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 부활·학교 서열화’ 우려
“대법원 위법 판결 시, 다시 원점”
“의장, 정보공개특례법 위반 소지”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시의회에서 서울특별시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안에 서명한 후 이경숙 서울시의회 서울교육 학력향상 특별위원장(왼쪽), 최호정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시의회에서 서울특별시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안에 서명한 후 이경숙 서울시의회 서울교육 학력향상 특별위원장(왼쪽), 최호정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일제고사 부활’, ‘학교 줄 세우기 우려’ 등의 지적에도 불구, 직권으로 공포를 강행처리한 ‘서울시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 후폭풍이 거세다.

서울 지역 진보 성향 교육단체 모임인 서울교육단체협의회(서교협)는 16일 기초학력 진단 검사 결과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한 해당 조례를 공포한 서울시의회를 규탄했다.

서교협은 이날 성명에서 “성적 공개가 가져올 사회적 파장은 이미 이명박 정권 시절 전국 일제고사 실시로 확인됐다”며 “박근혜 정부에서도 실패를 인정하고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표집(3%) 방식으로 전환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의 힘 서울시의원들은) 성적공개로 학력 경쟁을 부추겨 기초학력을 높일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인가”라며 “그게 아니라면 성적 공개가 누구에게 가장 많은 이득이 될 지 돌아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서교협은 서울시교육청이 해당 조례를 대법원에 제소한 점을 들어 “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조례의 위법성 여부가 쟁점이니 확정 전까지는 그 시행을 잠시 정지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조례안 공포 강행을 규탄했다.

또 “대법원에서 (조례가) 위법하다고 판결 한다면 그 간에 시행된 일들을 전부 되돌려야 한다”며 “그에 따른 법적, 행정적 비용이 초래되는 곤란한 일들이 생길 위험이 크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6일 오전 조식 시범학교인 서울 은평구 선일여자중학교를 방문해 학생 및 관계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6일 오전 조식 시범학교인 서울 은평구 선일여자중학교를 방문해 학생 및 관계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시교육청은 조례 바탕이 된 ‘기초학력보장법’에 조례로 교육감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내용이 없다며 교육감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학교별 진단 결과를 공개하는 것은 교육지원청 관할 구역이나 시도 단위로만 정보를 공개하도록 정한 교육관련 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을 벗어나 위법하다고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회도 “학교 서열화를 조장한다”며 “대법원 송사 중인 조례안을 국민의힘 출신 김현기 의장이 독단으로 직권 공포했다”고 규탄했다.

민주당 서울시의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수많은 전문가들의 지적과 학부모 우려가 있었다”며 “학교 서열화를 가속화하고 학생 개개인을 우열화하며 사교육을 조장하는 등의 부작용을 낳을 게 뻔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시의회는 “해당 조례가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에 대법원 제소 절차를 밟는 중”이라며 “판결이 있기 전까지 공포를 보류하는 게 마땅함에도 의장이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공포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을 다수당으로 만들어준 선거 결과가 시민 의사를 대변하는 것’이라는 김 의장 발언에 대해 “황당한 말로 정당화하고 있다. 의회 다수를 차지하면 시민 의사는 물을 필요도 없다는 오만함이 놀랍다”고 직격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서울시의회는 의장 조례 직권공포가 지방자치법에 따른 법적 권한이자 의무라며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민주당은 ‘내로남불’하지 말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0년, 2011년 당시 민주당 출신 허광태 의장의 ‘서울광장 조례’와 ‘무상급식 조례’ 직권 공포 사례를 들었다. 당시 두 조례가 이번 기초학력 조례와 다를 바 없는 구도라고 지적한 것이다.

현재 시의회는 교육청과 협의해 기초학력 평가 시스템을 구축, 올 하반기부터 평가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교육청은 앞선 9일 해당 조례를 대법원에 제소, 집행정지를 신청해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럼에도 일단 해당 조례는 의장 직권 공포와 동시에 효력을 갖게 됐다. 향후 대법원에서 교육청의 집행정지 신청 등이 받아들여질 경우엔 효력이 정지될 예정이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전날 시의회 본관 앞에서 ‘서울시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를 의장 직권으로 공포했다.

조례는 교육감이 관련 법률에 따른 기초학력 진단검사의 지역, 학교별 결과를 공개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담았다. 검사를 실시하거나 결과를 공개한 학교를 교육감이 포상할 수 있다는 조문도 들어 있다.

김 의장은 “조례 효력이 발생했기 때문에 교육청에서는 따라야 할 것”이라며 “현재 교육청과 협의를 통해 기초학력 평가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서울교육청 학생들을 상대로 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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