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설훈, 이재명 체포안 ‘부결’ 외쳐
내년 총선 셈법에 따른 움직임으로 해석돼
이낙연 귀국 맞춰서 진행될 시나리오도 관심
이대로 있으면 민주당 흔들…李 결심은 과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광고비 의혹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리는 가운데 민주당은 지난 21일 비공개 의원총회를 통해 부결로 의견을 통일했다.

특히 비명계 인사인 설훈 의원이 자발적으로 손을 들고 연단으로 나와 ‘단일대오’를 이야기하면서 부결을 시켜야 한다고 밝힌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엄청난 청구서를 받아보게 됐다는 말이 나온다.

비명계, 가결 아닌 부결로

비명계 인사인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1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자발적으로 손을 들고 연단으로 나와 연설을 했다. 이날 비공개 의총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해 어떤 식으로 처리를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당연히 비명계는 가결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로 설 의원이 ‘단일대오’를 언급하면서 부결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아직까지 이 대표가 쓸모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가결 됐을 경우의 후폭풍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명계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을 위해서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는 것이 낫다. 과거 조국 사태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를 겪으면서 당헌·당규 대로 가지 않으면 엄청난 후폭풍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심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가결로 가는 것이 맞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결된 이후 닥쳐올 민주당의 혼란을 생각하면 비명계로서도 쉽게 결정한 사안은 아니다. 왜냐하면 가결되고 나면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법원으로 나가야 하고, 만약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그로 인한 후폭풍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당장 당 대표의 부재상태가 될 수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하는데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마땅한 대안이란 결국 비명계에서의 마땅한 대안이라는 이야기다. 비명계로서는 이 대표가 당장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또한 가결돼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법원에 가고, 그 모습이 전국적으로 생중계 되면 모양새가 나빠지게 되는 것은 물론 민주당에게도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계파 간의 싸움이라고 하지만 민주당 자체가 망가질 정도로 계파 간 다툼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비명계로서는 일단 부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오는 6월 이낙연 전 대표의 귀국과도 맞물리는 대목이다. 만약 가결시키고 법원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간 뒤 곧바로 구속될 경우 당 대표 자리는 부재 상태가 된다. 비대위 체제로 꾸릴 수밖에 없는데 아무리 장기간 동안 비대위 체제를 한다고 해도 3개월 이상 넘기기 어렵다. 이낙연 전 대표가 귀국을 해서 당 대표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최소 몇 달의 시간이 필요하다. 즉, 그 이전까지 이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내려오면 안 된다는 소리다. 따라서 비명계 입장에서도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하는 명확한 이유가 생긴 것이다.

정치적 빚 떠안은 이재명

비명계의 또다른 계산은 바로 이 대표에게 정치적 빚을 지게 만드는 것이다. 이번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게 된다면 비명계로서는 얻는 것이 많은 반면 친명계는 비명계에게 무엇인가를 줘야 하는 입장이다. 비명계로서는 당 대표를 원할 수도 있지만 내년 총선 공천권 지분도 원할 수도 있다. 비명계가 부결까지 시켜줬는데 공천권 지분을 주지 않는다면 그때부터 비명계는 이 대표를 향한 맹공을 퍼붓는 명분을 얻게 되는 것이다. 또한 비명계 입장에서는 이번에 부결을 시킴으로써 다음 표결에서 중립지대 의원들에게 가결에 대한 명분을 얻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부결을 시키려는 이유가 보인다.

또 다른 측면에서 부결시키려는 이유를 살펴보면 무엇보다 체포동의안의 내용 때문이다. 소위 김만배 일당의 전언만 있을 뿐이지 이 대표가 직접 관여했다는 증거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체포동의안을 읽어본 의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장시간에 엄격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한 상태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는 것이 친명계 뿐만 아니라 비명계의 생각이다. 정황증거만 있을 뿐 이 대표의 뇌물이나 배임 등을 입증할만한 직접증거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비명계의 입장이다.

즉 명확한 명분이 없이 가결을 시킬 경우 오히려 당은 둘로 쪼개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비명계도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검찰이 체포동의안에 이 대표의 혐의를 입증할 명확한 증거를 제시했다면 비명계의 입장은 다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체포동의안에는 비명계를 설득할만한 명분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체포동의안을 가지고 가결을 시킨다면 오히려 비명계가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부결된 이후 이 대표의 행보이다. 이를 비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비명계는 부결된 이후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왜냐하면 체포동의안 부결은 ‘정치적’ 판단이고, 사법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키고 난 후에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면 구속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영장판사도 여론을 주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는 것은 현역의원들이 구속해도 좋다는 것을 이미 이야기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영장판사는 아무런 부담없이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

