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화장품, 글로벌 앰버서더 선정부터 리브랜딩까지 변화 삼매경
파격적 모델 섭외한 ‘설화수’에 비해 비교적 조용한 ‘후’ 마케팅
중저가 라인보다 ‘프리미엄’에 집중…방식 달라도 ‘아트’ 공통점
전문가 “타깃층 다르기에 기업 마케팅 방향도 갈릴 수밖에 없어”

설화수 앰버서더 블랙핑크 로제 [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설화수 앰버서더 블랙핑크 로제 [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와 면세 수요 감소 등 여러 요인으로 침체됐던 화장품 업계가 중국 리오프닝(경기활동 재개)과 마스크 해제 등으로 훈풍을 기대하고 있는 모양새다.

생필품이 아닌 화장품의 경우 고유의 브랜드 이미지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이를 위한 기업의 상반된 모델 마케팅 또한 눈길을 끌고 있다. 

20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화장품 업계는 앞서 외부 요인으로 인한 매출 부진을 겪었던 만큼 리뉴얼부터 리브랜딩, 새로운 얼굴을 내세우는 등 제각각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은 전년 대비 15% 줄어든 4조1349억원, 영업이익은 37.6% 쪼그라든 214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LG생활건강은 매출 7조1858억원, 영업이익 7111억원의 실적을 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1.2%, 44.9% 줄었다. 

화장품 업계가 이처럼 매출 부진을 겪었기에, 향후 실적 반전을 위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추구하고 다양한 시도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샤 글로벌 앰버서더 엘리자베스 올슨 [사진제공=미샤]
미샤 글로벌 앰버서더 엘리자베스 올슨 [사진제공=미샤]

업계에서 최근 주목을 끈 파격적 시도로는 에이블씨엔씨 ‘미샤’의 글로벌 앰버서더 선정사례가 있다. 미샤는 지난 17일 헐리우드 배우인 엘리자베스 올슨을 브랜드의 새로운 얼굴로 내세웠다.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 ‘어벤져스’와 TV 시리즈 ‘완다비전’에서 주인공인 스칼렛 위치 역을 맡은 해당 배우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의 미국판 주연을 맡기도 했다.

이는 미샤의 글로벌 진출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미샤의 모델은 주로 국내 배우들이 맡아 왔고 브랜드 또한 진입장벽이 낮은 중저가 라인로 알려져 있지만 이에 대한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국내 화장품 양대 기업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또한 브랜드 글로벌화를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두 기업이 추구하는 마케팅 방향성은 다소 엇갈린다.

설화수 글로벌 앰버서더 틸다 스윈튼 [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설화수 글로벌 앰버서더 틸다 스윈튼 [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먼저 아모레퍼시픽은 중국보다 북미 등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브랜드 리뉴얼을 대대적으로 진행 중이다.

22년간 모델을 사용하지 않았던 설화수 브랜드는 2018년 초부터 배우 송혜교를 모델로 발탁해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주력했고, 4년 만인 지난해 8월에는 브랜드 모델을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인 ‘로제’로 바꿔 이미지를 전환했다. 올해는 해외 배우 틸다 스윈튼을 글로벌 앰버서더로 발탁하는 눈에 띄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반면 LG생활건강의 ‘후’는 2006년부터 배우 이영애를 모델로 발탁해 18년째 얼굴로 내세우고 있다. 해당 브랜드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메가 브랜드인 만큼 기존 브랜드 정체성을 바꾸는 대대적인 리브랜딩에 나서지는 않은 모양새다. 그러나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후의 매출이 38%나 떨어진 점을 감안해 패키지 등의 리뉴얼에는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서로 다른 마케팅 방향성은 지난 10년 간의 사업 전개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2010년대 아모레퍼시픽은 비교적 고가라인인 설화수 브랜드를 신비주의로 설정하고, 아이오페와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중저가 라인에 많은 투자를 했다. 이에 2015년 기준 아모레퍼시픽 그룹 화장품 사업에서 아이오페와 라네즈, 마몽드, 이니스프리 등 중저가 브랜드 매출 비중은 49%에 달하기도 했다. 

반면 같은 기간 LG생활건강의 중저가 라인을 살펴보면 이자녹스, 라끄베르 등 브랜드 이름조차 생소한 경우가 많다. 그나마 이니스프리나 에뛰드와 비교되는 더페이스샵이 있었지만 매출 면에서는 경쟁이 되지 못했다. 

