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세대 중 100세대만 공영요금…“임대료 절반 수준 주차비 납부”
“주차장 유료 개방해 청년 부담 줄이겠다”더니 ‘윗돌 빼 아랫돌 괴기’
관리업체 “선착순으로 100대 한정 입주민 편의 제공…법적문제 없다”
서울시 “민간주택이라 관여 못 해”…정책 업그레이드 생색만 내나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한 역세권청년주택 지하주차장 모습. ⓒ투데이신문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한 역세권청년주택 지하주차장 모습.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서울시 청년주거정책 중 하나로 설립된 역세권청년주택이 매월 상당한 금액의 주차장 이용료를 거두며 입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서울시는 역세권청년주택사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입주자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 운영에서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한 역세권청년주택은 주차장 이용료 문제로 입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민간사업으로 설립된 이 아파트는 총 1086세대 중 단 100세대만 주차 등록이 가능하다. 주차 등록한 100세대는 월 5만원 수준의 이용료로 주차할 수 있으나 그 외 세대는 약 15만원 가량의 이용료를 내야 한다.

한 입주민은 “계약할 때 주차장 이용료에 대해서는 어떤 내용도 고지받지 못했다. 입주한 뒤에야 주차 등록이 100세대만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라며 “먼저 등록한 100세대 중에 누군가가 빠지기 전까지는 기약없이 매월 주차비로만 15만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계약서에는 주차장 이용료에 대해 아무 명시도 안했는데 ‘100대 한정’이라니 다른 이웃들도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입주민은 “신혼부부 세대만 413세대다. 신혼부부 세대로만 좁혀도 세대당 0.25대밖에 돌아가지 않는다”면서 “보증금 비율을 조정하면 월세가 30만원대인데 청년을 위해 마련한 아파트에서 주차비로 월세의 절반이나 부과되는 것이 합당하냐”고 반문했다. 그는 “임차인 대표회의에서 협의를 통해 조정할 수 있다는데 제대로 운영되는지 실체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지난 2017년부터 지하철역 350m 이내의 지역에 역세권청년주택을 짓고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로 청년층에 공급해 왔다. 해당주택은 당초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지역에 있는만큼 입주요건에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그러나 만6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 장애인, 그리고 생계형차량 소유자는 차량 보유가 허용된다.

서울시는 지난달 역세권청년주택사업의 사업성과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추진체계 전면 개편에 들어갔다. 이에 기존 사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청년안심주택 추진방안’을 내놓고 오는 2030년까지 총 12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신축 역세권청년주택 주변에 시세 비교대상이 마땅하지 않으면 역에서 떨어진 구축과 비교할 수밖에 없어 임대료가 다소 높다는 오해가 있었다”라며 “앞으로는 임대료 산정 전 과정을 공개해 임대료를 투명하게 책정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청년에게 실질적인 주거비 부담으로 작용하는 관리비를 절감하기 위해 청년안심주택 내 주차장 유료 개방 등을 활용해 관리비도 낮출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역세권청년주택은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곳에 입지한만큼 주차장 활용도가 높지 않으니 유휴 주차공간 30~40%를 유료로 개방해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입주민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다. 서울시에 공개한 ‘청년주택 주차장 배정·운영 계획’을 보면 입주민은 필수와 일반으로 구분해 필수는 공영주차장 이용료를, 일반은 민영주차장 이용료를 부담하도록 구분했다.

문제는 입주세대를 구분해 공영과 민영으로 이용료 부담을 나누는 기준이 모호한데다 필수로 배정된 주차대수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해당 청년주택은 렌트카업체나 인근 거주민에게 유료로 주차장을 개방해 운영하면서도 정작 필수 주차 공간은 100대로 제한돼 적잖은 입주민들이 그 실익을 체감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 입주민은 “월세, 관리비, 전세보증금 대출이자에 주차비까지 15만원이 나가면 청년주택의 장점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당 아파트 임대료는 보증금과 공급면적에 따라 최소 월 13만6794원(19타입)에서 최대 68만6069원(49타입)까지 나눠진다. 월 임대료(13만6794원)보다 주차비(15만원)를 더 지출하는 경우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

해당 아파트의 관리업체 관계자는 “선착순으로 100대를 한정해 입주민 편의를 봐드린 것”이라며 “민원이 많이 들어오지만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주차장을 개방해 나오는 수익으로 관리비 절감도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시 청년주택계획팀 관계자는 “임차인 대표회의를 결성해 임대인과 협의해 전체적인 운영을 결정하는데 이곳은 임차인 대표회의가 구성돼 있지 않다”라며 “우선 임차인 대표회의 구성을 서둘러 진행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임대인은 주차장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관리비를 절감하는데 필수 주차대수가 늘어나면 주차장 수익이 줄고 결국 그만큼의 관리비를 절감할 수 없게 된다”라며 “주차비 문제로 민원이 들어오지만 반대로 왜 차량을 갖지 않은 세대의 관리비가 늘어야 하냐는 민원도 있다”고 귀띔했다.

청년주택 중 적잖은 곳은 임차인 대표회의가 구성돼 있지 않으며 설령 임차인 대표회의를 구성해도 ‘협의’에 불과하기에 입주민의 요구를 반영하기 힘든 구조다. 입주민이 부담하는 주차비로 관리비를 절감한다는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아니냐는 지적도 가능하다. 이 관계자는 “임차인 대표회의가 구성돼 있지 못한 점은 개선하려 노력 중이다”이라며 “서울시가 그때그때 관여할 수는 없다. 민간주택이라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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