하지만 부결된 이후 자진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출석한다면 영장판사도 정치적 부담을 갖기 때문에 사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는데 영장 발부를 한다면 그 후폭풍은 엄청 거세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부결된 이후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서 기각을 받는다면 이 대표로서는 ‘정치적’, ‘사법적’ 굴레를 모두 벗어던지게 되면서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은 또 다른 기회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이 대표로서도 영장실질심사를 스스로 받으러 가서 기각을 받은 후에 검찰이 기소를 한다면 ‘정치적 기소’라는 명분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당헌 80조의 예외조항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에도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지 않겠다고 계속해서 버티게 되면 그때부터 당은 이 대표를 절벽으로 계속해서 밀어버릴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이 대표로서는 영장실질심사를 스스로 받으러 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

결국 비명계로서는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다. 만약 영장실질심사에 기각 결정을 받는다면 당으로서는 내년 총선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치를 수 있게 된다. 이미 기각된 상태에서 검찰이 기소를 한다면 ‘정치적 기소’라는 여론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명계로서도 내년 총선에서 간판으로 이재명을 내세우는 것에 대해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라고 판단하고 있다. 어찌됐건 이 대표가 몰고 다니는 지지층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명계로서도 이 대표가 정치적·사법적 굴레를 벗어던진 상태에서 이재명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것이 결코 나쁘지 않은 상황이 된다.

단, 이 대표가 공정한 공천 시스템을 만든다는 전제가 깔려야 한다. 반대로 만약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갔는데 구속영장이 발부가 된다면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가 전당대회를 치러서 새로운 당 대표를 앉히면 된다. 비명계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나쁘지 않는 시나리오가 전개되는 셈이다.

반대로 만약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지 않겠다고 버티게 된다면 그것 역시 비명계로서도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이다. 왜냐하면 검찰은 이 대표의 다른 혐의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이 대표에게 배려해줘서 부결까지 시켰는데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지 않고 버틴다면 결국 다음 체포동의안에 대해서는 가결시켜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빌미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즉, 비명계로서는 이번 부결이 꽃놀이패가 되는 셈이다.

반면 친명계는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다. 이재명의 존재로 본다면 부결시켜야 하는 것이 맞지만 그 이후 비명계가 내밀 것으로 보이는 청구서를 어떤 식으로 갚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자칫하면 ‘간’이건 ‘쓸개’건 모두 갖다 바쳐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비명계가 ‘부결’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달리 선택지가 없는 것도 현실이다. 이 대표의 존재가 없어진다면 친명계는 후속을 논의해야 하는데 이낙연 전 대표가 귀국을 하게 되면 급격히 이낙연계로 권력이 쏠리게 된다. 그렇다고 이 대표를 놔두고 새로운 차기 대권 주자를 만들어 낼 수도 없는 입장이다. 이런 식으로든 저런 식으로든 친명계로서는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가장 좋은 것은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자진해서 받겠다고 하고 기각을 받는 것인데 그것 역시 불안할 수밖에 없다.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갔는데 영장 발부가 된다면 친명계는 하루아침에 중심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친명계로서는 부결 이후 어떤 식으로 대응을 해야 할 것인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뾰족하게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검찰은 다른 혐의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대표가 당 대표로 있는 한 아마도 올해 하반기까지는 계속해서 체포동의안 표결을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 친명계로서도 정치적으로 상당히 부담이 된다.

이재명의 운명은

이에 친명계 내부에서도 깔끔하게 당 대표 자리에서 내려와서 사법적 판단을 받고 다시 돌아오는 것이 어떠하겠냐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물론 개딸(개혁의 딸)들 때문에 드러내놓고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계속 청구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 속에서는 아예 사법적 굴레를 벗어 떨쳐내고 다시 돌아오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온다.

물론 1심 판단까지 받으려면 최소 내년 하반기까지 법적 공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즉, 이 대표로서는 장기간 정치적 휴지기를 가져야 하는데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더욱이 재판 과정에서의 공방은 계속해서 언론에 노출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당 대표에서 내려온다고 해도 민주당에 부담이 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로 강경 친명파는 당 대표를 끝까지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실 당 대표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비명계와 친명계 모두 혼란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친명계도 이 대표를 옹호하고 있지만 내년 총선이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 대표가 당 대표 자리에서 내려온다고 해서 내년 총선에 서광이 비치는 것도 아니다. 검찰은 계속해서 이 대표를 옥죄고, 언론 역시 이 대표를 계속해서 주목하기 때문이다.

결국 핵심은 이 대표의 결단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원로들은 ‘선당후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대표가 자신의 사법리스크에만 매몰되면서 당을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번 부결 이후 이 대표가 어떤 식으로든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단순히 당 대표 자리에서 내려오라는 것이 아니라 영장실질심사 등 사법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민주당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영장실질심사를 받지 않고 계속해서 불체포특권 뒤에 숨어버리게 되면 이 대표 혼자만 죽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도 함께 죽게 된다는 경고를 원로들이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 대표가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 직후 어떤 식으로든 입장 표현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