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OLDs)> 기억해야 할 네 번째 소식, ‘4·16 세월호 참사’
9주기 맞는 4·16 세월호 참사…추모 공간 곳곳은 벌써 관리 부실
수차례 관광버스가 멈춰선 ‘세월호 선체’…고통은 관리 직원들의 몫
여기저기 쓰레기 나뒹굴고, 담배 연기 가득 찬 ‘풍남문 광장 분향소’
하나둘 자취 감춘 추모객…‘팽목항 기억관’ 관광객 주차장으로 변해
업무 마비 될 정도의 민원…첨예한 대립 ‘서울시의회 세월호 기억공간’

“지금 우리 시대의 진정한 언론은 ‘뉴스news’가 아니라 ‘올드스olds’에 있어요. 얼마만큼 희석되지 않고 시간을 견디는, 한 노동자가 죽은 사건을 10년 이상 들여다보는 언론이 필요한 거예요. 세월호 참사를 20년, 30년 취재하는 언론이 필요해요. 그런데 조회 수에 의존하는 언론이 그게 가능할까요? (중략) 2000~3000년 전에도 가능했고 앞으로도 지속 가능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을 얘기해야 돼요. 이제는 뉴스의 시대가 아니라 올드스의 시대니까요.” - 도서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中 

올드스(OLDs)는 투데이신문이 ‘오래된’이라는 뜻의 ‘Old’와 ‘소식’이라는 뜻의 ‘News’라는 뜻을 담아 만든 코너명입니다. 오랫동안 기억해야 하고 반복되지 말아야 할 사건을 재조명하기 위해 출발했습니다. 속보 경쟁에서 벗어나 ‘그때’와 ‘지금’을 짚어봅니다. 신문 헤드라인에서 지금은 한 모퉁이로 자리는 옮겼지만 마음 한 가운데 남아야만 하는 오래된 뉴스를 찾아 소개하겠습니다. 

전남 목포시 달동 세월호 목포신항만거치소에 인양된 세월호 선체 모습&nbsp;ⓒ투데이신문
전남 목포시 달동 세월호 목포신항만거치소에 인양된 세월호 선체 모습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2014년 4월 16일. 진도 인근 해상에서 한 여객선이 침몰했다. 476명의 탑승자 중 304명이 사망·실종됐다. 이 끔찍한 비극은 지금 4·16 세월호 참사로 불린다. 이 참사가 더욱 더 슬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들뜬 마음을 안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 어린 학생들의 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올해로 4·16 세월호 참사는 9주기를 맞는다. 이는 참사 이후 9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를 둘러싸고 힐난, 갈등, 혐오, 폭언 등이 지속되는 동안, 이들을 잊지 않기 위해, 또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은 서서히 부식돼 가고 있었다. 세월호 추모공간. 오롯이 ‘추모’를 위해 마련된 공간들은 긴 세월 앞에서 한 없이 무기력해져만 가고 있었다.

지금 이순간에도 4·16 세월호 참사 망자를 위한 공간 곳곳이 썩고, 곪고, 또 헤져간다. 사실상 방치 수준이다. 시간이 오래 지났으니 당연한 결과일까. 이들을 위한 온전한 추모 공간은 정녕 허락되지 않는 걸까. 참사 이후 9년이 흐른 지금. 어느 한켠에 덩그러니 놓여 있던 추모공간의 실태를 짚어봤다.

세월호 목포신항만거치소 입구 앞 관광 버스 한 대가 멈춰서 있다. ⓒ투데이신문
세월호 목포신항만거치소 입구 앞 관광 버스 한 대가 멈춰서 있다. ⓒ투데이신문

주취·주폭으로 얼룩진 ‘세월호 선체’…해수부 원리·원칙대로 대응

지난 3월 29일 전남 목포시 달동 세월호 목포신항만거치소 입구 앞에 거대한 관광 버스가 멈춰섰다. 이윽고 버스에 탑승했던 이들이 하나둘 내렸다. 버스 기사는 자연스러운 듯 운전석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탑승객들도 출입 초소 앞에 삼삼오오 줄을 섰다. 유명 관광지에선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다만, 이곳은 유명 관광지가 아니다. 참사 이후 3년 만에 인양된 세월호 선체가 거치돼 있는 장소다.

