산안과 법안 처리 협조를 위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났지만, 입장차이만 확인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한 총리가 “우리 예산을 원활하게 타결하는 게 좋겠다는 말씀을 간곡히 말씀드린다”고 했지만, 이 대표는 “수용할 수 없는, 국민적 눈높이에 맞는, 그리고 꼭 해야 될 일, 또는 절대 해선 안 될 일에 대해 양보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야 3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들은 이날 “오늘 중으로 국정조사 복귀 의사표명을 하지 않을 시, 국정조사 일정과 증인 채택에 대한 모든 권한을 야3당에 위임한 것으로 이해하고, 내일부터 본격적인 국정조사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조사 자료요구에 성실히 제출할 것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면서 “국민의힘 위원들의 즉각적인 특위 복귀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야 3당은 “지난 12월11일, 국회에서 60%가 넘는 182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됐지만 윤석열 정부는 여전히 ‘이상민 방탄’에 몰두하고 있고, 국민의힘 국조특위 위원들은 이를 빌미 삼아 위원 사퇴 표명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야3당이 요구한 60일의 국정조사 기간을 45일로 줄인 것도 모자라 국가 예산을 인질 삼아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지연시키며 20일째 제대로 된 일정 협의조차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법이 보장한대로 주무부장관에 대해 출석해 해명하도록 하거나, 관계자에 대한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자료제출 거부, 근거 없는 열람조치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지 않고 위원회 의결로 고발해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상민 해임안 수용 거듭 촉구

한편, 민주당은 이날 이 장관 해임건의안 수용을 거듭 촉구하면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규탄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의 해임건의안 결정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그 동안의 태도와 입장에서 한 치 변화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유가족의 피맺힌 절규와 국민 대다수 반대에도 오직 동문 후배이자 최측근 장관만 챙기겠다는 아집”이라며 “아직도 검찰 출신 정체성을 벗지 못한 윤 대통령이 기껏 꺼내든 방어막은 법적 책임 우선 규명 논리”라고 했다.

또 “대통령실 입장은 해임건의안을 사실상 거부하겠다는 것으로 헌법 정신을 정면 부정하면서까지 이 장관에게 면죄부를 주겠다는 선언”이라며 “성역과 예외를 만들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진성준 원내 운영수석부대표는 “국회 해임건의안은 발의와 의결 요건이 매우 엄격히 규정돼 있다. 특별히 무게를 둬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을 요하도록 규정하는 것”이라며 “당연히 수용하는 게 의회 민주주의 원칙이자 헌법 정신”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임건의안이니 대통령이 그 수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다면 대통령이 거부할 것인지, 수용할 것인지를 직접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영환 원내 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에 대해 “답변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 실무자 뒤에 숨는 비겁한 지도자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많은 국민이 참담해 할 것”이라고 했다.

또 “국정조사는 빠르면 금요일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여당 국조특위 위원들이 사퇴를 언급하는 등 경거망동하고 있는데, 국정조사 힘빼기·무력화 시도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 탄핵소추 추진 가능성에 대해선 “해임건의안에 대한 답변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는 해임건의안 처리 관련 촉구하는 게 우선이고 현 단계에선 언급하긴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강득구 원내 부대표는 “해임건의안이 통과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보이콧으로 응수하고 예산안을 볼모로 마지막 책임마저 걷어차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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