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GC “중앙은행 금 매입 역대 최대치 기록할 것”
중국의 금 사랑... 세계 금 보유국 6위로 올라서
“2분기까지 금 가격 상승 유리한 환경 조성될 것”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달러 강세 전환이 변수

최근 미국 은행 위기와 더불어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이다. 이른바 황금시대가 열린 것이다. 특히 지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당시 과도한 통화확장으로 가파르게 상승한 주요 자산 가격의 버블붕괴 우려가 확산되면서 위험 헤지 수단으로도 금이 다시금 선호되고 있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이 올해 마무리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점도 금의 매력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최근 금 가격의 상승 원인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금의 가치와 의미를 깊이 들여다 보고자 한다. 또한 전문가를 통해 투자자산으로서의 전략과 전망 등의 궁금증을 풀어본다.

[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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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지난해부터 중앙은행들의 고강도 긴축 여파로 경기 둔화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충격으로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특히 경기 침체의 신호가 선명해지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 보유고 늘리기도 한창이다. 이에 금 가격은 지난 4일 온스당 2055.7달러에 거래되며 역대 두 번째 고점을 기록했다. 금 가격의 역사적 고점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펜데믹 당시인 2020년 8월 기록한 온스당 2069.4달러다. 그럼에도 미국 기관투자자들은 적극적으로 금 선물 투자에 나서고 있어 역대 최고가를 새로 쓰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시장에 형성되고 있다.

S&P500 Gold Stock Price Index [사진출처=yardeni]
S&P500 Gold Stock Price Index [사진출처=yardeni]

‘걱정자산’의 진짜 걱정거리는?

사실 지난해만 해도 금은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거의 모든 자산 가격이 폭등하는 초 인플레이션이 진행되는 가운데 정작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써의 대표격인 금이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킹 달러’가 있었다. 미국 중앙은행이 강도 높은 긴축을 단행하면서 달러 강세가 두드러진 것이다. 금값을 결정하는 요인을 꼽으라면 단연 달러 가치의 방향성이다. 

업계관계자들 사이에서 금은 걱정자산이라고도 불린다. 말 그대로 걱정이 있을 때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걱정은 미국에 국한돼 있다. 즉 기축통화인 달러 가치에 따라 금의 매력이 결정되는 것이다. 실제 금 선물의 경우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의 가치가 오르면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는 비싼 가격으로 금을 매입하게 된다. 이는 금 수요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금 가격이 하락하는 구조가 성립된다. 결국 달러화 가치하락이 금 수요를 부추겨 금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앞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유례없는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결과 달러화 강세 현상이 지속되며 금 가격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다고 했는데 만약 달러 강세가 신흥국 통화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진행됐다면 얘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오히려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금의 선호도는 높았을 것이다. 

미국 M2 통화량 추이 [사진출처=TradingEconomics.com Federal Reserve]
미국 M2 통화량 추이 [사진출처=TradingEconomics.com Federal Reserve]

대규모 유동성 살포…믿을 건 ‘금’

