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기 논란 속으로 휘말린 한일정상회담
반일정서가 윤석열 정부 발목 잡을 수도
기시다 후속 조치, 자국선거로 쉽지 않지 않아
4월 방미-5월 G7정상회의서 성과 내야만
외교라인 전면적인 교체 필요 목소리 나와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지난 21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시의회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정상회담 결과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지난 21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시의회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정상회담 결과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한일정상회담 이후 대통령실은 자화자찬에 들어갔지만 국민 여론은 수상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했고, 당 내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야당은 계속해서 공격하고 있다. 문제는 한일정상회담 이후 일본 정부가 후속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지 않으면서 짝사랑을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는 향후 윤석열 정부가 국정수행을 하는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한일정상회담이 열린 직후 양국 정상의 지지율을 살펴봐도 윤석열 정부가 상당히 손해라는 것이 드러났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17일∼19일 18세 이상 일본 유권자 1001명(유효 응답자 기준)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5%가 한일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부정적인 시각은 31%를 기록했다. 또한 향후 한일관계 전망에 대해 ‘변하지 않는다’가 61%로 가장 높았다.

반면 국내 여론조사에서는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닷새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2.1%포인트(p) 하락한 36.8%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닷새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7만8588명에게 통화를 시도해 최종 2505명이 응답을 완료했고, 3.2%의 응답률을 나타냈다.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 결과와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 결과와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여론조사에서도

이런 상반된 지지율은 그만큼 우리 국민과 일본 국민이 바라보는 한일정상회담 시각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일정상회담 이후 윤석열 정부에 대한 민심이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벌써부터 진보진영은 물론 보수진영에서도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자신의 SNS에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대일 외교에서 지켜야 할 선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을 가급적 삼가왔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한일정상회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 전 의원은 “대통령실이 ‘일본인의 마음을 여는 데 성공했다’고 자랑한다”며 “과거사에서 일본이 가해자, 우리가 피해자였다는 역사의 진실은 변할 수 없다. 피해자가 왜 가해자의 마음을 열어야 하나. 가해자가 피해자의 마음을 열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따졌다.

보수 진영에서도 한일정상회담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점은 이번 한일정상회담이 만족할만한 성과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제3자 변제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사실상 일본 정부와 일본 기업이 강제징용의 책임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비판적인 평가도 있다. 물론 박진 외교부 장관은 물컵의 반이 채워졌다면서 나머지 반은 일본이 채워야 한다고 말을 했지만 과연 일본이 얼마나 호응을 할지는 미지수다.

기시다의 반응

우선 제3자 변제방식을 채택한다고 해도 일본 정부나 일본 기업이 ‘강제징용’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우리 국민을 강제로 끌고 나서 강제노역을 시켰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역사인식에 대해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은 강제노역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일본 우익들은 여전히 강제노역에 대한 단어 사용을 꺼리고 있다. 제3자 변제방식은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에 대해 인정을 하고, 그에 대한 사과를 해야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방식인데 일본 정부는 아직까지 강제동원에 대해 인정을 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일본군 위안부 역시 인정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우리 정부가 나서서 제3자 변제방식을 취했다는 것은 향후 한일관계에서 저자세 외교 논란이 불거지게 되고, 이것이 윤석열 정부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 부는 반일정서가 윤석열 정부의 발목을 크게 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기에 한일정상회담에서 특별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서 과연 한일정상회담을 왜 열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연일 한일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는데 혈안이 돼있지만 우리 국민 중에 과연 몇 명 정도 그 성과를 수긍할지는 미지수다.

이런 이유로 반일 정서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의 태도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오는 5월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얼마나 큰 성과를 얻어갖고 오는지에 달렸다. 윤석열 대통령으로서는 한일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중요한 외교적 이벤트가 상당히 많이 전개된다. 오는 4월 방미순방을 하게 되고, 5월 히로시마에서 G7정상회의에 참석을 하게 된다. 그리고 한미일 정상회담까지 계획된 상태이다. 따라서 이 빅 이벤트에서 우리나라가 얼마나 챙길 수 있느냐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외교력의 심판대가 열린다.

그 결실은 8.15 광복절 기념사에서 응축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8.15 광복절 기념사에서는 대북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역대 대통령들이 3.1절 기념사에서는 대일관계에 대해 언급했다면 8.15 광복절 기념사에서는 대북관계를 언급해왔다. 따라서 윤 대통령도 오는 8.15 광복절 기념사에서 한미동맹, 한일관계 그리고 대북 관계 등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그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4월 방미, 5월 G7정상회의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8.15 광복절 기념사에서도 올해 3.1절 기념사와 같은 내용의 기념사가 된다면 국내 여론의 역풍이 상당히 심하게 불 것으로 예측된다. 그야말로 상반기 외교 농사를 어떤 식으로 짓느냐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운명이 바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일본 정부의 태도 전환이 가장 중요한 숙제이다. 일본 언론에서는 한일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 독도 문제, 후쿠시마 수산물과 방류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물론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강력하게 항의를 하고 있지만 향후 일본 언론에서 어떤 식으로 보도가 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내 여론은

무엇보다 국내에서는 3.1절 기념사를 시작으로 해서 반일 감정과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런 국내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기시다 총리의 태도 전환이 필요한데 쉽지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기시다 총리 역시 자국의 선거가 코앞에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이 승리하는 한 축에는 혐한 정서를 자극하는 것도 있기 때문에 기시다 총리가 직접 나서지는 않지만 극우 정치인들은 계속 혐한 발언을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일본 언론을 통해 국내에 소개가 된다면 윤석열 정부는 그야말로 난감해할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국내에서는 여러 시민사회에서 굴종외교라면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런 반일정서와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그것이 다시 국민의힘 지지율을 하락시키게 만들면서 내년 총선에서도 빨간 불이 들어오게 만들 것으로 예측된다. 그야말로 물리고 물리는 관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대통령실이나 국민의힘이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4월 방미와 5월 G7정상회의에서 상당한 성과를 얻어야 한다는 강박증으로 이어지게 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적 실수가 나타날 가능성도 매우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마음이 조급해지면 외교적 실수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외교라인의 전면적인 교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 외교 정책을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큰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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