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인천서 사망한 전세사기 피해자 합동추모제 열려
피해자 모임-시민사회단체, 18일 전세사기 전국대책위 출범
10대 요구사항 밝혀…“국회서 피해구제 특별법 제정해야”
윤 대통령 “정부 대책, 현장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라”

전세사기 피해자모임과 시민사회단체들이 18일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전세사기 전국대책위 출범 기자회견과 최근 사망한 피해자들의 합동추모제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전세사기 피해자모임과 시민사회단체들이 18일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전세사기 전국대책위 출범 기자회견과 최근 사망한 피해자들의 합동추모제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정부와 국회가 즉각적이면서도 실효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사자인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지금까지의 정부 대책이 ‘생색내기’에 그쳤다며 전세사기 피해구제 특별법 제정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18일 미추홀구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 빌라왕 김ㅇㅇ피해대책위원회 등 피해자모임과 각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이하 전세사기 전국대책위) 출범을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 이후 최근 사망한 전세사기 피해자를 기리는 합동 추모제도 진행했다.

인천 미추홀구 지역에서는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되고 있다. 지난 2월 28일에는 이 지역에서 30대 남성이 한 빌라에서 시신으로 발견됐으며 지난 14일에는 20대 남성이 연립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어 전날인 17일에는 30대 여성이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돼 전세사기 피해자 중 사망자가 3명으로 늘어났다.

전세사기 피해자모임과 시민사회단체들이 18일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전세사기 전국대책위 출범 기자회견과 최근 사망한 피해자들의 합동추모제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전세사기 피해자모임과 시민사회단체들이 18일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전세사기 전국대책위 출범 기자회견과 최근 사망한 피해자들의 합동추모제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전세사기 전국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2월 첫 희생자가 나왔을 때 더 이상의 죽음은 막아야 한다고 절박하게 외쳤다”라며 “도대체 얼마나 더 죽어야 하냐. 전세사기는 개인의 잘못이 아닌 사회적 재난”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들은 “바지임대인과 건설회사,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인, 부동산컨설팅업체들이 짜놓은 덫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며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는 피해자들은 더 이상 혼자 해결하려 애쓰지 말고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책위는 “정부는 당장 범정부TF를 구성해 피해자들을 실질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피해자들의 요구사항을 청취해 각 부처에 필요한 조치를 지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분별한 전세대출과 묻지마보증, 등록임대주택 관리와 보증보험 부실에 책임이 명백한 정부가 이 문제를 적극 해결하도록 함께 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10가지 요구사항을 제안했다. 주요내용에는 ▲전면적 실태조사와 피해유형별 지원대책 수립 ▲피해주택 경매 일시중지 ▲피해자 상담 및 지원시스템, 긴급주거지원 등 개선 ▲피해자 금융지원 강화 ▲전세사기 피해구제 특별법 제정 등이 포함됐다. 향후 대책위는 전국의 피해자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모임을 마련하고 자체적인 피해 실태조사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제주지역 전세사기 피해자는 “집주인은 전세금을 안 주려 위장이혼을 한 뒤 골드바를 구입하고 편의점을 개업해 잘 살고 있다”라며 “연락을 피하던 집주인을 3년 만에 만났는데 첫마디가 나 때문에 이혼했다는 말이었다”라며 기막혀 했다. 그는 “사기꾼에 대한 처벌이 가벼우니 우리나라는 사기꾼의 천국이다”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빌라왕 김ㅇㅇ 전세사기 피해자인 이철빈씨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어 미래를 꿈꿀 수 없다는 좌절감과 당장 경매가 진행돼 거리로 내몰리거나 대출연장이 거부돼 신용불량자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극도의 불안함이 피해자들의 목을 조여오고 있다”라며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유산을 하거나, 파산을 신청하려 퇴사하거나 신혼부부가 이혼하는 눈뜨고 못 볼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실태를 알렸다. 이씨는 “대통령실과 정부 관계자들은 시간끌기용, 생색내기용 대책만 남발하면서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자축하지 마라. 정부 정책 실패로 인한 참사인데 피해자들을 구조하지 않아 비극을 더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모임과 시민사회단체들이 18일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전세사기 전국대책위 출범 기자회견과 최근 사망한 피해자들의 합동추모제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전세사기 피해자모임과 시민사회단체들이 18일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전세사기 전국대책위 출범 기자회견과 최근 사망한 피해자들의 합동추모제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이어 열린 합동추모제에서는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사망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기렸다. 추모제에는 국회의원들도 참석해 지금까지 사태를 해결하지 못해 비극을 막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비통하고 면목이 없다. 청년들이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몸부림칠 때 국가는 어디에 있었고 정치는 무엇을 했나”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심 의원은 “국회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긴급한 민생 법안은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라며 “전세사기 피해구제 특별법을 이달 안에 처리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인천시 미추홀구를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도 “참담하고 여러분에게 죄송하다”라며 “저도 전세사기가 이렇게 일어날 것이라고는 예상도 못했다”고 안타까워 했다. 허 의원은 “지금 국회에 먼저 피해자를 구제한 뒤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내용의 특별법이 발의돼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민달팽이유니온 서정규 사무처장은 추모사에서 “모든 사람은 안전한 집을 누릴 권리가 있다. 그 권리를 누리는 것은 당신 혼자만의 책임이 아니다”라며 “당신의 권리를 보호하고 넓혀나갈 의무는 사회와 국가에 있었다”고 말했다. 또, “기약없는 대책에 실망하고 닥쳐오는 압박에 고통받았을 당신을 잊지 않겠다. 변화를 만들기 위해 행동하겠다는 다짐의 말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전세사기 피해자모임과 시민사회단체들이18일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전세사기 전국대책위 출범 기자회견과 최근 사망한 피해자들의 합동추모제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전세사기 피해자모임과 시민사회단체들이18일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전세사기 전국대책위 출범 기자회견과 최근 사망한 피해자들의 합동추모제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전세사기 피해자모임과 시민사회단체들이 18일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전세사기 전국대책위 출범 기자회견과 최근 사망한 피해자들의 합동추모제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전세사기 피해자모임과 시민사회단체들이 18일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전세사기 전국대책위 출범 기자회견과 최근 사망한 피해자들의 합동추모제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당초 이날 추모제는 지난 2월 숨진 전세사기 피해자의 49재를 맞아 추념행사로 기획됐으나 14일과 17일 연이어 사망자가 나오며 합동으로 열리게 됐다. 합동추모제는 참석한 피해자들이 곳곳에서 탄식하고 눈물을 흘리는 등 시종일관 침통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미추홀구전세사기피해대책위 안상미 위원장은 “간절한 피해자들이 직접 찾아 전세사기 조직도를 만들었더니 경찰도 처음에 ‘이게 가능하냐’고 얘기했다. 정부가 그동안 문제가 있음에도 사인 간의 거래라는 이유로 눈길조차 주지 않아서, 제도가 잘못돼 발생한 사회적 재난”이라며 “정부가 인정하는 것부터가 대책의 시작이고 전세사기 예방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자살할 수 밖에 없도록 상황을 만들고 지원도 받을 수 없도록 사지로 내몰았다. 자살이 아닌 타살이다”라고 정부의 대응을 강도 높게 규탄했다.

