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체제 들어서자마자 지지율 급전직하
당심과 민심 괴리됐다는 증거 보여주고 있어

윤심 쫓아가다 이슈 몰이 제대로 못하고
당내 포용력 없어서 외연 확장도 힘들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한정욱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체제가 출범하자마자 지지율 하락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전당대회 직후에는 이른바 컨벤션 효과가 발생하면서 지지율이 상승하는데 김기현 체제는 오히려 하락을 했다. 이는 김기현 대표 체제가 갖는 태생적 한계 ‘세가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김기현 대표 체제는 힘든 선거를 치를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05명에게 지지 정당을 물은 결과 국민의힘 37.0%, 더불어민주당 46.4%로 집계됐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41.5%에 비해 4.5%포인트 하락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조사는 무선 97%·유선 3%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3.2%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도 같은 조사에서 국정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6.8%,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60.4%으로 전주 조사에선 38.9%로 2.1%포인트 떨어졌다. 다만 2.1%포인트에 비하면 4.5%포인트가 떨어졌다는 것은 단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했기 때문에 국민의힘 지지율이 동반하락했다고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이는 결국 김기현 대표 체제가 갖고 있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당심과 민심의 괴리

그 태생적 한계는 ‘당심과 민심의 괴리’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당원 100% 투표로 치러졌다. 즉, 그들만의 리그가 된 셈이다. 원래 국민의힘 전당대회 룰은 ‘당원투표’와 ‘일반국민여론조사’로 채워졌다. 이는 당심 뿐만 아니라 민심도 읽어 내려가겠다는 전략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가 시작되자마자 당원 100% 투표로 바꿨다.

이를 두고 유승민 전 의원을 배제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전당대회 초창기만 해도 김기현 대표의 지지율은 한 자리 숫자에 불과했다. 반면 유 전 의원은 두 자리 숫자를 기록했다. 즉, 일반국민여론조사를 실시하게 된다면 유 전 의원이 당 대표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 친윤계에서는 결국 당원 100% 투표로 전당대회 룰을 변경했다. 그러자 유 전 의원이 결국 전당대회에 불출마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당원 100% 투표가 결국 민심과 당심을 괴리시켰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전당대회를 그들만의 리그가 되게 하면서 민심과 괴리된 당 대표를 선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전당대회 기간 동안에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해 더불어민주당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가 전당대회가 끝나자마자 지지율이 하락해서 더불어민주당과 크로스현상이 빚어졌다. 전당대회 기간 동안 경쟁후보들끼리 치열하게 싸우면서 언론에 자주 노출됐기 때문에 지지율이 상승했고, 김 대표가 당 대표가 된 이후 언론의 관심은 대통령실로 옮겨가면서 상대적으로 노출 빈도가 줄어들면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또 민심이 원하는 당 대표가 선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대표가 민심을 등에 업고 당 대표가 됐다면 계속해서 관심을 보이면서 그에 따라 지지율이 하락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민심과 괴리된 사람이 당 대표가 되면서 그에 따라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1일 ‘민생 해결사! 국민의힘이 간다’ 서민금융 민생현장 방문의 일환으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 도착해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1일 ‘민생 해결사! 국민의힘이 간다’ 서민금융 민생현장 방문의 일환으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 도착해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대통령실에 가려진 당 대표

지지율 하락의 또 다른 이유는 ‘대통령실’에 가려진 당 지도부라는 평가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국민의힘 지지율도 하락했지만 하락폭은 윤 대통령 보다 국민의힘이 더 컸다. 그것은 대통령실에 가려지면서 국민의힘 지도부의 존재감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주 69시간 근무제나 한일정상회담에서 국민의힘의 존재감이 사라졌다. 대통령실이 논란을 일으키면 이를 국민의힘이 수습하기 바빴다. 그러다보니 국민의힘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대통령실 출장소라는 별칭이 괜히 붙어진 것이 아니라는 비난도 나온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를 하기 위해서는 이슈를 대통령실에 끌려 다닐 것이 아니라 대통령실을 오히려 끌어줘야 한다. 즉, 주69시간 근무제나 한일정상회담 이슈에서 국민의힘이 대통령실에 끌려다닐 것이 아니라 대통령실이 국민의힘을 기댈 수 있게 명확한 이슈 몰이를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 이는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김기현 체제에서는 대통령실에 계속 끌려 다닐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시절 저출산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지만 대통령실의 뭇매를 맞고 결국 전당대회 출마까지 포기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김기현 체제에서는 결국 대통령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그것이 국민의힘의 태생적 한계가 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김기현 체제의 아이러니가 나온다. 대통령실이 아니라 국민의힘이 이슈 주도권을 쥐고 갈 수 없다는 태생적 한계에 부딪히게 되면서 내년 총선 승리 전략을 구상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게 됐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나 전 의원처럼 팽 당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당 대표로서 운신의 폭을 넓혀야 하지만 대통령실이 이를 가만히 보고 있지 않을 것으로 정치권 안팎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더욱이 당 지도부를 친윤계로 채웠기 때문에 이들이 대통령실과 반하는 이슈몰이를 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특히 이들은 윤 대통령의 호위무사들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친윤화의 바람은 더욱 거세게 불 것으로 예측된다.

