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피해자 우선매수권 부여·LH 등 매입 뒤 공공임대 제공
야당 “피해대상 축소·보증금 보전방안 빠져” 특별법 보완 나서
“피해자와 협의없이 지원안 발표…자격요건 대안 요구할 것”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이 지난 27일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방안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이 지난 27일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방안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을 밝히며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이르면 다음달 초 피해자 지원안을 담은 특별법이 통과될 것으로 보이나 지원대상 규정과 보증금 보전방안 마련을 두고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을 상정해 심사에 착수한다. 국토위 여야 간사는 각각 발의된 법안들을 병합 심사해 다음달 2일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의결하기로 잠정 합의한 상태다.

정부는 전날인 2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 방안을 통해 2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관련 특별법 제정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된 자를 대상으로 우선매수권 등의 특례를 부여하기로 했다. 또, 피해자가 원하면 한국주택토지공사(이하 LH)가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해당 임차주택을 매입한 뒤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정부가 수립한 특별법안을 보면 국토교통부가 전세사기 피해지원위원회를 설치해 피해자 요건 충족 여부를 심의한 뒤 지원대상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특별법 지원대상이 되려면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주택에 대한 경·공매 진행 ▲면적·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 임차주택 ▲수사 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보증금의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라는 6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해당 특별법안에 따르면 정부는 법적근거에 따른 요청을 통해 피해 임차주택에 대한 경·공매 유예 이행력을 제고하기로 했다. 피해 임차인이 거주하는 주택이 경·공매될 경우에는 피해자에게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며 당사자가 원한다면 LH에 우선매수권 양도도 가능하다.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은 LH 등 공공주택사업자는 해당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로 제공한다. 재원은 올해 매입임대 사업(6조1000억원)을 활용해 공급하며 신청 수요에 따라 예산 및 공급물량 확대도 추진하기로 했다. 피해자는 소득 및 자산요건 고려 없이 매입임대 입주자격이 부여된다.

이어 피해자가 거주주택을 경락받거나 신규주택을 구입할 시 금융지원이 강화된 정책모기지도 마련한다. 기존 임차주택을 낙찰받을 때에는 200만원 한도에서 취득세 면제와 등록면허세 면제, 3년간 재산세 감면 등 세제 지원도 따른다.

피해자들에게는 생계비 지원과 3% 금리의 신용대출(최대 1200만원)도 지원된다. 이미 경·공매가 완료된 경우에도 피해자로 인정되면 공공임대 우선 입주기회와 주택 구입시 금융지원, 긴급복지 및 신용대출이 지원된다. 

야당은 정부가 내놓은 지원안으로는 피해자 구제에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27일 정부안에 대해 “피해대상이 지나치게 축소되고 절차가 복잡하다”라며 “보증금 보전방안이 빠진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피해보증금이 전 재산이거나 대부분 채무인 피해자들도 구제하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라며 “법안 논의과정에서 우선매수청구권의 실효적 행사를 위한 채무변제나 추가대출 방안이 보완돼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해당 상임위에서 관련 법률을 신속하고도 효율적으로 심의해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의당은 같은날 국회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대책 입법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특별법을 보완해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경공매가 진행 중이어야 한다는 조건은 경매를 시도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제외된다. 또한,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돼야 한다는 조건은 기준이 애매하다”면서 “지원대책의 핵심인 보증금반환채권 매입방안을 반드시 특별법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앞서 26일 성명을 내고 정부와 국회에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에 초당적인 협력을 촉구했다. 경실련은 “특별법의 적용대상이 너무 폭넓으면 시장 혼란을 야기해 국민혈세로 부동산가격거품을 메우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라며 “이를 악용하는 악성투자자들을 배불리는 상황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도 주문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정부안에 대해 “역전세는 지원대상이 아니며 고가전세나 소액피해 등이 벌도로 감안돼 전세사기 피해자만이 정책대상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피해자들에게 당장의 주거안정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피해금 보전에 대해서는 “전세가 특히 사인간의 계약이다보니 정부가 나서서 피해금을 물어주는 방법 등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김병렬 부위원장은 “피해자 요건을 모두 총족하지 못해도 실제 피해자인 경우가 있을 것”이라며 “LH가 매입하는 조건도 있는데 충족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정부가 피해자들과 협의없이 지원안을 발표했다”라며 “자체적으로 피해자 자격과 LH 매입조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 요구하려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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