출입 초소 앞에서 출입 절차를 밟던 이들은 다소 소란스러웠다. 저마다 카메라를 들고 저 멀리 보이는 선체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참관 시 유의사항에 쓰인 ‘세월호 주변에서는 경건한 마음을 가져주시고 고성방가, 음주소란 등의 행위를 삼가주세요’, ‘세월호 선체를 배경으로 인물사진 등 사진을 찍지 말아주세요’ 문구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그들은 이곳 마치 ‘유명 관광지’로 착각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에도 수차례 관광버스가 도착하고 떠났다. 그럴 때마다 출입초소 관계자도 익숙하다는 듯 신원확인을 마치고 출입을 허가했다. 일반인들에게도 공개된 공간인 탓에 막을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그간  수많은 관람객을 맞이하며 당했던 수많은 피해는 고스란히 출입초소 관계자들의 몫이었다.

목포 신항만 관계자는 “지금도 보시면 저기 관광버스가 멈춰져 있다. 관광버스 기사님들이 본인 스케줄을 맞추기 위해 임의로 차량을 세워 탑승객을 안으로 보내는 실정”이라며 “술에 취한 관람객들이 입구에 노상방뇨를 하거나 가래침을 뱉는 경우도 있었다. 또, 신원조회를 진행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폭언, 폭행을 하는 행위도 수차례 발생했다” 고통을 호소했다.

이렇듯 실제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관광 버스를 관리하는 한 여행사는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애시당초 세월호 목포신항만 거치소가 관광 코스로 등록 돼 있지도 않고, 그럴 계획도 없다는 것이다.

해당 여행사 관계자는 “관광 버스가 세월호 목포신항만 거치소에 들러 관광객들을 입장 시키는 사실을 들어본 적이 없다. 해당 사실에 대해 파악해 보겠다”며 “우리 여행사의 경우 해당 장소를 관광 코스로 지정한 적이 없으며, 관광 버스 기사 개인적인 판단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이런 사실에 해양수산부 선체관리지원과 관계자는 “세월호 선체 현장에 방문하는 분들은 대다수가 추모의 마음을 갖고 오시는 분들이기에 해당 사안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해당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으며 추모를 위해 방문한 일반인 누구나 입장이 가능하기에 주취자를 막을 방안은 없으나, 주취자나 난동을 부리는 이들에 한해서는 엄격하게 원리 원칙대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세월호 분향소가 위치해 있는 풍남문 광장. 괸리되지 않아 쓰레기가 가득한 모습이다&nbsp;ⓒ투데이신문
세월호 분향소가 위치해 있는 풍남문 광장. 괸리되지 않아 쓰레기가 가득한 모습이다 ⓒ투데이신문

‘흡연실’이 된 풍남문 광장 분향소…전주시 철거 의지 확고

지난 3월 30일 방문한 풍남문 광장에선 술에 취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노인들이 저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적막을 깨고 있었다. 또, 누군가는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하기도 했다. 쓰레기는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었고, 담배를 문 입에서는 연거푸 담배연기가 내뿜어졌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광장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런 모습이 더욱 강렬히 다가오는 이유는 이곳에 세월호 분향소가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추모공간 관리 부실 문제는 비단 목포 신항만 세월호 선체에 국한되지 않았다. 전북 전주시 풍남문광장에 위치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 분향소 인근은 기본적인 청결조차 유지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에 더해 분향소에서 약 1m 정도 떨어진 곳에 놓인 벤치는 흡연실로 이용되는 상황이었다. 재떨이나 별다른 흡연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아 언제든 분향소에 화재가 발생 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한 노인에게 분향소 바로 옆에서 흡연을 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이곳에 있는 사람들 다 흡연을 하는데 왜 나에게만 이런 질문을 하느냐”며 “여기서 흡연을 하면 안되는 법이라도 존재하느냐”고 따져물었다.

풍남문 광장 세월호 분향소는 전주시의 자진 철거 요구를 받은 공간이다. 해당 공간은 지난 2014년 8월 마련돼 천막 형태로 9년째 운영 중이다. 다만, 우범기 전주시장은 취임 직후 분향소 철거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지난해 7월의 경우 세 차례 계고를 내며 그 의지를 확고히 보였다. 