예컨대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될 경우 그에 대한 반박이 이성적 반박을 넘어 감성적 반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이 지난 14일 저녁 MBC 시사프로그램 ‘뉴스하이킥’에서 진행자와 고성이 오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진행자의 진행이 부당하다고 느껴진다면 이성적인 반박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날 장 최고위원이 감성적인 반박을 하면서 고성이 오갔다. 이것은 앞으로 김기현 대표 체제의 미래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금이라도 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은 비판하는 목소리를 못 견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심각한 우경화 혹은 보수화로 치달을 수도 있다. 따라서 비판의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것은 국민의힘을 보수화를 넘어 극우화로 만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이유로 김기현 대표 체제가 비판의 목소리에 관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당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관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만약 당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온 것을 못 견뎌하고 그에 대한 공격적인 목소리가 나온다면 당내에서는 더 이상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된다. 그것은 국민의힘이 패망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당 안팎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서 건전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는 지름길이 된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포용력 부족

마지막으로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전당대회가 끝나고 나면 다른 경쟁후보들을 차례로 만나 당의 화합을 이끌어 내는 것이 당 대표의 역할이자 숙제이다. 이런 이유로 김 대표 역시 당선된 이후 계속해서 경쟁 후보들을 찾아가 대화를 나눠왔다. 하지만 유독 천하람 순천갑당협위원장과의 만남은 미뤄진 상태다.

더욱이 최고위원들은 내년 총선 공천에서 이준석 전 대표의 공천은 힘들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아직 공천관리위원회를 꾸리기도 전임에도 이미 당 지도부는 특정 인사 배제론을 키워오고 있다. 그것은 당 공천에 대한 험로를 예견하는 것이다. 사실 특정 인사를 배제하고 싶어도 당 지도부가 됐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공천’을 외쳤어야 했는데 이 전 대표는 사법리스크 등이 있기 때문에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등의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포용력이 상당히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결국 훗날 공천 과정에서 신당 창당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기도 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 시절 친이계가 친박계에 대한 공천 학살을 하자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했고, 친박 세력이 무소속 출마 혹은 친박연대라는 신당을 창당해서 돌풍을 일으킨 것도 결국 친이계가 친박계를 끌어안고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비쳐본다면 김기현 체제가 특히 이준석계를 끌어안고 가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물론 이 전 대표는 자신은 잊혀지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했기는 했지만 김기현 체제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 이준석계를 끌어안고 가야 한다. 특히 이준석계가 2030세대 즉, MZ세대에 상당히 어필하고 있고 수도권에서도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준석계를 끌어안고 가야 한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다.

하태경 의원이 지난 23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을 중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현실적으로 천아용인을 중용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준석계의 중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갈등이 불가피하고, 이것은 분당 사태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나온다. 실제로 전당대회 이전부터 꾸준하게 분당론이 제기돼 왔고, 전당대회 이후에도 분당론은 계속 나오고 있다.

결국 김 대표의 가장 큰 숙제 중 하나가 내년 총선 공천에서 잡음이 없이, 또한 분당도 없이 마무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당 지도부가 나서서 특정계파에 대한 배제론을 언급하고 나선다면 ‘분당론’에 명분을 쌓게 만들어준 꼴이 되기 때문에 이들을 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밖에 ‘영남정당’ 이미지를 벗어나야 하는 것도 숙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영남 출신 정치인들이 주요 당직을 차지한 꼴이 되면서 그에 따라 영남정당의 이미지가 고착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영남정당의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장 중요한 숙제가 됐다.

이처럼 김 대표 앞에 여러 가지 난관이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국의 주도권을 당이 잡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국의 주도권이 대통령실도 아닌 여당이 잡고 가야 내년 총선에서 승리를 할 수 있고,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권자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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