안 위원장은 “전세사기는 미추홀구만의 사건이 아니라 부동산에서 행해지는 관행이었고 아무도 이 관행을 제지하지 않았다”라며 “대한민국에 산다면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피해자들은 죽어나가고 있는데 가해자들은 잘 살고 있는 것이 더 미치겠다. 국가가 가해자들이 숨겨놓은 은닉재산을 수사해야 한다”라며 “이들이 과태료 좀 내고 징역 1~2년 살다 나오는 동안에 몇백억원씩 모을 수 있다면 누가 (사기를)안 하겠냐. 그런데 지금 정부는 그렇게 하라고 등떠미는 것 같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같은날 전세사기 피해자가 거주하는 주택의 경매 일정을 중단하는 방안을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으로부터 경매 일정의 중단 또는 유예 방안을 보고받은 뒤 이를 시행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전세사기는 전형적인 약자 상대 범죄”라며 “정부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피해 신고가 없더라도 지원의 사각지대가 없는지 선제적으로 조사하고 찾아가는 지원 서비스를 해달라”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모임과 시민사회단체들이 18일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전세사기 전국대책위 출범 기자회견과 최근 사망한 피해자들의 합동추모제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전세사기 피해자모임과 시민사회단체들이 18일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전세사기 전국대책위 출범 기자회견과 최근 사망한 피해자들의 합동추모제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전세사기 피해자모임과 시민사회단체들이 18일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전세사기 전국대책위 출범 기자회견과 최근 사망한 피해자들의 합동추모제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전세사기 피해자모임과 시민사회단체들이 18일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전세사기 전국대책위 출범 기자회견과 최근 사망한 피해자들의 합동추모제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전세사기 피해자모임과 시민사회단체들이 18일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전세사기 전국대책위 출범 기자회견과 최근 사망한 피해자들의 합동추모제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전세사기 피해자모임과 시민사회단체들이 18일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전세사기 전국대책위 출범 기자회견과 최근 사망한 피해자들의 합동추모제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전세사기 피해자모임과 시민사회단체들은 18일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전세사기 전국대책위 출범 기자회견과 최근 사망한 피해자들의 합동추모제를 열었다. ⓒ투데이신문
전세사기 피해자모임과 시민사회단체들이 18일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전세사기 전국대책위 출범 기자회견과 최근 사망한 피해자들의 합동추모제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