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직속 개헌 자문위 출범
낡은 87년 체제 무너뜨려야
거대 양당이 난색 표하는 개헌
시민사회에서 정치권 압박해야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 위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 위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국회 김진표 국회의장 직속으로 개헌과 정치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자문위원회가 출범했다. 김 의장이 중대선거구제를 제안한데 이어 이번에는 개헌에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의장은 승자독식을 끝장내야 한다고 결의했다. 거대 양당이 모든 의석을 먹어치우는 승자독식은 지금 시대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거대한 기득권 세력의 카르텔을 과연 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87년 체제가 뭐기에

김진표 국회의장이 칼을 제대로 갈았다. 중대선거구제에 이어 이번에는 개헌 드라이브를 걸었다. 김 의장 직속으로 개헌과 정치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자문위원회가 지난 9일 출범한 것이다.

김 의장은 이날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 위촉식을 열고 승자독식의 정치제도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승자독식 정치제도에서는 아무리 협력을 중시한다고 해도 자기 이익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면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승자 독식의 헌정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87년 민주화운동 이후 87년 체제는 30여년이 훌쩍 넘어 이제는 40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87년 체제를 대변하는 헌법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낡은 헌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리 사회 구조적인 갈등의 뿌리는 헌법을 고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여전히 87년 헌법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그 변화를 정치제도가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우리 사회가 과거 이념을 넘어 실용주의와 중도로 나아가고 있음에도 정치는 여전히 이념에 매몰돼 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매번 개헌을 꺼내들었지만 개헌이 추진된 적은 없다. 그 이유는 정치 기득권의 카르텔을 깨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개헌 절차가 워낙 복잡하기 때문이다. 우선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해야 한다. 이후 발의된 개정안을 대통령이 20일 이상 동안 공고하고, 국회는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개정안을 의결해야 한다.

개정안을 의결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국회에서 개정안이 의결되면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야 하고,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으면 헌법 개정은 확정된다. 개정안이 국민투표에서 통과되면 대통령은 이를 즉시 공포해야 한다.

김진표 국회의장(가운데)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 위촉식에서 박수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진표 국회의장(가운데)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 위촉식에서 박수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복잡한 개헌 절차

이처럼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개헌은 어렵다. 당초 권력자에 의해 너무 쉽게 개헌이 이뤄지면서 더 이상 쉽게 개헌이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반영되면서 개헌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롭게 됐다.

문제는 정치적 세력이 몽니를 부리게 되면 개헌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역대 정권에서 계속해서 개헌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그때마다 여야의 갈등이 부딪혀 개헌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개헌의 주최를 무조건 국회의원에게 맡겨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거대 양당에게 개헌의 주최를 맡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결국 개헌을 할 수 있는 것은 국민적 목소리가 거대한 물결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개헌 촛불집회라도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개헌을 국회에게 맡기게 된다면 하세월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시민사회가 국회를 계속해서 압박해서 개헌에 나서게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비록 김 의장이 개헌 추진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것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야는 2024년 총선에만 매몰된 상태다.

거대한 물결 돼야

중대선거구제를 내세우면서 선거법 개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벌써부터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으면서 선거법 개정이 요원해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개헌까지 꺼내들면 국회는 그야말로 모든 이슈를 잡아먹는 블랙홀이 되기 때문에 여야 모두 개헌을 꺼내는 것을 꺼려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2024년 총선에서 여야가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우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개헌에 대한 시민사회의 압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 당장 개헌은 안돼더라도 22대 국회에서 개헌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2024년 총선에서 개헌을 공약으로 내건 정당이 다수당을 넘어 2/3 이상 차지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만큼 개헌은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개헌의 추진을 멈출 수 없다. 87년 체제가 워낙 낡은 체제가 됐기 때문에 이제는 바꿔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국민의힘 김상훈·이용호·이종배·조해진 의원, 민주당 김상희·민홍철·전해철·정성호 의원,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제안문에서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개혁안을 함께 만들어 보자”며 여야 의원들의 참여를 촉구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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