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사망한 인천 전세사기 피해자 기리는 추모제 열려
8일 서울역서 대통령집무실까지 ‘구제 대책’ 촉구 행진 계획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가 인천시 주안역 앞에서 지난달 28일 전세사기 피해 복구 대책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한 A씨를 기리는 추모제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가 인천시 주안역 앞에서 지난달 28일 전세사기 피해 복구 대책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한 A씨를 기리는 추모제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인천시 미추홀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A씨가 숨진 채 발견되며 정부에 실질적인 전세사기 피해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책실패에 따른 조직적 전세사기인만큼 정부가 책임지고 피해복구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다.

7일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전세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한 채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자체 집계한 바에 의하면 피해자 가구는 2700여 세대에 달하며 이 중 65%가 경매 대기 중이거나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 지난달 28일에는 전세사기 피해자 A(38)씨가 인천시 미추홀구 자택에서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1년 10월 보증금 7000만원의 전세계약을 체결했으며 지난해 11월경에야 전세사기를 인지했다. 고인이 거주한 해당 빌라는 전세계약 이전인 2011년 무렵 근저당이 설정돼 현실적으로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생전 대출연장도 은행으로부터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대책위 활동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었지만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토로하며 정부 대책을 통해 이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겼다. 고인은 지난달 8일 국회에서 열린 깡통전세 피해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토론회에도 참석하는 등 대책위 활동에 적극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가 인천시 주안역 앞에서 지난달 28일 전세사기 피해 복구 대책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한 A씨를 기리는 추모제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가 인천시 주안역 앞에서 지난달 28일 전세사기 피해 복구 대책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한 A씨를 기리는 추모제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대책위는 지난 6일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사망한 A씨를 기리는 추모제를 열고 고인의 뜻대로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피해복구 대책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추모제에는 50여명이 참석해 촛불을 밝혀 애도를 표했다. 

이 자리에서는 전세사기 일당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명도 함께 진행됐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빌라왕' 남모씨는 지난달 구속됐으나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일부 공모자들은 구속되지 않은 상태다.

대책위 김병렬 부위원장은 추모사에서 “본인도 어려운 상황에서 대책위에 참여해 같은 처지에 놓은 분들에게 먼저 다가가 대화를 했다”고 생전 A씨의 모습을 회상했다. 이어 “‘작은 손이 모여 큰 것을 이뤄낼 수 있다. 개인이 모여 힘을 내고 조직된 단체와 단체가 모여 힘을 내 이루고자 하면 될 것’이라는 고인의 말이 피해자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아 마음 속에 맴돌고 있다”라며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랐던 고인의 뜻을 끝까지 지킬 수 있도록 지켜봐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입자 114 김태근 운영위원장도 이날 추모제에 참석해 “누구나 존중받아야 할 삶이 있다. 존중받아야 할 삶은 안정적인 집에서부터 시작한다”라며 “전세금은 세입자가 모든 에너지를 모아 만든 삶의 종자금이다. 이런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세입자의 생명력이 크게 흔들린다”고 우려했다. 이어 “더 이상 세입자의 전세 대출을 통해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지 않기를 촉구한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내일부터 매일 보호받을 수 있는 더 좋은 대책이 나오기를 촉구한다”라고 덧붙였다.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가 인천시 주안역 앞에서 지난달 28일 전세사기 피해 복구 대책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한 A씨를 기리는 추모제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가 인천시 주안역 앞에서 지난달 28일 전세사기 피해 복구 대책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한 A씨를 기리는 추모제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대책위 안상미 위원장은 “피해가 커진 이유는 시세를 부풀릴 수 있는 정책에 있다. 정책이 만든 사회적 재난으로 나라에게 책임이 있다”라고 강조하며 “하지만 이 사건을 겪고 접한 현실은 피해자들이 아무리 외쳐도 들어주질 않는다. 고인은 들어주지 않는 외침에 많이 절망했을 것 같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전세사기는 우리만의 피해가 아니다. 여러분의 이웃들이 안정된 주거에서 살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A씨가 사망한 소식이 알려지면 시민사회단체들도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주거권네트워크는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빈틈이 많은 긴급주거지원, 대출연장 등을 보완하고 공공이 보증금 반환채권을 매입하는 등 피해 구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달팽이유니온도 역시 2일 성명에서 “이제 내놓는 대책은 피해자들이 겪는 주거 불안을 해소하고 보증금 반환 지원을 위해 시행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주거시민단체는 오는 8일 서울에서 사망한 A씨를 추모하며 정부와 국회에 구제 대책을 촉구하는 행진과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이들은 8일 오후 서울역에서 모여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가 인천시 주안역 앞에서 지난달 28일 전세사기 피해 복구 대책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한 A씨를 기리는 추모제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가 인천시 주안역 앞에서 지난달 28일 전세사기 피해 복구 대책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한 A씨를 기리는 추모제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가 인천시 주안역 앞에서 지난달 28일 전세사기 피해 복구 대책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한 A씨를 기리는 추모제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가 인천시 주안역 앞에서 지난달 28일 전세사기 피해 복구 대책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한 A씨를 기리는 추모제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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