해당 공간에 대한 민원도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일각에서는 원활한 철거를 위해 아무런 관리 감독을 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전주시를 방문한 관광객들과 주변 상가 및 시민들로 부터 청결 및 화재와 관련된 민원이 지속된다면 철거에 더욱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지적에 전주시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풍남문 광장 방치가 시민들의 민원을 통해 철거에 힘을 싣기 위한 방안은 아니다”라며 “풍남문 광장은 별도의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 이곳에서 사람들이 흡연하는 행위를 막을 수 없다. 다만, 청결과 관련해 민원이 들어오면 순찰과 함께 일정 부분 시정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해당 공간에 대한 철거 민원도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상황 속에서 세월호 분향소 철거와 관련한 시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이태원 참사 분향소도 함께 들어서면서 현재까지 세월호 분향소와 관련해 구체적인 철거 시점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해당 공간에 대한 철거 논의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전남 진도 팽목항 분향소에 존재하는 임시 주차장 푯말&nbsp;ⓒ투데이신문
전남 진도 팽목항 분향소에 존재하는 임시 주차장 푯말 ⓒ투데이신문

추모객은 어디에…‘임시 주차장’으로 변한 진도 팽목항 기억관 

세월호를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전국 각지의 추모 공간 문제는 관광지와 흡연실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3월 31일 방문한 전남 진도 팽목항 기억관은 고속 여객선 탑승객을 위한 주차장으로도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임시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이곳 부지는 세월호 참사 당시 피해자들이 뭍으로 처음 닿은 곳이자, 산 자와 죽은 자가 마주한 곳이기도 하다. 

현재 전남 진도 팽목항에 위치한 기억관 인근에는 진도에서 제주로 향하는 고속 여객선이 운항되고 있다. 해당 여객선은 2022년 5월 7일 부터 운항을 시작했다. 실제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진도 팽목항 기억관을 방문하기 위한 차량보다 제주 여행을 위해 방문하는 차량이 대다수였다. 또, 해당 공간이 무료 주차장이다 보니 택시를 세워두고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기사도 많았다.

해당 주차장에 택시를 세워두고 휴식을 취하던 택시기사 A씨는 “기억관을 방문하기 위해 택시를 탑승하는 이들보다 여객선을 타기 위해 이 곳을 방문하는 이들이 대다수”라며 “여객선에서 내리는 손님들을 태우고 다시 도심으로 가기 위해 주차장에 차를 대고 휴식하는 기사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해당 공간은  지난 2013년부터 진도항 2단계 개발 사업에 따라 여객터미널이 지어질 자리였다. 다만,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 분향소 등 관련 시설물 7개 동 보존 문제를 사이에 두고 시민단체와 행정기관의 갈등이 이어져왔다. 이로 인해 정식 여객터미널이 아닌 임시 여객터미널이 지어졌고, 현재는 팽목항 기억관 부지가 아닌 인근 부지에 여객 터미널 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팽목 기억관은 여전히 진도군에 의해  철거가 추진되고 있다. 진도군은 지난 2021년 4월부터 팽목기억관 철거 시정명령 공문을 수차례 발송했다. 이어 강제 이행금부과를 예고했으나, 시민단체의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도군은 팽목항 인근에서 국민해양안전관 추모시설 및 기억공간 등이 설치되는 만큼 철거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진도군청 안전생활지원과 관계자는 “세월호 팽목 기억관 부지의 경우 오래 전부터 여객터미널이 설치될 곳으로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철거에 대한 구체적인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관련 내용에 대해서 중앙부처와 협의 중인 상태”라며 “철거를 철회하거나 중단하는 논의는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지만, 중앙부처와 함께 유가족측이 납득할 수 있는 협의점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답했다.

서울특별시의회 앞에 설치된 세월호 기억공간 전경&nbsp;ⓒ투데이신문
서울특별시의회 앞에 설치된 세월호 기억공간 전경 ⓒ투데이신문

민원에 철거 압박까지…서울시의회 세월호 기억공간 ‘사면초가’

지난 3월 23일 방문한 서울 중구 세월호 기억공간 ‘기억과 빛’ 앞에는 ‘서울시의회는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중단하라’는 팻말이 덩그러니 놓여져있었다.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이 공간을 지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으나, 서울시의회는 전기 공급 차단으로 응수한 바 있다.