달러화 가치하락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을 꼽자면 통화량 증가와 국가 부채가 있다.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중앙은행은 3000억달러의 국채를 순차적으로 매입하는 대규모 양적완화를 결정했다. 이러한 발표 직후 달러 가치 하락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금 매입을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하면서 금 가격은 한 번에 6% 이상 폭등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유동성 증가는 관측할 수 있는 미국 M2 통화량 차트상 가장 큰 폭의 상승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 10년 전과 비교하면 2배에 가까운 수치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코로나19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유동성 완화 정책은 무책임을 넘어 광기에 가깝다”며 “이는 정상적인 금융시스템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킹달러 현상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한 금이 늘어나는 유동성에 따른 헤지 자산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긴축정책의 종료가 안정적인 경기 연착륙으로 마무리된다면 금 가격은 하락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을 보면 SVB사태 등 과도한 긴축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있다. 그렇다고 긴축 종료 이후 다시 확대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은 낮다. 왜냐하면 이러한 정책은 디플레이션의 가장 확실한 신호를 시장에 던져주는 것으로 신뢰 하락과 불확실성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Core Inflation rate [사진출처=TradingEconomics.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미국 Core Inflation rate [사진출처=TradingEconomics.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금은 인플레이션만 헤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화폐가치 하락이 진행되는 시기에 금은 각광받는다. 이론적으로 금은 화폐와는 달리 공급 제한성을 가진 실물자산이다. 따라서 공급 증가에 따라 화폐가치가 하락하게 되면 금은 본질가치로의 회귀 즉 가격 상승이 이뤄진다. 금이 인플레이션의 헤지 수단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금은 인플레이션 뿐만 아니라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도 헤지 수단으로 작용한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경우는 대부분 경제 정책이 실패했을 경우다. 

그렇다면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금이 어떻게 헤지 역할을 할까. 디플레이션은 드문 현상이지만 통상 화폐 가치하락을 동반한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졌다는 것은 부채가 많은 국가의 디폴트(채무상황 불이행) 리스크를 높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부채한도 증액을 두고 여야가 대치 중으로 미국 재무부는 부채한도가 증액되지 않으면 6월 1일 이후 정부가 채무상환 의무를 이행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 2011년 8월 오바마정권 당시 부채한도 협상이 지연되면서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시켰고 그 파장은 엄청났다. 실제로 신용등급 강등 발표가 나고 열린 주식시장은 대형주와 중·소형주를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의 후폭풍을 몰고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국채도 믿을 수 없게 된다. 결국 믿을 건 금 밖에 없다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더욱 확산된다.

각국 중앙은행 금 보유량 [사진출처=TradingEconomics.com Gold Reserves]
각국 중앙은행 금 보유량 [사진출처=TradingEconomics.com Gold Reserves]

중국의 각별한 금 사랑

글로벌 자산운용사 록펠러 인터내셔널 루치르 샤르마 회장도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즈(FT)를 통해 “금은 가장 오래된 전통적 자산으로 이제 달러에 대한 반란의 수단이 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의 준비금 포트폴리오에는 금이 포함돼 있다. 금의 가치는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 인정돼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앙은행의 금 매입과 매각의 수준에 따라 가격 변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고 다변화와 달러가치 하락에 대한 대안통화로 금을 매입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주목할 부분은 최근 중국의 금 매입 현황이다.

이는 최근 중국에서 감지되는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도 한몫한다. 중국은 최근 인구감소와 함께 생산자물가(PPI)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내수 부진 신호가 지속 확인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위안화 국제화 및 미국 달러 의존도 축소 등의 차원에서 금 매입에 나서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외에도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를 금 매입 확대 이유로 지목했다. 이러한 결과 지난 7일 중국 외환관리국(SAFE)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달 약 8톤의 금을 추가로 확보해 총 보유량이 2076톤으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중국의 본격적인 금 매입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이 2조달러에 육박하는 채권 발행으로 달러 가치를 하락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 정부는 외환보유고를 활용해 금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시사했다. 이후 중국 외환관리국은 공식적으로 중국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이 1054톤이라고 밝혔다. 

2010년~2011년 지속된 중국의 물가 상승에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로 중국 소비자들이 금 매입을 크게 늘리며 지속적인 금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금 사랑이 꾸준히 이어진 결과 트레이딩이코노믹스의 지난 3월 기준 발표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금 보유국 6위로 올라섰다.

