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안 거부하면 탄핵소추도 추진”
“유가족 절규...주중 본회의서 처리”
‘인질정치’...국정조사 보이콧 시사
“기승전이상민...막가파식 정치행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해임하라’는 야권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30일 더불어민주당이 이 장관 해임 건의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거부할 경우, 탄핵소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보이콧까지 검토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진상규명도 하기 전에 문책부터 하겠다는 정략’이라고 반발하며 “협치와 민생을 땅에 묻고 그 위에 이재명 대표 방탄기념비를 세운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은 오늘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권한으로 이 장관 해임 건의안을 발의하고, 이번 주 열리는 본회의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158명이 희생됐고 196명이 다쳤다”며 “국가 대참사 충격은 계속되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는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고 시간 끌기, 꼬리 자르기, 남 탓으로 뭉개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집권여당은 또다시 여야가 합의한 국정조사 거부를 운운하며 진상규명 방해에만 열중하고 있다”며 “책임자를 파면하라는 유가족의 절규와 국민적 공분을 국회가 더 이상 지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 장관 파면은 국민과 유가족의 준엄한 명령”이라며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책임을 묻기는커녕, 동문 후배이자 측근인 이 장관을 지키느라 재난안전 대책을 세우는 범정부 TF 단장까지 맡겼다”고 꼬집었다.

이어 “민주당은 참사 한 달이 되기 전까지 대통령의 파면 결단이나 자진사퇴를 마지막으로 촉구했지만 끝내 묵묵부답이었다”며 “책임 있는 윗선에 대한 수사와 국정조사도 그의 파면에서 시작된다. 윤 대통령은 더 이상 민심과 맞서지 말고 이 장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경찰과 소방, 지방자치단체를 총괄하는 이 장관이 직을 유지하는 상황에선 공정한 국정조사나 경찰수사가 진행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위해 이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7회 전국여성대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7회 전국여성대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與, “이런 국정조사 의미 없어”...보이콧 시사

반면,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보이콧’을 시사하며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정쟁화를 통해 국민감정을 부추겨 윤석열 정권을 공격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기승전 이상민’을 외치는 ‘막가파식 정치행태’라고 비난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결국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겠다고 한다. 이재명 대표를 지키기 위한 ‘인질정치’는 예상을 빗나가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장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 합의를 깨고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을 강행했다며 “이제 민주당에게 국정조사라는 단어는 위선과 같은 말, 출출하면 꺼내 먹는 간식거리가 됐다”고 비판했다.

‘국정조사 보이콧’ 가능성도 언급했다. 장 원내대변인은 “이런 국정조사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며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대책은 처음부터 달나라에 버려두고 온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국정조사 기간 내내 국민들을 화만 나게 만들 것이다. 무엇하나 제대로 밝히지도 못하면서 윽박지르고, 호통만 치다가 끝날 것”이라며 “민주당은 합의 정신을 먼저 파기하고 제대로 된 조사를 시작도 하기 전에 ‘보나 마나 국정조사’로 만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종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모든 게 ‘기승전 이상민’이다. 대통령과 계속 연관시키고 있다”며 “입만 열면 이상민인데, 이게 정쟁화가 아니면 뭔가”라고 질타했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윤한홍 의원은 “진실을 묻고 재발방치책을 요구할 주무장관을 탄핵부터 시키겠다는 막가파식 정치행태”라며 “민주당은 이성을 회복하고 더 이상 국민적 비극의 정치적 이용을 중단하라”고 했다.

앞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페이스북에 “국정조사 대상에 행안부 장관이 포함돼 있는데 조사하기도 전에 장관을 그냥 해임하겠다는 건 무슨 경우냐. 애당초 국정조사를 할 생각은 있었던 것이냐. 당대표 이슈를 덮기 위해 국회를 계속 정쟁의 도가니로 몰아가려는 의도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고 썼다.

대통령실도 민주당이 국정조사 의사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국정조사 계획서에는 진상규명을 위해 가장 필요한 조사 대상으로, 사실상 명시된 (행안부)장관을 갑자기 해임하면 국정조사를 할 의사가 있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해임건의안과 예산안 단독처리, 방송법·노란봉투법 강행 처리 등 향후 민주당의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살핀 뒤 대응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오는 12월 1일과 2일 본회의에서 민주당 단독 본회의 처리에 대비해 비상대기령을 내려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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