광화문 광장에 위치했던 해당 공간은 지난 2021년 7월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공사가 시작됨에 따라 서울시의회의 이전 요청을 받았다. 이에 따라 같은 해 11월 17일 광화문 광장에서 시의회 앞으로 다시금 둥지를 틀었다. 이 과정에서 제10대 서울시의회와 서울 중구청에서 각각 부지 사용 허가 및 가설 건축물 사용 허가를 받았다. 법적인 절차를 밟은 것이다.

당시 해당 부지 사용 기한은 지난 2022년 6월 30일 까지였다. 이후 6·1 지방선거를 마치고 서울시시의회 사무처는 부지 사용 계약이 만료된 점을 근거로 세월호 기억공간 사용기간 연장 신청을 불허했다. 이어 시의회 사무처는 협의회 측에 자진철거 요청 공문 및 행정대집행과 변상금 부과 등도 요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의회 측은 기억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각종 행사를 열며 추모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416연대 류현아 활동가는 “서울시의회 세월호 기억공간은 여전히 오후 6시 이후 전기 단전이 이뤄지고 있어 태양열 LED를 통해 자체적으로 내부 불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라며 “서울시의회의 철거 의지가 강해 세월호 기억공간에 대한 전기 차단이 풀릴 가능성은 없어보인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제10대 서울시의회 당시 ‘서울시 공유재산 세월호 기억공간 임시 가설건축물 설치 허가 연장 및 사용료 면제 동의안’을 의결하면서, 2024년 6월 30일까지 부지 사용 계약 기간을 2년 연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의회 사무처는 제10대 서울시의회가 통과시킨 특별 결의안은 법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는 실정”이라며 “그때는 분명 다 통과가 됐지만, 현재 서울시의회의 다수당이 바꼈기 때문에 연장이 안 된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류 활동가는 “기억 공간을 지키기 위해 매일 1인 시위도 진행하고 있으며, 광화문 피켓팅을 통해 서울시의회 앞에 있는 기억 공간을 시민들에게 더 많이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밖에도 해당 공간을 지키기 위해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유가족 및 시민단체들은 제10대 서울시의회가 통과시킨 특별 결의안의 법적 효력을 근거로  해당 부지 사용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회는 해당 사안은 법적 효력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서울시의회 앞의 공간은 행정재산으로, 이분들은 현재 행정재산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행정 재산에 대한 사용 권한은 국회의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의회 사무처장에게 있는 것인데 유가족들과 시민단체들은 특별 결의안을 근거로 법적 효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부지의 사용 기간은 2022년 6월 30일 부로 종료됐다. 10대 시의회 당시 2년 더 연장하는 것은 말 그대로 의원들의 정치적 의사 표시일 뿐이지, 법적 효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수차례 법률 자문을 받았다”며 “이에 따라 해당 건축물은 불법 건축물이기에 변상금 및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있으나, 이들은 전혀 납부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서울시의회 세월호 기억공간과 관련된 민원이 엄청나게 들어오고 있다. 당장 일과시간 전기도 끊으라는 민원도 존재한다. 업무적으로 처리하기가 힘들 정도로 민원이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라며 “현재 해당 공간에 대한 전기 재공급에 대한 논의는 이뤄진 바 없으며, 인도적 차원에서 자진철거 요청과 면담을 수차례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남 진도 팽목항 인근에 놓여진 축구화. 시간이 흘러 많이 헤져 있다&nbsp;ⓒ투데이신문<br>
전남 진도 팽목항 인근에 놓인 축구화. 시간이 흘러 많이 헤져 있다. ⓒ투데이신문

이렇듯 9년 이라는 긴 시간이 흐를 동안 각기 다른 입장과 이해 관계가 얽히고설켜 거대한 장애물이 완성됐다. 누구하나 쉽사리 해결 할 수 없는 이 장애물은 끝끝내 추모공간의 입구를 턱하니 가로막아 섰다. 죽은 사람을 그리며 생각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은 이제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슬프게도 여러 참사는 늘 반복돼 왔는데, 그럴 때 마다 우후죽순 생겨났던 추모 공간들은 늘 그렇듯 서서히 사라져 가고 의미는 퇴색해져 간다. 이는 전국을 슬픔에 잠기게 했던 참사가 잊혀져 간다는 것이기도 하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 녹슬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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