대신증권 김소현 연구원은 “올해 중앙은행의 금 매입량은 228톤으로 역사적으로 1분기에 가장 매입량이 많았던 2013년 수준보다도 34% 많은 수준”이라며 “특히 중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량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2022년 11월 이후 매달 금 매입을 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총 120톤의 금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 및 비중 [사진출처=World Gold Council]
한국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 및 비중 [사진출처=World Gold Council]

금 매입 뚝 끊은 한은

세계금위원회(World Gold Council)는 올해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기관의 25%가 향후 1년 이내 금 보유를 늘릴 의향이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하 한은)은 2013년을 기점으로 금을 추가로 매입하지 않고 있다. 세계금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은이 보유한 금 보유량은 104.45톤으로 전 세계 중앙은행 중 36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전 세계 9위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다. 

한은은 지난 2012년에서 2013년 우리나라가 금 보유량을 확대할 당시와 현재 상황은 다르다는 입장이다. 한은이 본격적으로 금 매입을 늘린 시기는 2011년도부터다. 한해에만 40톤을 매입하고, 다음 연도인 2012년도에도 16톤을 추가로 매입해 약 70톤으로 보유량이 증가했다. 당시 외환보유액은 3000억달러 수준으로 증가추세에 있었기 때문에 이에 맞춰 금 보유량도 늘렸다는게 한은의 설명이다. 그러나 현재는 외환보유액 규모가 정체돼 있고 이미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이 이뤄져 있어 굳이 추가로 금을 매입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 한은은 투자를 목적으로 자산운용을 하는 기관이 아니라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한다. 그러나 투자로서의 목적이 아니라도 현재 외환보유고에서의 금 비중은 1.44%로 중국(3.9%)과 일본(4.28%)과 비교해도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한 투자자문 관계자는 “외환보유고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 평균으로 봤을 때 10%에 육박하는 수준이라는 점과 향후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금융안정 측면을 고려한다면 한은의 향후 금 매입 가능성은 높다”고 추측했다.

금 가격 10년 추이 [사진출처=World Gold Council]
금 가격 10년 추이 [사진출처=World Gold Council]

진짜 금값된 금값 더 오를까

세계금협의회(WGB)는 최근 보고서에서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추세가 단기간에 바뀔 징후는 거의 없으며 올해 2분기까지 금 수요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미국 경기침체 신호에 기민하게 반응할 것이란 해석으로 향후 금 가격 상승에 유리한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이유진 연구원은 “연준이 5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금리 중단 신호를 보냈을 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 데이터와 시장 위험 회피가 높아지면서 귀금속 가격이 강력한 지지선을 형성 중이다”며 “지속적인 세계 주요 중앙은행의 금 매입과 미국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져 2분기까지 금 가격 상승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시장에서는 하반기 금리 인하를 점치는 분위기도 적지 않고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2100달러 이상도 가능하다고 본다”며 “최근 미국 은행으로 중심으로 한 위기의 대처가 근본적인 해결이 아닐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부작용을 더 키워 시간만 끌고 있다는 업계 분석도 있어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연구원은 “금 투자 환경은 우호적이나 금 가격이 역사적 고점을 넘어설 수 있는 동력은 약하다”고 짚었다. 이는 금 가격 상승을 위한 조건인 달러 약세와 금 수요 증대, 실질금리 하락 그리고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동시에 만족 돼야 하지만 역사적 고점을 기록했던 2020년 8월과 비교하면 올해 하반기는 글로벌 경기둔화로 달러화 약세 압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는 판단이다. 또한 실질금리 하락 폭도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한국 소비자물가지수 추이 [사진출처=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한국 소비자물가지수 추이 [사진출처=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흔히 미국의 금리 인상이 금 가격에 부정적이라는 공식으로 여기지만 정확히는 ‘실질금리’다. 즉, 투자자들은 금리 자체 때문이 아니라 물가 변동을 헤지 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올해 초 은행 금리가 5%대로 치솟았을 때도 물가가 5% 이상 상승한다면 투자자들은 예금으로 돈을 넣지 않고 물가를 헤지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강구 할 것이다. 실제 과거 금 가격과 실질금리 추이를 보면 실질금리가 하락하는 구간에서 금 가격이 크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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