LG생활건강 후 환유 헤리티지 세트 [사진제공=LG생활건강]<br>
LG생활건강 후 환유 헤리티지 세트 [사진제공=LG생활건강]

해당 기간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부터 에뛰드까지 전 라인업이 국내와 중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LG생활건강의 주력 브랜드는 실질적으로 ‘후’만 남은 상태였다. 실제 2010년에서 2015년까지 LG생활건강 주가가 2배 상승하는 동안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4배 상승했다. 

그러나 이런 사업구조는 2010년 중반 이후부터 오히려 새옹지마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화장품 업계 전문가는 “2010년 중반 이후부터는 온라인 시대가 도래하며 새옹지마로 두 회사의 희비가 엇갈렸다”며 “온라인과 H&B 채널을 통한 벤처 브랜드들의 부상은 LG생활건강보다 중저가 매출 비중이 높은 아모레퍼시픽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도 중저가 시장은 로컬 브랜드들로 채워지게 되는데, LG생활건강은 중국 사업 화장품 매출에서 럭셔리가 90%를 차지했기에 타격이 덜 했다”며 “그러나 아모레퍼시픽은 2015년 당시 럭셔리 브랜드의 비중이 고작 15%에 불과했으며 이니스프리나 라네즈, 마몽드의 비중이 70%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힘입어 2016년 이후 LG생활건강은 중국 내에서 ‘후’를 기반으로 실적 상승을 이어갔다.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은 2016년 8800억원에서 2021년 1조2900억원까지 늘었으며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은 2016년 8500억원에서 2021년 3400억원으로 줄었다.

이 같은 과거 두 기업의 사업 기조는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과거 중국 내에서 크게 성공한 브랜드인 ‘후’는 상대적으로 국내보다는 중국 시장에 집중해 왔고, 이에 미치지 못한 ‘설화수’의 경우 국내 시장과 중국 외 글로벌 시장 진출에 더욱 전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휘 모델 배우 손석구와 김태리 [사진제공=LG생활건강]
오휘 모델 배우 손석구와 김태리 [사진제공=LG생활건강]

이 전문가는 “두 기업의 타깃층이 다른 만큼 전략도 각각 나뉘는 것”이라며 “모델을 쓰지 않았던 설화수가 최근 들어 파격적인 시도를 하는 것은 글로벌 진출에 대한 의지로 보이며, 후의 경우 국내보다는 중국 쪽에서 많은 매출을 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에 정체성 유지에 힘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두 기업의 마케팅 방향은 다소 엇갈리지만 뚜렷한 공통 지향점 또한 포착된다. 바로 헤리티지(전통)와 아트(예술) 등 문화를 강조하는 마케팅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설화수 브랜드가 변화를 추구하는 방향성에는 두 가지 키워드가 있는데 이는 ‘아트’와 ‘헤리티지(전통)’다”라며 “아모레퍼시픽이 1945년 태평양으로 창업한 회사이긴 하지만 1930년대 초반 선대 회장 어머니이신 윤독정 여사가 동백기름을 판매하던 때부터 그 유산을 이어온 브랜드라는 의미가 담겼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도 문화경영의 일환으로 예술 분야를 지원하고 전통문화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브랜드 전면에 내세워 왔다”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의 파트너십 활동 등도 글로벌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럭셔리 궁중 화장품 브랜드 ‘더 히스토리 오브 후’는 궁중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화장품 브랜드인 만큼, 아름다운 한국의 궁중 문화를 더욱 널리 알리고 보존하고자 하는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며 “문화재청과 문화재 지킴이 협약을 맺기도 하고 후가 지향하는 예술을 고객들과 함께 공유하는 사업인 ‘아트 오브 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아티스트의 활동을 후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후의 경우 모델 변경 계획이 없지만 숨과 오휘의 신규 모델로 각각 가수 겸 배우 수지와 배우 손석구, 김태리를 발탁해 글로벌 확장성을 확보하고 타깃 연령대를 확대하기 위한 리브랜딩 작업 중”이라며 “이에 뷰티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확장 가능성이 큰 글로벌 뷰티 시장을 착실히 개척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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